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유대인들의 X마스 ‘하누카’ 2천년 전통... 꺼지지 않은 '성전의 불' 기적에서 유래
[크리스마스] 유대인들의 X마스 ‘하누카’ 2천년 전통... 꺼지지 않은 '성전의 불' 기적에서 유래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12.24 06:45
  • 수정 2022.12.24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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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menorah)을 밝히고 돈을 나눠주며(gelt) 치즈를 함께 먹는 등의 ‘하누카’ 전통 풍습
지난 2017년 12월 12일, 독일 베를린에서 유대교의 명절 '하누카'를 맞아 거대한 촛대 '미노라'가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밝게 빛나고 있다. 유대교의 빛의 축제로도 불리는 하누카는 전 세계 유대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명절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독일 베를린에서 유대교의 명절 '하누카'를 맞아 거대한 촛대 '미노라'가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밝게 빛나고 있다. 유대교의 빛의 축제로도 불리는 하누카는 전 세계 유대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명절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

25일은 전세계적으로 최대 명절로 꼽히는 크리스마스다.

기독교의 크리스마스와 날짜가 비슷하게 겹치는 유대교의 하누카(Hanukkah)는 빛의 축제로도 불리며, 전 세계 유대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명절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하누카’는 유대계 미국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명절 중 하나로, 지난 19일(현지 시각)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하누카’ 기념행사에 참석해 연설한 것을 보아서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히스토리 채널’의 웹사이트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하누카의 전통을 소개했다. 

세계 각지의 유대인들은 해마다 겨울이 되면 ‘하누카(Hanukkah)’ 또는 ‘차누카(Chanukah)’라 불리는 8일 동안의 휴일을 즐긴다. ‘하누카’는 유대인들이 사용하는 히브리력에서 ‘키슬레브(Kislev)’ 달의 25번째 날부터 시작된다. ‘키슬레브’는 일반적으로 그레고리력의 11월이나 12월에 해당한다.

‘하누카’는 고대 역사적 사건에 뿌리를 두고 있다. 기원전 2세기 무렵, 고대 히브리 민족인 이스라엘 마카베오 가문이 헬라계 시리아(Greek-Syrian)의 압제로부터 벗어나 두 번째로 예루살렘 성전에 봉헌한 것을 기념하는 축일인 것이다.

예루살렘 성전을 되찾았을 때 그들은 성전의 등을 밝힐 기름이 하룻밤 분량 밖에 남아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 성전의 불은 새 기름을 찾는 동안(8일) 꺼지지 않았다. 이 기적이 바로 전 세계 유대인들이 ‘빛의 축제’를 기념하는 이유인 것이다.

탈무드나 마카베오 관련 서적들 같은 고대 히브리 문서들은 당시 식민지 지배국이던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식민지로 가혹하게 지배하는 과정에서 유대인의 성전을 훼손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사실 ‘하누카’는 히브리어로 ‘봉헌’을 의미하며, 다른 많은 종교·문화 전통처럼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 의식(儀式)과 기념하는 방식이 변모해왔다.

뉴욕에 있는 ‘히브리 유니온’ 대학 유대인 종교 연구소의 현대 유대인 역사학과 조교수인 랍비 조셉 스클루트는, 중세 유럽에서 유대인들이 기독교인들과 뒤섞여 가깝게 지내면서 ‘하누카’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기독교인들이 화려한 의식과 함께 신령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것을 보고 유대인들도 같은 시기에 자신들의 상징성을 고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후 이어지는 몇 세기 동안 유대인들은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로 이주·재정착하면서 ‘하누카’ 전통도 함께 가지고 갔다. 

“미국의 하누카는 12월의 가장 밤이 긴 시기에 많은 유대인 가족들이 즐기는 빛의 축제입니다.”

뉴저지 소재 ‘컨그리게이션 브나이 이스라엘’의 랍비 더글러스 사갈은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하누카’(유대인의 명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1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하누카’(유대인의 명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유대교 촛대인 미노라(menorah)에 불 밝히기

랍비 스클루트에 따르면, 기원전 2세기 마카베오로 알려진 소수의 유대인 혁명가들이 헬라계 시리아를 무너뜨리고 예루살렘의 고대 성전을 되찾은 후, 작은 기름통 하나를 발견했는데, 그 안에는 ‘미노라(menorah)’ 또는 ‘하누키야(Hanukkiyah)’라 불리는 촛대를 하루 동안만 켤 수 있는 기름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미노라’는 8일 동안 불이 꺼지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하누카 기적’이라 부른다.

랍비 사갈에 따르면 미노라 점등 의식은 최소 1,800년 동안 이어져 온 하누카의 주요 의식이다.

