[포커스] 한국은 어떻게 무기 수출국이 되었나...CNN이 주목한 한국 무기산업
[포커스] 한국은 어떻게 무기 수출국이 되었나...CNN이 주목한 한국 무기산업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12.04 06:58
  • 수정 2022.12.0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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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시회(DX KOREA 2022)에서 해외 VIP 및 군 관계자들이 무인전투기 등 한국산 무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9월 2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시회(DX KOREA 2022)에서 해외 VIP 및 군 관계자들이 무인전투기 등 한국산 무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한국은 어떻게 무기 수출국이 되었을까?'

CNN방송은 최근 한국의 방위산업과 무기 수출의 현황에 대해 보도했다. 이 매체는 북한과의 대치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전한 한국의 방위산업이 이제는 세계 4위의 무기 수출국을 노릴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K9 자주포가 눈이 부실 정도의 노랑 섬광과 지축을 흔드는 진동을 동반하며 바로 전 헬리콥터에서 발사된 로켓에 명중한 언덕을 향해 포탄을 발사했다. 그런 다음 K2 탱크가 포효와 함께 속도를 높이고 이동하면서 발포했다.

지난 9월 북한과의 국경에서 약 30km 떨어진 포천 사격장에서 4일간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 2022(DX Korea)의 일부 장면이다.

24개국 이상의 군 관계자를 포함해 2,000명의 청중을 대상으로 열린 이 전시회는 한국이 무기 판매를 홍보하는 한 수단이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산 무기가 더 많이 팔려나가기를 원한다. 한국은 세계 무기 수출국 순위를 4계단 뛰어올려 세계 4위의 무기 수출국 자리를 노리고 있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진입으로 한국의 방위산업은 전략 산업이 되고, 한국은 방산 강국이 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렇게 강조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한국은 영국, 이탈리아, 독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국보다 무기를 더 많이 팔아야 한다. 특히 이들 나라 중 중국은, ‘스톡홀름 국제 평화연구소(SIPRI : 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에 따르면, 2017-2021년 동안 전 세계 무기 수출 시장의 4.6%를 차지했다.

녹록지 않은 목표이지만 한국은 이미 순항 중이다. 한국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세계 무기 수출 시장의 1%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5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한 2.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세계 상위 25개 무기 수출국 중 가장 빠른 증가율에 해당한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 해외에서 70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판매했다.

여기에다 한국 방산업계는 파이의 더 큰 조각을 차지할 능력도 지니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자주국방의 결과

한국의 무기 수출은 최근 몇 년 사이 꽃을 피운 감이 있지만, 한국은 북한과의 대치 속에서 방위산업에 박차를 가해 수십 년 동안 꾸준히 무기 산업 강국의 길을 닦아왔다.

SIPRI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군비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2.8%를 차지했으며, 이는 많은 미국 동맹국들이 최소로 간주하는 2% 기준을 훨씬 웃도는 수치이다.

“북한의 위협이 우리에게 충분한 이유를 제공했습니다. 우리 무기의 우수성을 확신해야 하는 동기를 부여한 것이지요.” 

전 한국 육군 중장 전인범씨는 이렇게 분석했다.

엄밀히 따지면 한반도에서는 전쟁이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니다. 1953년 한국전쟁을 중단시킨 문서가 평화협정이 아니라 휴전협정이었기 때문이다.

휴전협정 후 처음 수십 년 동안 한국은 국방을 미군과 미국 무기에 크게 의존했다.

그러다가 미국이 베트남 전쟁과 소련과의 냉전에 정신이 팔려있던 1970년대가 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한국은 자주국방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M-16 소총 생산을 위한 공장을 짓는 데에 미국의 군사원조금 42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2014년 발간된 KDI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0년 말까지 ‘국방과학연구소’의 지휘 아래 모든 기초 무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북한의 끊임없는 위협 하에 놓여있는 한국은 오늘날 한국 방산업체들이 판매하고 있는 장갑 체계 및 기타 군 장비 개발을 포함한 군 현대화 작업을 위해 방위세를 도입했다.

