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아비 아흐메드가 바라는 에티오피아
[WIKI 프리즘]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아비 아흐메드가 바라는 에티오피아
  • 최석진 기자
  • 기사승인 2019-12-11 06:51:38
  • 최종수정 2019.12.10 1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비 아흐메드 에티오피아 총리의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을 전하는 노벨위원회의 포스터(출처=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
아비 아흐메드 에티오피아 총리의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을 전하는 노벨위원회의 포스터(출처=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아비 아흐메드는 작년 4월 에티오피아의 총리에 취임한 이후 계속해 이 나라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하지만 오슬로에서 노벨상을 수상하는 이 남자의 머릿 속에 정확히 어떤 생각이 들어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BBC는 10일(현지 시간) 아비 아흐메드 총리의 그동안 활동과 저서를 중심으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해보는 기사를 보도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이다.

‘메데머(medemer)’라는 말이 최근 에티오피아에서 유행어가 되고 있다.

에티오피아 고유 언어인 이 말은 문자 그대로는 ‘추가(addition)’라는 의미를 지니지만, 그보다는 ‘함께 한다(coming together)’는 의미로 더 잘 쓰인다. 아비 총리는 당면한 문제의 해법으로 바로 이 ‘메데머’라는 에티오피아의 독특한 문화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지난 10월 같은 단어를 제목으로 단 아비 총리의 책이 떠들썩한 행사 속에서 출간되고 나니 이 ‘메데머’라는 용어에 더욱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두 가지 공용어인 암하라어(Amharic)와 아판 오로무어(Afaan Oromoo)로 기술된 이 책은 에티오피아 전역에서 수십만 부가 출간되었다고 한다.

아비 총리는 총 280페이지, 16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길러온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아비 총리는 인종적으로 분열된 국가의 현실 앞에서 민족적 일치단결을 부르짖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러한 다양성을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한다. 줄타기와 같은 아슬아슬한 현실 속에서 승리를 쟁취해낸 그 모습 자체가 그의 권력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한다.

‘메데머(medemer)’의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

‘메데머’ 철학의 한 가운데에는 분쟁 중인 서로 다른 주장이라고 할지라도 합치될 수 있으며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자리 잡고 있다. 또, ‘메데머’는 교조적 원리주의를 배척한다.

아비 아흐메드는 총리에 취임한 이후 거의 30년 동안이나 이 나라를 짓누르던 길에서 확실하게 탈피를 선언했다.

그는 강경한 안보 국가에서 정치에 훨씬 자유로운 길을 터주었다.

그는 또 선임자들이 경제 발전을 위해 주창했던 마르크스주의와 국가 통제 시스템은 에티오피아에게는 맞지 않는 옷과 같았으므로 실패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는 에티오피아의 특색에 맞는 에티오피아만의 자주적인 철학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이 우리의 문제를 풀 수 있으며 우리 전체를 하나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아비 총리는 자신의 저서 「메데머(medemer)」에서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그는 에티오피아의 문화는 포용과 협동을 중히 여긴다고 말한다.

하지만 비평가들은 이 말이 들리기에는 그럴듯하나 실천력이 결여되어있으며, 어떻게 협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명확한 길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지난 4월 정치 평론가인 힐리나 버하누는, ‘메데머’가 과거의 역사에는 손쉽게 적용될 수 있는 해법일지는 몰라도 미래를 설계하는 데 필요한 다양함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아비 총리가 ‘메데머’를 마음에 품게 된 이유는?

아비 총리는 총리가 되기 훨씬 전부터 ‘메데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정부 고위 관리로 일하면서 극단적 주장들을 합치시키고 사람들을 화합시키기 위해 이 용어를 사용해서 동료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총리가 되고 나서도 그는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이 나라를 괴롭히는 가난과 치명적인 인종 분쟁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메데머’가 필요하다고 역설해왔다.

그는 인종 분쟁의 역사와 정치적 분열에 갇혀있기보다는 공통된 비전하에서 함께 뭉쳐야한다고 국민들을 설득해왔다. 그는 그렇지 않을 경우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2019년 8월 27일, 아비 아흐메드 에티오피아 총리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에티오피아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자료사진]
지난 8월 27일, 아비 아흐메드 에티오피아 총리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에티오피아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자료사진]

에티오피아에서 인종 문제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에티오피아의 총리가 합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치 개혁이 이 국가의 들끓고 있는 인종 갈등을 재촉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난 20개월 동안 인종 폭력으로 인해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수백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

1995년에 도입된 에티오피아 연방 헌법은 인종적으로 다양한 국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안배는 인종적 정체성에만 주안점을 두고 성별이나 경제적 차이 등의 다른 다양성들은 무시되었다고, 아비 총리는 말한다.

그러나 아비 총리 자신도 증가하는 갈등의 원인에는 일부 인종에 대한 역사적 불평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사실, 오로모(Oromo) 종족 출신인 총리 자신도 오로모 공동체에서 일어난 저항 운동을 배경으로 권좌에 올랐다. 오로모 종족은 그동안 자신들이 정치적·경제적으로 차별받아왔다고 주장해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리의 ‘메데머’는 인종 분파들이 합치의 깃발 아래 자발적으로 하나로 뭉쳐, 다양성을 유지하기를 요구한다.

아비 총리는 인종적 민족주의는 이른바 ‘시민 민족주의’ 기치 아래 손에 손을 잡고 함께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민 민족주의’는 개인적 권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편, 총리는 최근 몇 달 사이 인종에 기반을 둔 연맹체 방식의 이 국가의 통치 메커니즘을 단일 정당 체제로 전환하는 데 전념을 기울여왔다. 그러자 ‘메데머’가 실제에서는 얼마나 이룩하기 어려운 문화인지를 여실히 증명이라도 하듯이 일부 그룹들은 이러한 총리의 움직임에 그 즉시 반발을 보였다.

아비 아흐메드 에티오피아 총리.
아비 아흐메드 에티오피아 총리.

국민들도 총리와 같은 생각인가?

지난 10월에는 에티오피아의 모든 사람들이 아비 총리의 비전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일부 시위대들이 총리의 책을 불태우며 “‘메데머’를 폐지하라!”고 외쳤다.

시위대의 주축 세력은 인종의 이익을 희생으로 민족적 통합이 추진된다면 자신들이 요구 사항이 또 한 번 거부될 것을 두려워한 오로모 종족의 젊은 세대들이었다.

한때 에티오피아의 정권을 잡았던 ‘티그리 인민 해방 전선(Tigrayan People's Liberation Front)’의 지도자도 아비 총리의 구상을 모호한 정책으로 치부해오고 있다. 이 단체는 총리가 새로 탄생시키려고 하는 정당에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아비 총리는 자신의 비전이 국가의 번영에 이바지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으며, 많은 지지자들도 그의 구상이 이 국가의 뿌리 깊은 인종적·종교적 갈등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비 총리에게 노벨평화상이 돌아간 이유> BBC분석

▶ 그가 에리트레아(Eritrea)와 양국 간의 오랜 분쟁을 끝내고 외교 관계 정상화를 이룩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 그는 많은 국민들에게 잘 살 수 있다는 희망과 밝은 미래를 제시하는 중요한 개혁 작업을 시작했다.

▶ 그는 민주주의 강화를 약속했다.

▶ 그는 지역 내 다른 평화와 화해 협력을 위해 노력해왔다.

dtpchoi@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