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법리스크'에 발목 잡힌 삼성…재·학계 한 목소리로 비판
또 '사법리스크'에 발목 잡힌 삼성…재·학계 한 목소리로 비판
  • 정예린 기자
  • 기사승인 2020-06-04 15:40:43
  • 최종수정 2020.06.0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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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수사·영장…檢심의위 제도 의미 훼손"
사상 초유 경제 위기 속 '사법 리스크'…"우리 경제에 악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해 10월 2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2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라는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년 4개월 만에 다시 구속 위기에 처했다. 재계와 학계에서는 검찰의 갑작스러운 구속영장 청구가 무리한 행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삼성 내부에서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4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자본시장법 위반, 주식회사 등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측이 기소의 타당성을 판단해 달라며 검찰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지 이틀 만이다. 

지난 2018년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된 심의위는 검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꺼내든 자체 개혁 방안이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외부 전문가들이 수사 절차 및 결과에 대해 심의한다. 

이날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이 부회장 측이 심의위 소집 요청에 따른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뤄져 논란이 일었다. 해당 제도 도입 이후 심의위 부의 여부를 심의하기도 전에 구속영장 청구 등 수사 일정을 강행한 것은 이 부회장 사건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와 학계에서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하자마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식이라면 이런 제도는 도대체 왜 있는 것이냐”며 “피의자의 억울함을 호소할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무리한 수사에 무리한 영장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며 “자존심이 상했다는 이유로 검찰이 오기를 부린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검찰이 국민의 신뢰 제고를 위해 해당 제도를 마련했으나 이를 신청했음에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검찰이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심의위원회를 신청하면 관련 절차가 끝난 뒤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관례인데 검찰이 이틀 만에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수사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면서 무리수를 뒀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사실 1년 8개월 동안이나 끌어온 수사인 만큼 검찰이 필연적으로 무리를 해서라도 기소를 할 것으로 봤다. 다만 예상보다 빨리 진행된 것뿐”이라며 “영장심사 결과에 대해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이 부회장의 경우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도 없기 때문에 불구속 기소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어 “약 2년간 이어져 온 수사가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인데, 그동안 내놓지 못했던 결정적 증거가 갑자기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건은 합병 비율이 문제라는데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른 것이고,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건은 상장 당시에도 금감원 등이 문제가 없다고 했고, IFRS 해석과 관련해서도 이미 전문가들이 모여 문제없다고 승인한 건을 이제 와서 분식 회계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초동 사옥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서초동 사옥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비롯한 미중 무역분쟁 등 계속되는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삼성이 사법 리스크에 발목 잡혀 기본적인 경영마저 어려워지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삼성 내부에서도 계속되는 ‘사법 리스크’에 따른 피로감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삼성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지난 2016년 말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해 이 부회장이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뒤 올해로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석방 이후 각종 대규모 투자 방안을 발표하고 현장경영을 이어오며 사상 초유의 경제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설치, 대국민 사과 등을 실시하며 변화의 의지도 강하게 내비쳤다. 

그러나 경영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시기에 연이은 재판과 소환 조사 등으로 이 부회장 본인은 물론 임직원들까지 함께 불확실성 속에 놓여있다. 이미 1년여간 총수 공백을 경험한 바 있는 삼성으로서는 경제 불황 속에서의 총수 부재는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지만 코로나19 사태 중에 삼성이 보인 역할과 기여를 감안하면 이는 국민 여론에도 어긋나는 결정”이라며 “도대체 언제까지 과거에 발목이 잡혀 있어야 하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도주의 우려도 전혀 없는 이 부회장에 대해 굳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우리 경제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위키리크스한국=정예린 기자]

 

yelin0326@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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