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진단] 미국의 대통령들, 그리고 우리의 대통령 각하들
[WIKI 진단] 미국의 대통령들, 그리고 우리의 대통령 각하들
  • 박정규 / 발행인
  • 기사승인 2018-12-20 11:28:40
  • 최종수정 2018.12.21 0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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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한 아동을 10년간 남몰래 후원한 고 조지 부시 대통령. [CNN 캡쳐]
필리핀의 한 아동을 10년간 남몰래 후원한 고 조지 부시 대통령. [CNN 캡쳐]

“사랑하는 티모시에게... 나는 너와 펜팔 친구가 되고 싶구나. 나는 77살이나 된 노인이지만 어린이들을 좋아한단다. 나는 텍사스에 살고 있다. 앞으로 가끔씩 소식을 전해주마. G. Walker로부터… “(2002년 1월 24일)

최근 별세한 '아버지 부시'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과거 10년간 필리핀의 7세 소년을 '필명으로' 남몰래 후원해 온 사실이 밝혀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아버지 부시는 ‘G.Walker’라는 이름으로 필리핀의 티모시라는 소년에게 편지와 함께 재정적인 후원을 했다는 것이다. 아버지 부시 측 대변인인 짐 맥그래스는 부시의 편지들이 진짜라는 점을 확인했다.

부시의 한 편지에는 반려견의 사진이 담겼다. 편지 곳곳에는 후원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만한 암시적 표현이 사용됐다. 부시는 그가 크리스마스 때 백악관에 초청될 만큼 유명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얘야, 혹시 백악관에 대해서 들어보았니? 미국의 대통령이 사는 곳이란다. 이번 크리스마스 때 백악관에 다녀왔다. 이것이 바로 위싱턴의 백악관에서 받아온 소책자란다.”

티모시는 17살로 후원 프로그램이 종료될 때까지 그의 후원자가 부시라는 사실을 몰랐다. 이후 비영리단체 측이 필리핀을 찾아가 티모시를 만나 후원자의 신원을 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기사] https://tuney.kr/jhdrAj

1992년 대선에서 클린턴에게 패해 백악관을 떠났던 부시 전 대통령은 자선단체를 통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쳤다.
 
그는 도서관과 장학단체를 지원하는 한편, 백혈병 어린이 환자 돕기에 힘을 쏟았다.

2013년에는 본인 경호원의 두 살 난 아들 패트릭이 백혈병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응원의 뜻으로 삭발을 했다. 지난해 부시 전 대통령의 트위터에는 건강해진 패트릭과 재회해 환하게 미소 짓는 사진이 올라왔다.

2006년 필라델피아시는 부시 전 대통령에게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에 공헌한 이에게 주는 ‘자유의 메달’을 수여했다. 시상식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부시는 사회와 국가에 대한 기여가 얼마나 고귀한 소명인지 보여줬다”고 말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지난 8월 미국 미셔와카에서 해비타트 집짓기 프로젝트에 참가해 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지난 8월 미국 미셔와카에서 해비타트 집짓기 프로젝트에 참가해 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재임 시절 별로 인기가 없었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정치인의 삶은 대통령 이후 더욱 빛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

제39대 대통령을 지낸 후 1981년 퇴임한 그는 이듬해 카터 센터를 세우고 전 세계 민주주의의 발전과 인권 개선, 보건 여성 문제 해결을 위해 왕성하게 활동해 왔다.

특히 그는 30년 넘게 전세계 무주택자들을 위한 ‘해비타트 집짓기’운동을 전개해왔다.

그는 암 판정을 받은 2015년 ‘해비타트’ 집짓기 현장에 나타나 망치와 톱을 허리춤에 차고 “나는 아직 상태가 좋고 일할 수 있다. 항암 치료의 역효과가 나지 않는 한 늘 해왔던 일들을 계속하겠다”고 밝혀 전세계에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뇌와 폐에 암이 발견됐던 그는 이 같은 긍정에너지와 독실한 신앙 덕택에 완치판정을 받았다.

지난 8월. 93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부인 로잘린 여사와 함께 미국 인디애나주 미셔와카에서 푸른 헬멧을 쓰고 집짓기 활동에 참여한 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전세계로 타전됐다. 구슬땀을 흘리는 90대 전직 대통령의 사진 한장에는 어떤 글도 사족(蛇足)에 불과했다.

지난 6일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한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UPI=연합뉴스]
지난 6일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한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UPI=연합뉴스]

눈을 우리 한국으로 돌리면 암울해진다.

은밀하게 선행을 하거나, 퇴임 후 세계 사회에 헌신적으로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 낯설지 않은 미국과 달리 우리의 전직 대통령들은 하나 같이 불행한 역사를 써오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횡령 등 혐의로 지난 4월 구속됐다.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구속된 첫 사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그는 재임 당시 기업들로부터 수천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1995년 11월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노 전 대통령에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도 수사를 받고 수감됐다. 그는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 운동 탄압과 관련해 군형법상 반란·내란수괴 등의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1995년 12월 초 노 전 대통령을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같은 달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반란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전·노 전 대통령은 1996년 8월 1심에서 각각 사형과 징역 22년6월을 선고받았다가 같은 해 12월 2심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으로 감형받았다. 다음해 4월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았다.

검찰 수사 후 수감돼 있는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구속 수감됐던 전두환 전 대통령(중앙) [연합뉴스]
검찰 수사 후 수감돼 있는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구속 수감됐던 전두환 전 대통령(중앙) [연합뉴스]

검찰 수사를 받고 구속된 3번째 전직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그는 40년 지기인 최순실씨와 공모해 대기업들에게 후원금을 압박하고 수백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3월 21일 검찰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같은달 16일 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을 물어 탄핵 결정을 내렸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옛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뇌물수수 사건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병합 사건이 아닌 별도 사건이라 이들 형량은 단순 합산돼 총 징역 33년에 달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4월 30일 박영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수십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대검 중수부에 출석했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에서 약 13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검찰 소환조사 이후 이른바 ‘논두렁 시계 보도’ 등 망신주기 수사 논란이 이어지던 와중에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23일 자택 뒷산인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수사를 받지 않았더라도 고 박정희 대통령처럼 부하로부터 피습 당해 사망하거나, 고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처럼 가족들의 월권행위로 비난 받는 등 우리의 역대 통수권자들을 생각하면 하나같이 말문이 막힌다.

이제 우리나라의 대통령도 퇴임 후 더욱 존경받는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것은 온 국민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박정규 대표이사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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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77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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