[사진=육군 제공, 연합뉴스]
[사진=육군 제공, 연합뉴스]

한국 무기 산업과 우크라이나

실사격 시연이 끝나고 다시 산비탈로 돌아온 예비 고객들은 한국 대표들의 홍보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이들 예비 고객들은 멀리 멕시코, 태국, 나이지리아, 필리핀 등지에서 온 대표들이었다. 한 인도 장군은 전시 무기의 사거리를 묻기도 했고, 카타르 장교 한 사람은 K2 전차를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예비 고객 중 우크라이나 출신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군수 산업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달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 위해 한국 무기 제조업체로부터 포탄 10만 발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가 있다.

이 포탄들은 미국을 거쳐 우크라이나로 넘어가면서, 한국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국가에 치명적 무기를 수출하지 않는다는 공약을 어기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이와 관련 한국 국방부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무기 판매 계획이 처음 보도된 후 발표한 성명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불수출 약속을 어기지 않았으며 포탄의 “최종 사용자”는 미국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말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보내기로 결정한 것으로 아는데, 그렇게 되면 한국과 “우리 관계는 망가질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하루 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한국의 대외무역법을 규정한 대통령 령(令)은 수출품은 “평화로운 목적”으로만 사용될 수 있으며 “국제 평화, 안전 유지 및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한국은 또한 2014년 비준된 ‘UN 무기거래조약(UN Arms Trade Treaty)’의 서명국이다. ‘UN 무기거래조약’은 누가 무기를 획득하고 어떤 조건에서 무기를 사용하는지를 엄격히 통제하는 규약이다. 우크라이나도 이 조약의 서명국이기는 하지만 의회의 비준을 거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국을 거친 포탄 이전만이 우크라이나에서 한국 무기 산업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아니다.

지난 9월 한국과 폴란드는 현대로템의 K2 전차 1,000대, 한화의 K9 자주포 600대 이상,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전투기 수십 대를 폴란드에 공급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무기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 거래로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많은 무기를 보냄으로써 자리가 빈 자신들의 무기고를 채우게 될 것이다.

“폴란드는 자국 방위를 위해 무기가 필요했는데 바로 한국이 맞아떨어진 것이지요.”

전 육군 중장 전인범씨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한국인들은 자신을 지키지 못한다면 비극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방어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도시

북한의 끊임없는 공격 위협은 한국 남쪽 항구 도시 창원을 현대 무기 산업의 요람으로 만들면서 무기 생산 라인이 들어서도록 했다.

창원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자연 분지여서 방어하기에 더욱 용이하다. 이 도시의 주요 도로인 창원대로는 14.9km까지 이어지는데 비상시 활주로로 사용할 수도 있도록 만들어졌다.

1970년대 창원 남쪽 끝에 설립된 ‘국가산업단지’에는 한화디펜스와 현대로템 공장이 들어서 있으며, 조립 라인에서는 대포와 탱크가 만들어지고 있다.

올해의 해외 수주로는, 특히 한국방위산업협회가 153억 달러로 추산하는 폴란드와의 역사적인 수출 계약이 눈에 띈다.

이 수출 계약에서 한화는 K9 자주포 24억 달러어치를 수출하기로 되어있는데, 이는 한화가 수출한 K9 자주포로서는 최대의 계약이다.

폴란드는 한국, 터키, 핀란드, 인도,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이집트와 함께 한화에서 곡사포를 구매하는 9개국 중 하나이다.

한화디펜스 해외사업부 이부환 부사장은 고객과 긴 안목으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호주, 이집트, 폴란드에 새로운 제조 공장을 짓고 있다.

“우리 기술을 세계의 고객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이 부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현재 우리 전략은 신규 시장 개척에 맞춰져 있습니다.”

나아가 한화디펜스의 제품 전략은 지속적인 업데이트 및 품질 향상과도 관련이 있다.

이 회사는 이미 K9A2 전차의 시제품 제작에 성공했으며, 승무원을 포탑 외부에 배치하여 공격에 보다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보다 미래 지향적인 차세대 버전”을 개발하고 있다고 이 부사장은 말했다.

K9A2 전차는 전투를 하면서 학습할 수 있도록 제작된, 인공 지능을 갖춘 “완전 자동화된 무인 플랫폼”이라고, 그는 자랑했다.

