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관 줌인] 농어촌공사가 야심차게 꺼내든 ‘농지은행사업’ 뭐길래?
[공기관 줌인] 농어촌공사가 야심차게 꺼내든 ‘농지은행사업’ 뭐길래?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4.02.15 17:37
  • 수정 2024.02.1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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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은행사업, 농지를 생애주기 별 수요에 따라 지원
올해 농지은행 사업비 1.8조 …2년 연속 최대치 기록
맞춤형 농지사업 1.2조·경영회생농지사업 2337억원
귀농 농업인, 농지·농업용 시설 7~10년 빌려서 농사
청년 농업인 육성 위한 사업도 탄력…스마트팜 확대
농지은행관리원, 2022년 출범…시너지 창출 극대화

경북 김해에 거주하는 농민 김모씨(67)는 5년 전까지만 해도 가업으로 이어받았던 농사일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 지를 놓고 고민이 컸다고 한다. 쌀 수요가 급감하면서 자신의 땅에 경작했던 벼농사 수확량이 예상치보다 낮아져 어려움에 겪은 것이다. 게다가 집안 내에 유산 싸움까지 불거지면서 경제적으로 타격이 심해진 것이다. 그러던차에 김씨는 지인으로부터 한국농어촌공사 내 ‘농지은행’에서 진행하는 ‘경영회생지원사업’ 덕분에 가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수십년간 가지고 있던 3만평 가운데 1만평의 토지를 판 매각대금으로 빚도 갚았으며, 남은 농지는 장기 저리를 통한 임차 방식으로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엔 농지를 다시 매입하는 데 성공한 김씨는 “회생이 불가능하고 농사를 다시 지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지만, 농어촌공사에서 시행하고 있는 농지은행사업이 한줄기 빛이 되어 다시 재개할 수 있게 됐다”고 술회했다.

농지 CG. [사진=연합뉴스]
농지 CG. [사진=연합뉴스]

한국농어촌공사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꺼내든 농지은행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이 사업은 해당 기관이 지난 1990년 농지규모화사업으로 시작돼 지금에 이른 것이다. 민간인이 농어촌에 귀농해서 농업인이 되기 위한 필수요소는 바로 농지다. 농지가 있어야 농사를 지을 수 있고 농업경영회사로 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농가가 성장하면 자연스레 농지 규모도 늘어날 수 밖에 었다. 이에 농업경영의 핵심인 농지를 생애주기 별로 수요에 맞게 지원하는 사업이 바로 농지은행이다. 

쉽게 말해 농지은행사업은 공사 측에서 현직에서 은퇴한 농업민, 자가경작이 곤란한 자, 이농자로부터 농지를 매입하거나 임차수탁 내지 농지를 필요로 하는 창업농과 농업인 등에게 농지를 매도하거나 임대하는 농지종합관리제도다.

농어촌공사는 농지은행 사업을 신청한 농민을 지원하고자 논과 밭·과수원 등 농지와 부속 농업시설을 감정평가금액으로 매입한다. 농민은 매각한 농지와 농업용 시설을 7~10년 임차해 농사지을 수 있다. 임차료는 매입가격의 1% 이내(1㏊당 150만원 수준)다. 농지 환매가격도 감정평가액과 ‘매입가격에 연간 이자 3%를 가산한 금액’ 중 낮은 금액만 부담하면 돼 부담이 적다.

농가들의 호응도도 비교적 높다. 농지은행에서 추진하는 사업 중에서도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추세다. 빚이 많은 농가가 파산하거나 이농·탈농하지 않고 자력으로 회생하도록 돕는 ‘착한 사업’으로 입소문이 난 덕분이다.

정부당국과 농어촌공사가 올해 편성한 농지은행 총사업비는 1조8091억원이다. 배정된 총사업비 규모만 봐도 2년 연속 역대 최대치다. 기관 측은 농지은행 사업을 향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낙점한 데 이어 총사업비도 지난해보다 무려 28.3% 확대했다. 이는 지난해 투입된 1조4027억원 대비 4064억원 더 늘어난 수치다.

세부 사업별 예산은 맞춤형 농지지원사업이 1조2409억원으로 비중이 가장 크고,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 2337억원, 농지연금 2423억원, 과원규모화사업 270억원, 농지이양은퇴직불264억원, 비축농지 임대형 스마트팜사업 60억원 등이다.

