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업계에 요금인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한국의 통신 요금이 비싸다는 보고서가 나오면서 소비자들 사이에는 요금이 비싸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8일 핀란드의 국제 경영컨설팅업체인 ‘리휠’에 따르면 월간 국내 무료전화 1000분 이상 제공되는 스마트폰 요금제의 경우 롱텀에볼루션(LTE) 데이터 기가바이트(GB)당 가격은 한국이 13.9유로(약 1만7906원)로, 16유로를 웃돈 1개국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싸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는 리휠에서 매년 분기별로 발간하는 '디지털퓨얼모니터(DFM)' 최신판으로 OECD와 EU에 속한 41개국 이동통신업체의 요금제를 자체 조사 방법론에 따라 비교 분석한 결과다.
이에 대해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국가별 기준이 일관되지 않는 등 신뢰할 만한 보고서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은 데이터 중심요금제로 음성통화가 기본 무제한 제공되기 때문에 비교 요금제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또 모든 저가 요금제가 산출에 포함되는데 국내 알뜰폰은 제외돼 있고, 결합 할인 등이 빠져 있다. 이에 데이터 당 가격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신뢰성이 떨어지는 이 보고서에도 소비자들은 국내 통신 요금이 비싸다는 인식을 계속 갖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들은 그동안 이동통신사들이 데이터 단가를 낮추기보다 요금제 가격에 따라 혜택 편차가 큰 고가요금제를 유도했던 점이 이 같은 가격 오류를 소비자들이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라고 지적한다.
다만 이통 3사의 경우 가격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시행된 선택약정 25% 할인 가입자 증가와 취약계층 요금감면 등 영향으로 무선수익 감소가 두드러졌다.
SK텔레콤 1분기 무선수익은 2조5689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3.5% 감소했다. KT는 같은 기간 1조6231억원을 기록해 2.6% 감소, LG유플러스는 1조2540억원으로 1.4%가 각각 감소했다.
여기에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 맞춰 이통사에 보편요금제를 내놓도록 추진하고 있어 요금 인하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오는 11일 회의에서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의견을 마지막으로 청취한 뒤 보편요금제 법률(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보편요금제가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약 2조원대 통신비 인하 효과가 예상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통신비 인하 등 규제 영향으로 수익성이 크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별화된 서비스와 고가요금제 등을 통해 실적 감소를 최소화해 갈 것”이라며 “이제는 단순히 통신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다른 신규 사업을 통해서 이익을 내야 하는 구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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