“초기 자료에 의하면 원래는 성전 재봉헌과 성스러운 미노라를 기념하기 위해 촛불을 하나만 켜던 것이 성유(聖油)가 8일 동안이나 꺼지지 않았던 기적을 기억하기 위해 8일간의 하누카 축제 기간 동안 매일 밤 하나씩 8개의 초를 켜는 관례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미노라는 다른 8개의 양초를 비추는 중심부 촛대를 포함해 9개의 가지를 갖게 되었다.

미노라 공개 점등식

하누카 축제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하누카의 기적을 알리는 것이라고, 랍비 스클루트는 말한다. 

“하누키야에 불을 붙인 후 집 창문에 올려놓는 관행은 이 특별한 기적이 일어났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기 위함입니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10년 동안 대부분의 하누카 의식은 유대인들의 가정집에서 열리고 있지만, 일부 지역 사회에서 기독교의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과 함께 공개적으로 미노라 점등식을 개최하기도 한다고, 스클루트는 말한다.

“특히 미국에서 이런 현상이 도드라지는 것 같습니다.”

화가 루벤스가 그린 '유다 마카베오의 승리'. 유대인들의 문화를 억압하던 시리아 안티오코스 4세에 맞서 유다 마카베오(붉은 망토를 두른 사람)가 예루살렘을 탈환한 순간이 묘사돼 있다. [사진 = ATI]
화가 루벤스가 그린 '유다 마카베오의 승리'. 유대인들의 문화를 억압하던 시리아 안티오코스 4세에 맞서 유다 마카베오(붉은 망토를 두른 사람)가 예루살렘을 탈환한 순간이 묘사돼 있다. [사진 = ATI]

드레이델(Dreidel) 놀이

하누카와 관련되어 가장 널리 알려진 풍습에는 미노라 말고도 ‘드레이델(dreide)’이라는 놀이가 있다. 그러나 모든 유대인 어린이들이 ‘드레이델’을 즐기지는 않는다.

드레이델과 관련되어 고대부터 전해오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기는 하지만, 학자들에 따르면 드레이델 놀이는 역사적 사실보다는 민속에 가깝다. 드레이델 놀이가 언제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역사가들은 18세기까지는 유대인의 기록에 등장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18세기에 접어들면서 유럽 유대인들이 유럽대륙의 독일어권 기독교 사회에서 행해진 유사한 게임을 도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드레이델의 네 면에는 각각 다른 문자가 표시되어 있다. 독일어로 G는 ‘ganz(전체)’, H는 ‘halb(절반)’, N은 ‘nischt(없음)’, S는 ‘schict(넣다)’를 의미하면서, 1등이 냄비 속의 동전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게 된다. 1등은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소유를 이 냄비 속에 집어넣기도 한다.

유럽에서 사용되던 유대인 언어 이디시(Yiddish)는 독일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네 개의 기본 문자는 계속해서 이 게임의 지침 역할을 해왔다. 이 단어들은 나아가 이디시어 문구 ‘nes gadol haya sham(엄청난 기적이 그곳에서 일어났다)’를 구성하는 첫 글자들이기도 하다. 바로 하루치의 기름이 8일 동안이나 지속되었다는 하누카의 기적을 가리키는 것이다.

겔트(Gelt) 나눠주기

‘겔트(gelt)’는 이디시어로 돈을 가리킨다. 하누카 기간 동안 사람들에게 겔트를 나눠주는 전통이 최초로 언급된 것은 16세기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가난한 학생들의 옷 마련을 위한 돈을 모으는 이탈리아와 세파르디(Sephardi) 유대인 전통과 관련이 있다. 

19세기가 되면서 동유럽 유대인들은 하누카 선물로 자녀들에게 직접 동전을 주기 시작했는데, 이는 오래된 관습의 부활로 보인다. 미국행을 선택한 유대인 이민자들은 이 겔트 기부 전통 또한 함께 가지고 갔다.

1920년대, 뉴욕에 본사를 둔 로프츠 캔디(Loft‘s Candies) 같은 미국 제과 업체는 초콜릿으로 만든 하누카 겔트를 금박으로 싸서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그 전통은 오늘날까지 오롯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초콜릿 동전에는 마카베오 전승과 고대 성전 같은 유대인 상징이 찍혀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랍비 스클루트는, 겔트는 드레이델 놀이를 할 때도 사용된다는 말과 함께 이렇게 설명했다. 

하누카 노래 부르기

크리스마스 캐롤 같은 방송은 나오지 않지만, 하누카 축제 기간에도 음악은 빠지지 않는다. 

“모든 장르가 다 망라되어 있습니다.”

스클루트는 이렇게 말했다. 

