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홍콩은 4만 채의 코로나 격리소를 어떻게 활용할까?
[월드 프리즘]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홍콩은 4만 채의 코로나 격리소를 어떻게 활용할까?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3.13 05:16
  • 수정 2023.03.13 08: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3월 1일 홍콩 페니스 베이 격리소 폐쇄 기념식에서 홍콩 보안 담당 차관 마이클 체욱은 올드랭사인이 연주되는 가운데 페니스 베이의 문에 상징적으로 거대한 맹꽁이자물쇠를 문에 채웠다. [사진 = CNN 캡처]
지난 3월 1일 홍콩 페니스 베이 격리소 폐쇄 기념식에서 홍콩 보안 담당 차관 마이클 체욱은 올드랭사인이 연주되는 가운데 페니스 베이의 문에 상징적으로 거대한 맹꽁이자물쇠를 채웠다. [사진 = CNN 캡처]

지난 1일 홍콩 페니스 베이(Penny's Bay) 격리소에서는 이 시설의 문을 닫는 상징적 기념식이 열렸다. 홍콩은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는 동안 약 4만 채의 격리소를 운영했다.

12일(현지 시각) CNN방송은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반면에 인구의 1/5이 빈곤층으로 남아있는 홍콩에서, 코로나 봉쇄가 풀린 뒤 그동안 운영되던 격리 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시설로 사용되던 4만 채에 대한 활용도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 시장으로 만든 번쩍이는 고층 빌딩과 수백만 달러짜리 주택 뒤에는 훨씬 비참한 평행 현실이 가려져 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고질적인 주택난이 그것이다.

홍콩을 여행하는 사람이면 그 화려함에 취했다가도 홍콩의 평균 주택 가격이 100만 달러 이상이며, 주차 공간도 거의 100만 달러에 달하는 경우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입을 다물지 못하곤 한다. 

홍콩에는 현재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주택의 혜택을 받기 위해 대기하는 인구가 20만 명 이상이 있으며 이들이 수혜를 받기 위해서는 최소 5년을 기다려야 한다.

수억 달러에 거래되는 일이 흔한 홍콩의 억만장자 동네 더 피크(The Peak)의 최고급 주택촌 훨씬 아래에는 홍콩 인구 5명 중 1명이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홍콩에서는 월 수익이 월 가계 중위소득의 50%로 이하로 떨어지면 빈곤층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비좁고 세분된 벌집 또는 심지어 낡은 공동 아파트촌이라고 부르는 공간에서 살고 있다.

홍콩 정부에 따르면 이 같은 홍콩 주택난의 원인은 의외로 간단하다.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에 700만 명 이상이 밀집돼 살고 있어서 공급이 수요를 절대적으로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존 리 홍콩시 행정장관은 지난해 10월 행한 첫 정책 연설에서 향후 5년 동안 주택 3만 채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주택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의제”라고 강조했다. 주택난 해결을 최우선 목표로 삼으라는 베이징 당국의 지시가 담긴 메시지였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홍콩 주택난은 정부가 연간 재정 수입의 약 20%를 차지하는 토지 관련 세수를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고 오랫동안 비판해왔다. 비평가들은 이러한 구조적 모순 때문에 주택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CNN은 당국이 거둬들이는 토지 매매 수입 및 토지 관련 세수가 주택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지 홍콩 정부에 문의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홍콩을 옥죄고 있던 가혹한 코로나 조치들이 갑자기 풀리면서, 비평가들은 당국이 주택난을 정말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등장했다고 주장한다.

많은 사람들은, 수십만 명의 코로나 감염자들을 격리하기 위해 당국이 건설했다가 현재는 비어 있는 널따란 코로나 격리 캠프를 용도 변경하도록 당국에 촉구하고 있다.

“이제 이 시설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의 문제가 우리 앞에 놓였습니다.”

홍콩 남부 지역 국회의원이자 도시 계획 옹호 단체인 ‘디자이닝 홍콩(Designing Hong Kong)의 공동 설립자 폴 짐머맨은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 격리 흔적과 리트머스 시험지

이에 대한 대답은 의외로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이 격리 수용소들은 세계에서 가장 긴 마스크 착용 의무 및 최대 3주간의 호텔 강제 격리 기간과 함께 홍콩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코로나 대책 중 하나였다. 이 시설들은 또 애초 건설 시에도 엄격한 검역 요건 때문에 논란이 많았었다.

이 수용소들은 나아가 비싼 돈을 들여 아주 빠른 기간에 지어짐으로써 홍콩의 주택난은 난공불락이라는 당국의 태도가 거짓임을 입증한 사례라는, 비난도 한몸에 받고 있다.

홍콩 당국은 이 격리 시설들을 짓는 데 얼마가 들었는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시 재무장관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총 지출액은 760억 달러에 달한다. CNN은 이러한 격리 수용소들을 짓고 운영하는 데 소요된 비용에 대해 행정장관실, 보안국, 보건국 및 주택개발국에 연락을 취했다.

홍콩의 공공주택 계획은 일반적으로 관료주의 때문에 수년에 걸쳐 더디게 진행되지만, 격리 시설들의 경우에는 정부는 갑자기 약 80헥타르의 땅을 찾아 몇 달 만에 4만 채의 조립식 금속 주택을 건설했다.