‘맞춤형농지지원사업’은 농지은행 총사업비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전년 대비 무려 3831억원(44.6%) 증액된 것이다. 지난해(2023년) 기준 은퇴농, 비농업인 등으로부터 2292ha의 농지 매입·임차하여 4880명의 전업농육성대상자 등에게 매도·임대한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사업은 맞춤형으로 지원되는 형태인 만큼 농지를 매입해 장기 임차를 지원하는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사업과 농업인의 영농 규모 확대를 지원하는 농지규모화사업으로 나뉜다.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사업은 고령·질병 등으로 은퇴나 이농 전업을 희망하는 농업인의 농지를 공사가 매입해 청년 창업형 후계농 등 농업인에게 임차하는 형태다. 작년에만 1727ha의 우량농지를 신규 매입(7635억원 규모)했으며, 신규매입·계약만료 등을 통해 3580ha의 농지(2022년도 매입한 토지도 일부 포함)를 지원했으며, 3991명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더해 농지규모화사업은 농가가 영농 규모를 확대해 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농지의 매매와 임대차를 돕는 사업으로 지난해까지 농업인에게 3만7151ha(1조5230억원)을 지원해 청년 농업인의 농촌 유입 촉진에 기여하고 있다. 농지매매의 경우 지난해 538ha 규모로 663억원의 매매·임차자금 지원이 이뤄졌으며, 832명이 혜택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수요에 따라 예산이 차등 지원되는 만큼 농가 경영 단계별 농업인에게 지원 혜택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농어촌공사가 추진하는 농지은행사업 현황. [사진=농어촌공사]
농어촌공사가 추진하는 농지은행사업 현황. [사진=농어촌공사]

지난해부터 새롭게 추진했던 청년농업인을 위한 맞춤 지원사업도 힘을 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당국과 농어촌공사는 제도개선, 신규사업 추진 등을 통해 청년농업인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추진한 사업을 추산한 결과, 3191명에게 2917ha의 농지 매매·임대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힘입어 청년농업인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2021년 2154명(1881ha 지원)에서 2022년도 2690명(2,577ha 지원)으로 늘었으며, 작년에는 3191명(2917ha 지원)으로 2년 만에 3000명을 훌쩍 넘어서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청년 농업인 육성. [사진=연합뉴스]
청년 농업인 육성. [사진=연합뉴스]

올해는 청년농업인 육성을 위한 제도도 개선된다. 지난해 8월 공사법 시행령 개정해 공공임대용 농지 매입대상을 확대하여 청년농이 원하는 농지를 매입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한편 농지매매 지원단가도 크게 상향하여 청년농의 영농규모화 지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어 국·공유지, 5년 이상 공사에 위탁한 농지, 농지법 시행 이전 취득한 농지, 기매입농지와 연접한 1,000㎡ 이하 농지 등 공공임대농지 매입대상 확대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청년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매매 지원단가 규모도 확대했다. 평당 5만1000원에서 8만4000원(청년농을 제외한 일반지원액은 평당 4만원에서 4만1000원으로 확대) 대폭 늘린 것이다.

선임대후매도사업은 자경·스마트팜 영농 등 청년농업인의 수요에 맞춰 신규로 추진된 제도다 .초기 자본력이 부족한 청년농의 영농정착에 기여하는 한편 청년농의 농지확보 부담을 완화하고자 자경, 스마트팜 영농을 해보길 원하는 청년농이 농지를 장기 임차한 후 농지를 매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난해 82억원에서 올해 171억원으로 예산을 증액해서 편성됐다. 지난해에는 청년농 43명에게 18.8ha(81억원)의 농지 자경 지원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 중에서도 청년창업형 스마트농업단지사업(구 농업스타트업단지조성사업)은 활용도가 낮은 농지들을 농지은행이 매입하여 청년농이 시설 영농을 할 수 있도록 용수로와 배수로 등 농업생산기반의 토대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에 투입된 예산은 지난해 54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늘었다.