[사진=육군 제공, 연합뉴스]
[사진=육군 제공, 연합뉴스]

로봇의 활용

창원의 광활하고 현대적인 ‘국가산업단지’에서 한화의 로봇은 3~5일에 한 대씩 K9 자주포를 만들어내고 있다.

7개 스테이션(seven-station) 조립 라인에서 로봇과 인간의 협업으로 최종적으로 47미터톤의 철강, 기계 및 전자 제품이 조립된다.

한화디펜스 관계자에 따르면 또 다른 로봇은 녹색으로 도색된 강철에 구멍을 뚫고, 소재를 자동으로 전환하며 작업하는데, 사람의 머리카락보다 가는 100분의 1밀리미터의 정확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각 조립 스테이션에는 녹색, 노란색, 빨간색 등이 켜진 ‘톨게이트’가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작업자는 문제점을 발견하면 빨간불로 라인을 멈추고 엔지니어를 호출할 수 있다.

작업 라인 맨 끝의 마지막 정착지는 가상 목표물을 상대로 K9 포의 정확도를 테스트하는 총강조준(bore sighting)이다.

그런 다음 완성된 자주포는 성능시험을 위해 밖으로 나가 지축을 울리며 시속 67km까지 최고 속도를 내고 달린다. 이때 테스트 드라이버는 전자 유도된 곡사포를 한 방향으로 회전시켰다가 다시 다른 방향으로 회전시켰다.

운전자들이 속도를 조절하는 동안 이 부사장은 한화가 해외 고객을 위해 K9을 맞춤 제작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의 차가운 지역 승무원들을 위해서는 히터가 추가로 설치되고, 인도나 이집트와 같이 더운 지방을 위해 제작된 제품에는 에어컨이 충분히 장착된다. 이 공장에서 만들어진 K9 중 일부는 올해 폴란드로 떠나게 된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 in London)’의 잭 와틀링 지상전 분야 수석 연구원은 한국은 완벽한 장갑 무기 시험장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영하의 겨울부터 몬순기후와, 섭씨 30도 이상의 여름 더위까지 사계절 날씨가 다양하며, 평지와 산악 지형의 다양한 지형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후적 스트레스는 신뢰할 수 있는 차량 테스트 장소로는 최적의 조건입니다.”

그는 이렇게 평가했다.

바로 이 점이 외국 바이어들의 구미를 더욱 당기게 했다고, 와틀링 연구원은 말했다.

한편, K9 자주포가 시험되는 곳에서 불과 몇 마일 떨어진 현대로템 공장에서는 K2 전차가 속도를 내고 있었다.

K2 전차의 최신 고객 역시 폴란드이다.

“우리 K2 전차를 직접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현대로템의 김 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군의 주문만으로도 K2 조립 라인은 충분히 바쁘지만, 폴란드의 주문으로 현대로템은 생산 능력을 더욱 늘릴 수 있음을 입증했다.

2020년 대한민국방위산업전 모습 [사진 = 연합뉴스]
2020년 대한민국방위산업전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미국 시장

한화디펜스는 특히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을 노리고 있다.

“미국 현지 기업의 지원을 받아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미군과 미국 현지 방위산업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한화의 이 부회장은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2021년 미국의 군사비 지출은 8010억 달러였다. 그런데 미 상무부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무기·탄약 수출액은 9500만 달러에 그쳤다.

SIPRI에 따르면 미군 군사비 지출은 미국 다음의 9개국을 합친 것보다 많다. 한국은 10위에 속했다.

그러나 한국 방위산업은 미국과 경쟁하기보다는 보완하는 파트너로 보아야 한다고, 전 한국 육군 중장 전인범씨는 분석했다. 미국은 최고급 무기에 어마어마한 군비를 지출하는데 한국은 이 무기들을 공급하지는 못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미국이 만들 필요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만들지 않는 무기군들이 있습니다. 그런 무기들을 직접 제조하는 것은 그들의 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가 폴란드에 판매한 시스템이 바로 그런 것들입니다.”

그는 이렇게 분석했다.

“저는 한국이 추진하는 목표를 미국이 파트너십 차원에서 받아들여 주기를 바랍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최고의 무기를 만듭니다. 하지만 그들이 모든 것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전인범 전 육군 중장)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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