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尹은 秋의 직권남용 공범인가
[WIKI 프리즘] 尹은 秋의 직권남용 공범인가
  • 윤여진 기자
  • 기사승인 2020-07-13 17:46:24
  • 최종수정 2020.07.13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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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지휘권을 위법하게 남용한 추미애와
지휘권을 포기하며 피해자를 바꾼 윤석열
그리고 '장관 지휘를 받는 검사'라는 변종
이들 모두 직권남용 공범이라는 '소수의견'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서 지휘를 배제한 수사지휘를 사실상 수용한 지난 9일, 관용차량에 탑승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서 지휘를 배제한 수사지휘를 사실상 수용한 지난 9일, 관용차량에 탑승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총장 지휘권을 박탈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가 직권남용이라면 윤석열 총장 역시 공동정범이라는 소수의견이 여기 있다. 이때 직권남용 상대방은 이른바 '검언(檢言)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평검사들이다. 

◇ 피해자는 누구인가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일반적 사건'과 '구체적 사건'으로 나눈다.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감독자이지만, 법무행정이 아닌 수사에선 일선 검사를 직접 지휘하지 못한다. 총장은 검사를 직접 지휘하고, 검사는 그 지휘를 따를 의무가 있다. 때문에 검사는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직접 지휘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하지만 윤 총장은 '지휘회피'를 선언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수사팀 검사도 결과적으론 장관의 지휘를 받는 모양새가 됐다. 장관과 검사 중간에 총장이 사라진 구도에선 '장관 지휘를 받는 검사'가 생겨난다. 수사 결론이 정해졌다. 추 장관은 이미 지난달 18일 국회에 출석해 이 사건을 '감찰사안'이라 말했다. 

검언유착이 있었고, 강요미수죄로 처벌하겠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직권남용 상대방은 존재하지 않는다. 수사팀에서 수사는 독립적이었다고 말하는데 장관의 수사지휘권 남용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수사팀장 격인 정진웅 중앙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는 지난 7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수사과정에서 다수의 중요 증거를 확보해 실체적 진실에 상당 부분 접근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윤 총장에게 남은 카드는 '비틀어보기'였다. 피해자는 수사팀 검사가 아닌 자신이란 얘기다. 검사는 수사권을 가지는 단독관청이지만 독립관청이 아닌 까닭에 수사지휘를 받는다. 때문에 수사지휘권은 총장의 영역이다. 그런 권한을 박탈당했다면 직권남용을 주장해볼 수 있다. 

지난 9일 대검 대변인실은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서 쟁송 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은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 발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게 됨"이라고 했다. 형성적 처분이란 본래 행정법 개념으로,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행정처분을 말한다. 추 장관이 총장의 지휘권을 인정하지 않은 즉시 수사팀은 독립적으로 수사를 시작했다는 얘기다. 동시에 수사 결과는 총장이 아닌 장관이 책임져야 한다는 걸 뜻한다. 

피해자를 달리 본 윤 총장의 접근은 다소 거칠다. 검찰청법 제12조 제2항은 "검찰총장은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말한다. 이 조항에 따르면 지휘회피 역시 수사지휘의 하나다. 지휘박탈을 장관이 명한다 해도 지휘회피를 총장이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검찰청법은 보장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장관이 부당한 지휘를 한다면 총장은...

결국 검찰청법 제8조와 제12조가 합해지면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직접 지휘받지 않을 권리'를 방해한 건 장관과 총장 모두다. 이같은 법리에 힘을 보태는 건 검찰 출신 형사소송법 권위자 이완규 변호사다. 

이 변호사는 지난 2016년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한국형사소송법학회가 공동으로 진행한 학술대회에서 검찰청법 제8조를 검토했다. 연구 결과가 실린 '검찰제도의 비교법적 검토를 통해서 본 한국검찰의 나아갈 방향'에는 장관이 부당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때 총장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히 나와 있다. 

먼저 이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이 합법적인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 검찰총장은 "합법인 한 그 타당성이나 적절성 여부에 관한 사유로 지시를 거부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따르면 부당한 지휘였던 경우에도 검찰총장은 면책되는가"라며 장관과 총장이 공동책임을 지는지 따졌다. 

이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만을 지휘한다는 것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행사에 대하여 그 지휘의 합법성이나 타당성 여부를 검찰총장이 스스로의 책임하에 검토하여야 할 의무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장관에게 부여된 구체적 사건에서의 수사지휘권은 총장 역할을 전제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변호사는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의 지시를 받아들여 일선 청에 그 지시를 하는 경우 이는 법무장관의 지시를 단순히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총장 자신의 지휘로서 지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 의견대로라면 윤 총장은 본인의 지휘권을 배제한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중앙지검에 전달한 것이 아니라 지시한 것이 된다. 지휘회피는 저절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선택과 선언의 결과라는 얘기다. 형성적 처분은 애초 존재할 수 없다. 이 변호사는 기자와 통화에서 "총장 지휘권을 박탈한 수사지휘권 발동은 위법부당한 지시이므로 윤 총장이 따를 필요가 없다. 형성적 처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사장회의에서 지난 6일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 중 검찰총장 지휘감독 배제 부분은 사실상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것이므로 위법 또는 부장하다"는 결론이 나온 이유다. 

