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사람 한 명 죽었다고 악어 290여마리 보복살해한 인도네시아 주민들
[WIKI 프리즘] 사람 한 명 죽었다고 악어 290여마리 보복살해한 인도네시아 주민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8.07.18 08:10
  • 수정 2018.07.18 0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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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수백마리를 집단 살해한 인도네시아 주민들. [출처=Sky News]
악어 수백마리를 집단 살해한 인도네시아 주민들. [출처=Sky News]

인간의 잔인한 보복 성향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사건이 발생,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한 중년 남성이 멸종 위기에 처한 악어 사육장에 들어갔다가 악어 한 마리의 공격을 받고 사망한 후 290여 마리에 달하는 보호종 악어들이 한꺼번에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름이 수기토라고만 알려진 이 남성은 인도네시아의 소롱 지역에 있는 악어 보호구역에 들어갔다가 악어 한 마리의 공격을 받고 사망했으며 지난 14일 장례식을 치렀다.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약 600명에 달하는 성난 주민들은 사육장으로 몰려가 악어들을 죽였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칼과 도끼를 사용해 악어들을 죽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주민인 올가 씨는 “주민들은 악어들을 붙잡아서 사육장 바깥으로 끌고 나와 죽을 때까지 찔렀다"며 "정말 끔찍한 광경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발단은 13일 사망한 수기토가 자신의 소떼에게 먹일 풀을 베기 위해 악어 보호구역으로 들어가면서부터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가 왜 악어 사육장에 들어갔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다른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사육장 근로자가 누군가의 다급한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가 보니 악어 한 마리가 사람을 공격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서부 파푸아의 자연자원 보호국 국장인 바사르 마눌랑은 말했다.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사람들이 수기토를 찾아냈을 때 그는 거의 사망한 상태였다고 한다.

보복 살해극은 14일 수기토의 장례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벌어졌다.

살해당한 악어 약 300마리는 크기와 연령 등 다양했다. 50cm에 불과한 새끼들이 대부분이었으며 2m 크기의 다 큰 성체 악어는 2마리였다. 사람들은 악어들을 죽이기 위해 칼, 망치, 곤봉 등의 도구를 사용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약 40명의 경찰들이 도착했지만 중과부적으로 살상행위를 막을 수 없었다고 한다. 복수를 위해 몰려든 주민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 경찰로서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 군중들 중 일부는 법적 처벌을 받아야할지도 모른다.

바사르 마눌랑 국장은 “악어 살해행위는 불법이므로 우리는 경찰과 협력해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마눌랑의 설명에 따르면, 이 악어 사육장은 2013년 인도네시아의 환경삼림부로부터 멸종위기에 처한 바다악어와 뉴기니 악어를 사육하는 공식허가를 받았는데, 이러한 악어 사육으로 인해 지역사회와 마찰을 빚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붙어있다고 한다.

Sk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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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허가는 합법적 절차를 거쳤는데 자카르타에서 이러한 허가를 받는 과정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마눌랑은 자카르타포스트에 밝혔다.

그는 “지역의 관할 당국에서 까다로운 절차와 허가사항들을 거친 후 운영되는 사육장이며, 악어 살해행위는 명백한 법률위반”이라고 말했다.

마눌랑은 또 “이러한 살육행위가 또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사육 허가를 받은 운영자들은 사육장 주변을 안전하게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악어들도 보호받아야 할 신의 피조물이다”라고 말했다.

사랑하는 친지를 잃어버린 주민들의 분노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증오가 집단적으로 표출되었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의 집단적 잔인함이 드러난 예는 동서고금을 통해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지만 이같이 종이 다른 동물을 향해 여과 없이 드러난, 그 잔인함과 폭력성을 대하고서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이번 사건을 접한 한 전문가는 "악어에게 동물적 본능 외에 무슨 이성이 있어서 그 사람을 공격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이에 대처하는 본능 외에 이성을 지닌 인간들의 집단적 광기를 대하면 인간 본성은 과연 선한 것일까, 하는 의문을 금할 수 없다"며 "인간의 집단적 폭력성이나 광기는 적당한 명분만 주어지면 같은 인간을 향해 얼마든지 분출할 수 있음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는데, 본 사건을 대하면서 집단학살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genocide’가 새삼 떠오른다"고 말했다.

6677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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