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필현의 시선] 보폭 넓히는 제약계 3세
[조필현의 시선] 보폭 넓히는 제약계 3세
  • 조필현 기자
  • 승인 2023.04.21 10:59
  • 수정 2023.04.21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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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3세 행보 주목”..백인환 대원제약 사장(39), 한상철 제일약품 사장(47), 이상준 현대약품 사장(47), 유원상 유유제약 사장(49), 이승영 대한약품 사장(50), 정유석 일양약품 사장(47), 허은철 GC녹십자 사장(51). 사진 배열 시계방향 순. [제공=각 제약사]
“오너 3세 행보 주목”..백인환 대원제약 사장(39), 한상철 제일약품 사장(47), 이상준 현대약품 사장(47), 유원상 유유제약 사장(49), 이승영 대한약품 사장(50), 정유석 일양약품 사장(47), 허은철 GC녹십자 사장(51). 사진 배열 시계방향 순. [제공=각 제약사]

창업주 할아버지, 후계자 아버지 그리고 본인으로 이어지는 ‘오너 경영’은 한국제약업계의 특징 중 하나다. 제약산업이 다른 산업군보다 보수적 색채가 짙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너 경영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너 1·2세와 달리 3세들은 ‘보수적 경영’을 탈피하고 진보적 경영(?)을 펼친다는 특징도 있다. 예컨대 젊은 패기를 앞세워 과감하게 매출 목표 등을 공개한다는 것이다. 직원들과 소통을 강화하면서 시대 흐름을 읽는 모습도 보인다. 3세 들은 일찍부터 해외에서 글로벌 마케팅과 신약 관련 연구개발, 소위 ‘엘리트 교육’을 받으면서 1·2세와 다르게 경영 혁신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최근 제약계 3세들이 보폭을 넓히면서 그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짜먹는 감기약 ‘콜대원’으로 유명한 대원제약은 지난해 말 본격적으로 3세 경영에 돌입했다. 창업주 고 백부현 선대회장의 장손이자, 백승호 회장 장남인 백인환 3세를 사장으로 임명했다. 1984년생으로 올해 한국 나이 39살이다.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2011년 대원제약 전략기획실 차장으로 입사했다. 일반의약품(OTC) 사업 진출 후 첫 야심작인 콜대원을 성공적으로 런칭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콜대원은 연 매출 300억 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7천억 원 시대를 연 제일약품도 3세 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제일약품은 한상철 부사장(47)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한 사장은 창업주 고 한원석 회장의 손자이자 한승수 회장 장남이다. 지주사 제일파마홀딩스 대표와 제일헬스사이언스 사장을 맡은 한상철 부사장이 사장까지 오르면서 오너 승계 구도가 명확해졌다는 평가다.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분야별 전문성과 핵심역량을 갖춘 인사에 초점을 맞췄다”고 제일약품은 3세 경영을 선언했다. 창업주 이후 대규모 총파업으로 홍역을 치른 3세도 있다. 현대약품 노조는 지난해 11월 23일 창립 이래 첫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조가 결성된 지 37년 만이었다. 노조는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파업 주된 이유는 최근 부임한 이상준 사장(47) 오너 3세와 대화 단절 때문”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노조 측은 사측의 형식적인 대응 뒤에는 회사를 단독경영하고 있는 이상준 사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며 이 사장 단독 취임 이후 회사 내부에서는 경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쏘아붙였다. 다행히 총파업에 돌입한 지 93일째(2월 28일) 노·사가 단체교섭을 타결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아직도 노·사간의 갈등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상준 사장은 고 이규석 회장의 손자이자 이한구 회장의 장남이다. 2003년부터 경영 수업을 시작했고 2012년 현대약품 핵심부서 미래전략본부장을 맡으면서 후계자 입지를 굳혔다. 

또 한 명의 3세는 유원상 유유제약 사장(49)이다. 유 사장은 해외 유명 학회에 직접 참석해 신약후보물질 임상 결과와 정보를 공유하는 등 발로 뛰는 열정 높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요 타깃은 안구건조증 치료제와 탈모치료제다. 안구건조증 치료제는 미국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첫 환자 등록을 마쳤고, 미국 내 7개 병원에서 240명의 안구건조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유 사장은 아버지 유승필 회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함에 따라 단독 대표이사에 올랐다. 유 회장은 창업자 유특한 회장의 장남이다. 유 사장을 기준으로 가계도를 보면 할아버지 유특한, 아버지 유승필 그리고 본인 순서다. 유 사장 홀로서기 경영으로 할아버지, 아버지 이어 막중한 책임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올해 창립 56주년을 맞은 GC녹십자는 신년부터 ‘청년 심장’을 강조했다. 허은철 사장(51)은 “청년(靑年) 심장으로 목표를 향해 다시 한번 뛰어오르자” “도전 DNA를 다시 흔들어 깨우자”고 주문했다. GC그룹은 3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외부 영입을 통해 젊은 피를 적극적으로 수혈하고 있다. 젊고, 진보적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허 사장은 고 허영섭 선대회장의 차남으로 조부는 허채경 한일시멘트 창업주다. 형식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정유석 일양약품 사장(47), 이승영 대한약품 사장(50)이 최근 대표이사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오너 3세 경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제약 업계 일각에서는 오너 3세들의 ‘전면 경영’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창업주 1세와 아버지 2세처럼 충분한 경영 능력을 검증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기간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결실을 보는 제약산업 특성을 고려하면 3세들의 경영 평가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키리크스한국=조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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