돌고 돌아 '그렇다면 피해자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이 남는다. 그 해답은 수사팀 내부에 있다. 실제 정 부장검사는 평검사들과 범죄성립을 두고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정 부장검사는 윤 총장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에게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평검사들 의견을 제쳐두고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겠다고 이성윤 중앙지검장에게 보고해 승인을 받았다. 이 지검장은 지난해 9월 '조국 수사'에서 윤 총장을 배제하자고 대검 지휘책임자 한 검사장에게 제안한 인물이다. 추 장관은 그런 인물을 차기 총장 후보로 꼽히는 중앙지검장직에 앉혔다.

검언 사이에 유착이 있다고 수사팀장이 단정하는 사이 '단순 언론의 일탈이 존재했을 뿐'이라는 본 평검사의 수사 결론는 침해받은 것이 된다. 실제 소관 지휘부서였던 대검 형사부 소속 과장과 연구관 전원은 강요미수 혐의 적용은 어렵다고 의견을 모아 보고서를 작성했다. 피해자는 윤 총장이 아닌 수사팀 평검사들이다. 

◇ 재판만 간다면... '블랙리스트' 大法 판결

문제는 평검사 중 누군가 '장관으로부터 직접 지휘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받았다며 추 장관과 윤 총장을 직권남용 공범으로 고소한다 해도 승산이 있느냐는 점이다. 일단 추 장관 논리라면 이 사안에선 수사에 관여한 '윗선'은 모두 지휘를 회피해야 한다. 그래야만 재판에 넘길 수 있다. 

재판만 가면 가능성은 없지 않다. 법원엔 지난 1월 30일 대법원이 고안한 최신 직권남용 판례 '블랙리스트' 사건이 있다. 다만 단서는 다수의견이 아닌 소수의견이다. 소수의견 요지는 '직권남용 범죄에서 검사는 과정이 아닌 결과를 기소하라'는 것이다. 수사지휘권 배제는 과정이고, 수사권 침해는 결과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기소된 사건에서 검사가 문제 삼은 건 '좌파예술인' 지원배제가 아니었다. 대신 그러한 지원배제를 가능케 한 중간 과정을 범죄대상에 올렸다. 대통령 뜻에 따라 청와대가 독립기구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심의에 개입한 건 직권남용이란 주장이다. 

이 주장을 다수의견은 받아들였지만 몇몇 재판관은 거기에 보충의견을 달았다. 노정희 대법관과 안철상 대법관은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문화예술인 등이 부당하게 문화예술기금 등의 지원에서 배제된 사실에 있으므로, 이들에 대하여 지원배제를 함으로써 이들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행위 또는 이들에 대하여 지원배제의 처분이나 의결을 하게 한 행위를 소추하는 것이 기본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검사가 문화예술인 등에 대한 문예기금 등 지원배제라는 중대한 결과를 발생시킨 행위를 소추하지 않고 관련기관의 직원들에 대한 명단 송부 등 지원배제 과정에서 이루어진 행위를 소추하였다"고 공소사실 자체를 따지고 들어갔다. 직권남용을 인정하지 않았던 검사장 출신 박상옥 대법관도 별개의견에서 같은 취지로 주장했다. 

이들 세 명 대법관은 왜 검사의 기소 대상이 잘못됐다고 했을까. 직권남용 '최종 행위'가 아닌 '과정의 행위'만 법정에 선 탓이다. 이렇게 되면 '최종 행위'에는 직권남용 공범이 되는 공무원들이 '과정의 행위'에선 피해자가 돼 면책된다. 공무원들이 '영혼 없는 결정'을 해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게 된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그 상대방에 따라 각각의 죄가 성립하는 것이므로, 과정의 행위를 한 사람은 최종행위에 대해서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공범이 될 수 있고 과정의 행위와 관련해서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상대방이 될 수 있다"(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 안철상·노정희 보충의견, 73쪽)

윤 총장 지휘회피에는 영혼이 담겼을까. 법을 공부하는 이들 사이에서 형사소송법 전범으로 여겨지는 고(故) 이재상 교수는 '형사소송법'에서 이 영혼을 '인격과 소신'이라 달리 말한다. 

"(검찰청법 제8조는) 검찰총장을 완충대로 하여 행정부의 부당한 간섭을 방지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이로 인하여 검사의 독립성은 오로지 검찰총장의 인격과 소신에 의하여 좌우되는 결과가 된다"(형사소송법, 이재상, 99면)

다시 물음이다. 윤 총장은 피해자인가, 아니면 부당한 수사지휘권을 남용한 추 장관의 공범인가. 대법원은 이미 소수의견이지만 6개월 전 답을 내놨다. 이제 필요한 건 '피해자는 존재한다'는 수사팀 평검사들의 외침이다.

◇ '검언유착' 의혹이란

얼마 전까지 종합편성채널 <채널A> 소속이던 이동재 기자가 코스닥 상장사 '신라젠'의 주가조작 의혹을 취재하면서 이 회사 대주주를 지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측을 만나 총장 최측근 검사장을 뒷배로 연루된 범여권 인사 명단을 내놓으라고 강요했다는 의혹이다. 이 기자가 요구한 명단엔 노무현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작가가 포함돼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해당 검사장을 윤 총장 임기 초반 특별수사를 총괄한 한동훈 검사장으로 특정하고 그를 강요미수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범죄 구성'에 수사팀과 대검이 의견대립이 있다고 보고 자문단 회부를 결정했다. 추 장관 수사지휘 골자는 윤 총장이 이 결정을 번복하고 해당 사건을 더는 지휘하지 말라는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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