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주재 北 대사대리 잠적 '미스터리'… 정보당국, 제3국 망명타진 추정
이탈리아 주재 北 대사대리 잠적 '미스터리'… 정보당국, 제3국 망명타진 추정
  • 강혜원 기자
  • 승인 2019.01.04 08:04
  • 수정 2019.01.04 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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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만료를 앞두고 잠적한 조성길 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 [연합뉴스]
임기만료를 앞두고 잠적한 조성길 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 [연합뉴스]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 부부가 지난해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공관을 이탈해 잠적, 그 배경과 행적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잠적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탈리아 등 외국 정부의 신변보호를 받으며 제3국으로 망명을 타진 중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은 4일 "조 대사대리는 2018년 11월 말 임기가 만료되는데, 임기만료에 앞서 11월 초 공관을 이탈했다"며 "특정 국가가 조 대사대리에 신변 보호를 제공하고 있다면 이는 이탈리아 당국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현재 이탈리아 안에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정보당국 등에 따르면 조 대사대리는 지난 2015년 5월 현지에 부임했다. 이번에 3년 임기가 끝나 본국으로 귀환하라는 지시가 떨어지자 불응해 망명을 결심한 것으로 관측된다.

부임 당시 직급은 3등 서기관이었지만 이후 1등 서기관으로 승진했으며 2017년 10월 문정남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가 추방된 뒤 대사대리로 활동했다.

문정남 대사는 2017년 7월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아그레망(주재국 동의)을 승인받고 8월 현지에 부임했지만, 이탈리아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한 압박 차원에서 도중에 그를 추방하기로 하면서 공식적 활동을 하지 못한 채 출국했다. 이후 현재까지 공석으로 남아있는 북한 대사 직무를 조 대사대리가 대신 수행해온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확실히 알려진 사실은 조 대사대리 부부가 임기 만료 시한(작년 11월 20일)을 앞두고 행방을 감췄다는 것 뿐이다.

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주체가 누구인지, 이들이 어느 나라에 망명 신청을 했는지 또는 할 계획인지, 이들 부부가 자녀와 함께 자취를 감췄는지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추측만 무성할 뿐 속시원히 확인된 것이 없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외교부 관계자는 3일(현지시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현지 언론에 "우리가 아는 한 이탈리아는 조성길 대사대리로부터 어떤 망명 요청도 받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외교부의 토마소 자리초 외신 대변인은 "외교부가 아는 범위에서 조 대사대리가 이탈리아에 망명을 요청하거나, 과거나 현재에 도움을 받는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자리초 대변인은 "정보기관 등 외교부 이외의 다른 부처나 이탈리아 내 특정 외국 공관이 그를 보호하거나 제3국 망명 절차를 돕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해 다른 정부 기관이나 외국 공관이 조 대사대리의 신병 처리에 개입돼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런 가운데 현지 외교 소식통은 이탈리아 정보 기관이나, 현지 주재 해외 공관이 설혹 조 대사대리의 잠적과 망명 신청에 관여했을지라도, 조 대사대리의 잠적과 관련한 입장을 공개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조 대사대리의 행방이 한동안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이 소식통은 "조 대사대리가 최초로 행방을 감춘 곳인 이탈리아는 유럽 내 국경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솅겐 조약 가입국"이라며 "잠적한 지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흐른 만큼 벌써 택시나 일반 차량 등을 이용해 그의 가족이 제3국으로 빠져나갔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최대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역시 조 대사의 소재나 망명지 등이 결국 명확히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 신문은 이날 외교부 소식통이 조 대사대리로부터 망명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전하자, "조성길 대사대리의 잠적이 '수수께끼'(미스터리)가 되고 있다. 이제 그가 정보 기관의 보호 덕분에 이탈리아에 여전히 남아 있는지, 아니면 그가 임박한 귀임을 피하기 위해 제3국에 망명 요청을 한 뒤 임기 말에 국경을 넘기로 결정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유력지 라 레푸블리카 역시 이날 청와대 대변인이 조 대사대리의 잠적에 대해 확인을 거부한 것과 관련, 이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협상 등 민감한 시점에 이번 일을 확대하지 않으려는 청와대의 '선택'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신문은 "'반역자'를 이탈리아나, 좀 더 (망명지로서의)가능성이 높은 미국 등의 서방 국가가 수용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양국 지도자가 직접 관여하고 있는 북핵 협상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6677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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