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전기차 충전기 세계 1위, 환경부 사업은 '빛 좋은 개살구'
[기자 수첩] 전기차 충전기 세계 1위, 환경부 사업은 '빛 좋은 개살구'
  • 최문수 기자
  • 승인 2023.12.07 13:54
  • 수정 2023.12.07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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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A 씨의 기아자동차 차량과 (우)사고 당시의 대영채비 충전기 모습이다. [출처=A 씨]
과거 사고 일으킨 대영채비 충전기의 모습 ⓒ제보자

전기차 충전기 피해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에는 환경부가 운영하는 충전기를 이용하다가 차량이 먹통 되는, 일명 '벽돌 현상'을 겪은 한 피해자의 안타까운 사례가 전해졌다.

해당 사건 발생 이후 최초에는 충전기 운영사 역할을 맡고 있는 환경부, 전기차 제조 업체 테슬라, 충전기 제조 업체 대영채비 등 모두가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대영채비 주관으로 해당 피해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합동 조사팀이 꾸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차주 입장에서는 매우 황당했을 것이다. 해당 사업을 영위한 유관 기관과 기업들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취재가 시작된 이후 대영채비가 대응에 나서면서 차주는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대영채비와 테슬라 합동 조사 결과를 토대로 차주에게 피해 관련 보상이 결정된다고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석연찮은 점이 발견됐다. 이번 피해의 과실 여부를 따지기 위해 나선 주체가 왜 운영사인 환경부가 아닌 충전기 제조 기업인 대영채비냐는 것이다.

이번 일과 같이 환경부가 운영하는 충전소에 설치된 충전기를 사용하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조사팀을 꾸리는 등 운영사인 환경부가 나서야 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런데 왜 환경부는 뒷짐만 지고 있었을까.

당시 취재에서 환경부 측은 "충전기를 많이 보급해야 하는 입장이다. 여기서 수반되는 불편 사항에 대해서는 정책적으로 고민해서 해결하는 쪽으로 하고 있다. 한국자동차환경협회가 진행하고 있어서 일반적인 내용을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여기서 환경부 측이 발언한 '정책적으로 고민'이라는 부분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리고 민간 업체인 협회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이다.

협회 측은 "환경부 전기차 공공충전시설의 현장점검, 유지 보수 영역을 관리하고 있다. 두 차례 회의를 소집했으나 차량, 충전기 제조사 간 상충되는 의견이 계속돼 원인 파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고 보험사 보상 검토 또한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독자 A씨
테슬라 차주 A씨가 환경부가 운영하는 충전소에 설치된 대영채비 충전기를 사용하다가 차량이 먹통 되는 '벽돌 현상' 피해를 입었다. ⓒ차주 A씨

협회의 입장을 정리하자면 '분쟁 해결'은 맡은 영역이 아니며, 동시에 과실 여부가 나오지 않으면 '영업배상책임보험'도 효력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충전시설로 인한 피해 사고를 위해 들어놓은 보험, 그런데 '분쟁 해결'에는 나서지 않는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다.

전기차 업계는 사실상 신흥 시장이라 국내 굴지 기업부터 신생 기업까지 크고 작은 결함이 발견되기 십상이다. 실제로 대영채비, SK시그넷, 이브이시스 등의 기기에서는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고 각종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이든 성장을 위해서는 실패란 과정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환경부는 주먹구구식으로 충전기 대수만 늘릴 것이 아니라, 피해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내실도 다져나가야 한다. 환경부의 전기차 충전소 보급 사업에 '문어발식' 질타가 이어지고 있는 대목이다.

환경부를 향한 이 같은 비판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메가스테이션'에 설치한 전기차 충전기 42기를 수개월 넘게 방치해 뭇매를 맞았다. 이후 충전기 운영권을 협회와 같은 민간 기업에게 넘기는 방안을 추진했다. 충전기 인프라 강화 목적으로 운영권을 쥐고 있던 환경부가 민간 기업으로 이양하겠다는 목적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책임 회피' 질타를 받았다. 부실 운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의견이 당시 중론이었다.

환경부는 전기차 시장 성장과 충전기 보급 확대가 직결된다고 보고, 오는 2025년까지 누적 설치 대수를 59만 기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내걸었다. 구체적으로는 2027년까지 83만 기, 2030년까지 123만 기 확대 계획이다. 충전 인프라를 늘려 이용자들의 실질적인 불편함을 먼저 해소해 전기차 구매를 장려하겠다는 목적이다.

취지는 좋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내실이 다져지지 않은 문어발식 사업이 계속되면, 당초 취지를 퇴색하고 오히려 전기차 시장 침체기를 야기하는 기폭제로 작용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위키리크스한국=최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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