“종교적 노래나 웃기는 노래 등 여러 상이한 유대교 전통에 따른 노래들이 다 들어있습니다.” 

스클루트에 따르면 가장 유명한 하누카 노래 중 하나는 ‘Maoz Tzur’라고 한다. 이 노래는 원래 시로 지어졌다가 지금은 찬양의 노래로 불리고 있다. 또 다른 노래로는 ‘Hanukkah, Oh Hanukkah’와 ‘I Have a Little Dreidel’이 있다.

이같은 전통적인 노래들과 함께 현대적인 하누카 노래도 만들어지고 있다. 

“미국 포크 그룹 ‘피터, 폴 & 메리(Peter, Paul, Mary)’가 부른 저 유명한 노래 ‘Light One Candle’은 바로 자유를 위해 싸우는 마카베오 가족에 대한 하누카 이야기를 바탕으로 20세기의 인권운동가들을 기리는 내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스클루트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08년 12월 21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영웅광장에서 수많은 유대인 단체들에 의해 열린 '하누카 횃불들고 동시에 많이 모이기' 기네스기록 도전이 열렸다. 이날은 유대교의 가장 큰 명절중의 하나인 '하누카'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빛의 향연으로도 불리우는 하누카는 8일간에 걸려 열리는 유대인들의 전통명절이며, 기원전 2세기경 마카베오 혁명기에 예루살렘 성전을 재건한 것을 기념하여 탄생한 명절이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008년 12월 21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영웅광장에서 수많은 유대인 단체들에 의해 열린 '하누카 횃불들고 동시에 많이 모이기' 기네스기록 도전이 열렸다. 이날은 유대교의 가장 큰 명절 중의 하나인 '하누카'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사진= 연합뉴스]

기름에 튀긴 음식 먹기

미국의 하누카 축제에는 일반적으로 기름에 튀긴 요리가 포함되는데, 스클루트는 이것 또한 8일 동안 꺼지지 않은 성유의 기적을 기념하는 풍습이라고 말한다. 

기름 요리의 종류는 광범위하지만 미국의 주요 하누카 요리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이디시어로 ‘latkes’라고 불리는 감자 팬케이크로, 랍비 스클루트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북유럽과 동유럽 유대인들이 즐기는 음식이었다. 

“다양한 종류의 도넛은 일반적으로 다른 지역의 유대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입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선물 교환

선물 교환은 하누카와 연관된 것만은 아니다. 스클루트에 따르면 선물 교환 풍습은 하누카와 관련된, 또 다른 유대인 전통 축제인 ‘퓨림 축일(Purim)’ 의식의 일부로 행해졌으며, 주로 봄에 치러진다고 한다. 그러나 이 ‘퓨림 축일’ 풍습도 미국 유대인들이 크리스마스 관례를 채택하기 시작한 1880년대에 바뀌기 시작했다.

20세기 초까지 이디시어 언론은 이민자들에게 어린이를 위해 하누카 선물을 사도록 장려하는 기사와 광고를 싣곤 했다. 그리고 전후 상업주의가 풍미하고 크리스마스 선물 풍습이 증가하면서 하누카 선물에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일부이긴 하지만 이제 유대인 가족의 어린이는 명절 밤마다 선물을 받는 전통이 생겼습니다.”

스클루트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열린 유대인 행사에서 한 랍비가 마노라 촛대에 불을 붙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열린 하누카 행사에서 한 랍비가 마노라 촛대에 불을 붙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유제품 먹기 

전통적으로 치즈 블린츠, 치즈케이크 등의 유제품을 먹는 것은 늦봄과 초여름에 열리는 유대교 오순절(Shavuot)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여기에 하누카에서 유제품을 소비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전통도 지난 몇 년 사이 관심을 끌게 되었다.

“일부 유대인 가정에서는 아시리아의 악랄한 홀로페르네스 장군을 유제품으로 유혹한 후 살해하여 유대 민족을 구한 전설적인 여성 영웅 유디트(Judith)를 기리기 위해 유제품을 먹는 것이 전통입니다.”

랍비 사갈은 이렇게 설명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용맹한 여성을 기리기 위해 치즈를 먹는 풍습이 왜 유행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솔직히 말해, 이같은 관행의 부활에는 현대의 테크놀로지를 등에 업은 장삿속도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는 그동안은 덜 일반적이던 관습이 사전 인쇄 기법처럼 인터넷 시대에 발맞춰 최근 몇 년 사이 대중화와 재발견으로 이어진 한 예라고 생각합니다.”

랍비 스클루트는 이렇게 주장했다.

“유서 깊은 중세 혈통을 배경으로 한 전통이 미디어를 통해 한번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 인터넷으로 급속히 퍼집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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