농어촌공사가 주도하는 차세대먹거리사업인 스마트팜 내부 전경. [사진=농어촌공사]
농어촌공사가 주도하는 차세대먹거리사업인 스마트팜 내부 전경. [사진=농어촌공사]

올해부터는 청년농업인들은 국공유지 등에 스마트팜 설치가 가능토록 기반 조성 후 청년농에게 매도·임대하는 농업스타트업단지 2개소(7.7ha) 조성해 14명의 청년농 지원한다. 더나아가 비축농지임대형스마트팜 사업과 연계하여 공공임대용 농지에 스마트팜 10개소 설치, 청년농에게 임대하는 방식(1개소당 0.13ha 규모 연동형 온실(스마트팜)을 포함하여 약 0.5ha 지원)으로 추진한다. 

비축농지 임대형 스마트팜사업은 농지은행이 매입비축한 농지에 환경제어시설, 양액재배시설, 관수시설 등을 갖춘 연동형 비닐온실을 설치한 후, 청년농에게 장기임대하는 사업이다. 편성된 예산 역시 지난해 45억원에서 올해 60억원으로 늘었으며, 전년 대비 증액 규모로 청년농 지원을 확대한다.

농지매입 CG. [사진=연합뉴스]
농지매입 CG. [사진=연합뉴스]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도 농지은행에서 비교적 큰 비중을 차지한다. 농민들이 자연재해나 부채증가 등으로 일시적 경영이 어려운 농가의 농지를 매입한 이후 농가는 농지은행을 통해 금융기관 등의 부채를 상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농지은행에 농지를 팔아 마련한 목돈으로 빚을 갚을 수 있으며, 임차인 입장에서는 농지를 빌려 최대 10년 간 농사를  지을 수 있어 농업경영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보장한다. 임대 기간에는 환매권도 보장해준다. 

부채를 갚은 뒤에는 농지를 다시 매입해 영농이 가능하다. 이 사업은 2006년 처음 시작됐으며, 18년 동안 경영 회생에 성공한 농업인만 약 1만5000명에 이른다. 지난해까지 3000ha(5200억원)를 지원했으며, 지원농가 2300여명 중 970농가가 환매를 완료하는 등 지역농업인의 농업경영 정상화를 이뤄냈다는 것이 농어촌공사 측의 설명이다. 

올해부터는 회생자금 지원한도를 확대해 고물가·농지가격 상승 등 대외적인 경영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도록 농가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우선 농업인 1명 당 지원액수를 기존 10억원에서 15억원으로 확대하며, 농업법인은 15억원에서 20억원으로 늘린다. 

환매부담도 낮춘다. 지난해 8월 공사법 시행규칙 개정해 환매 시 대금 분할납부 기간과 횟수를 확대하여 회생농가의 환매부담 완화하는 한편 3년동3회 → 10년 10회에 걸쳐 환매대금 분할납부가 가능하다.

이밖에도 과수전업농육성대상자 등의 과원규모화를 확대하고 과원을 집단화함으로써 과수농가의 경쟁력과 개방적응력 제고를 위한 과원규모화사업에 43억원을 투입되고, 자경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했으나, 농사를 짓지 못하는 사람의 농지를 공사에 임대해 영농희망자에게 장기 임차하는 임대수탁사업도 차질없이 추진해 농지은행사업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농지은행사업 현황. [사진=농어촌공사]
생애주기별 맞춤형 농지은행사업 현황. [사진=농어촌공사]

이밖에도 지난 2월 18일 기존 농지은행사업 뿐 아니라 농지정보 수집·분석시스템을 구축해 농지가 필요한 사람이 수월하게 농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농지은행관리원이 출범한 지도 올해로 만2년이 됐다. 농지은행관리원은 농지상시조사 및 농지 정보제공사업, 농업인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사업인 농지은행사업과 농지관리기금을 위탁관리 및 운용하는 농지종합관리기구다.

지난 2년간 농지상시조사를 통한 농지관리강화, 저활용 농지 발굴 및 분석, 농지대장 전환, 농지은행 역대 최대사업비 집행, 청년농 맞춤형농지 지원 강화 등 농지 상시조사 및 농지관리 체계를 긴밀히 구축해 농지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 기관 측의 설명이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생애주기 별 맞춤형 농지은행 지원사업은 청년농업인들에겐 농촌에서 미래를 일궈내는 동시에 어르신들은 농촌에서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농정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방점을 뒀다”며 “농지은행관리원 역시 출범한지 만 2년이 된 만큼어느 정도 조기 정착해 기존의 농지은행사업과 연계한 시너지를 창출해 신선도 높은 국민 먹거리를 생산하고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도 농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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