지역 싱크탱크인 리버리서치(Liber Research Community)의 브라이언 웡은 정부가 긴급한 주택난이라고 스스로 인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왜 코로나 격리 시설 건설의 경우처럼 신속한 접근 방식을 취하지 못하고, 관료주의를 혁파하지 못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 중 하나이다.

브라이언 웡과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은 당국이 토지 관련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주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낳고 있다고 주장한다.

“당국이 토지를 저렴하게 공급하고 싶어도 너무 많은 것이 걸려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할 겁니다.”

웡은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홍콩의 극빈층을 담보로 관료들의 무능과 무대책이 일상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비어있는 수용 시설들이 정부의 의지를 입증할 리트머스 시험지를 제공한다고 보고 “그 컨테이너 시설들이 활용되지 않은 채 방치되거나 낭비된다면 매우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격리 시설들을 공공주택으로 용도 변경할 것을 촉구했다.

홍콩 정부는 이 시설들의 장래 용도에 대한 CNN의 질의에 내부적으로 결정이 나면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전경 [사진 = 연합뉴스]
홍콩 전경 [사진 = 연합뉴스]

작지만 쓸모있는 시설

8개의 특수 격리 및 일반 격리 수용소 중 실제로 사용된 것은 3개뿐이다. 나머지 5개는 백신 접종률이 증가하고 감염 수가 감소함에 따라 대기 상태에 있었다.

이 시설들 중 규모가 가장 크고 악명 높은 수용소는 홍콩 디즈니랜드 옆에 있는 페니스 베이(Penny's Bay) 격리소로, 여기에는 지난 3월 1일 문을 닫을 때까지 958일간 27만명 이상이 거의 1만 개의 유닛에 머물렀다. 두 번째는 카이탁 크루즈 터미널 옆에 있고, 세 번째는 컨테이너 선적 항구 근처에 있으며, 나머지는 중국 본토와 인접한 도시의 북쪽 외곽을 따라 산재되어 있다.

약 200제곱피트 크기의 각 유닛은 대략 자동차 주차 공간 정도의 크기이며 간이 화장실, 샤워실, 침대가 구비되어 있고, 주방 시설은 일부 유닛에만 설치되어있다.

각 유닛들은 간소하게 만들어졌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시설들이 도시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중개회사 센타라인(Centaline)이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홍콩에서는 215평방피트의 “나노 아파트들(nano-flats)”조차 최근 44만5000달러(평방피트당 2000달러 이상)에 팔렸다.

2022년 후반에 페니스 베이 격리 생활을 경험한 프랜시스 로는 시설이 단순하지만 개인의 기본 요구를 충족하기에 적합하며, 공공주택을 대기 중인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인 임시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한 달에 약 254~382달러에 유닛을 임대하고 가장 가까운 기차역까지 가는 버스 노선을 마련해 준다면,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많은 지원자들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CNN에 이렇게 말했다.

수용 시설들 중 일부는 홍콩 갑부들 소유의 땅에 지어져 정부에 대여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시설들 중 일부는 유닛이 모듈식이고 상대적으로 쉽게 해체되기 때문에 정부가 그렇게 할 의지만 있다면 더 영구적인 위치로 이동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홍콩에는 분명히 땅이 있으며, 시골 지역도 많이 있는 반면에 주거용 또는 상업용 부동산 개발을 위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땅이 없는 겁니다.”

싱크탱크 ‘우리 홍콩 재단(Our Hong Kong Foundation)’의 부총재이자 수석연구원인 라이언 이프는 이렇게 주장했다.

“관건은 정부가 실제로 절차를 신속히 처리할 의사가 있는지에 달려있습니다.”

창의력 발휘하기

다른 사람들은 팬데믹이 잠시 잠잠해진 사이 일부 시설들이 일시적으로 전용되어 활용된 사례에서 영감을 얻어 더 창의적인 제안을 했다.

한때 페니스 베이의 일부 유닛은 감염자와 밀접 접촉 고등학생들이 대학 입학시험을 치르는 장소로 활용되었다. 또 어떤 때는 이 시설들에 선거 투표소가 차려지기도 했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마르코 시우는 페니스 베이 시설을 임시 건강 및 복지센터로 활용할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자신의 주장대로 할 경우 최소한의 재설계만 필요하고 또 다른 전염병이 발발할 경우 다시 열 수도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디자이닝 홍콩’의 폴 짐머맨은 디즈니랜드 옆 땅이 이 테마파크를 확장하거나 새로운 도시로 용도 변경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당국이 이러한 제안들에 주의를 기울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당국은 아직까지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정부 대변인은 CNN에 “관련 부처 사이에 자세한 분석과 연구가 진행될 것이며, 향후 일정과 준비는 결정이 난 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부동산 개발국 대변인은 페니스 베이와 카이탁 시설들이 “50년의 주기에 맞춰 설계”되었으며 “해체, 운송 및 다른 위치에서 재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현재로서는 이달 초 거행된 페니스 베이 종료식을 통해 정부의 생각을 엿볼 수 있기를 바랐던 사람들은 실망했을 가능성이 높다.

홍콩 보안 담당 차관 마이클 체욱은 올드랭사인이 연주되는 가운데 페니스 베이의 문을 폐쇄하면서 상징적으로 거대한 맹꽁이자물쇠를 문에 채웠다.

“페니스 베이 격리 캠프는 그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체욱 차관은 군중들에게 이렇게 선언했다.

잠겨진 입구 철문에도 같은 문구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dtpchoi@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