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코로나19 겹칠 경우 '트윈데믹' 현상 우려
정치권에서 전국민 대상으로 무료 독감 백신 예방접종을 실시해야 한다는 논의가 뜨겁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백신 제조 업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고개를 저은 것으로 알려졌다. 충분한 독감 백신 제공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트윈데믹'(Twindemic : 코로나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것) 발생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17일 의료업계에 따르면 독감은 코로나19 증상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바이러스가 비말로 전파되며 발열·기침·근육통 등의 초기 증상을 보인다. 의료진 역시 독감과 코로나19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업계는 이로 인해 최악의 경우 비슷한 두 질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현상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일부 커뮤니티에선 이러한 이유로 '독감 주사를 맞아야 하는 이유'란 글을 통해 독감 백신 접종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야당은 어제(16일) 코로나사태 대응을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 사업으로 전국민 독감백신 무료 접종을 제안했다. 야당은 "1000억 원 안팎으로 무료 접종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전 국민이 독감 백신을 제공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독감 예방접종을 위해 확보된 백신 물량은 3000만 주 가량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무료 접종 대상인 만 62세 이상 노인과 아동·청소년에게 1850만 주가 배정된 상태다.
나머지 1150만 주는 자부담인 3만5000~5만 원 수준에서 접종이 이뤄질 계획이다. 추가로 백신을 생산할 경우 품질검증까지 약 6개월이 소요된다. 지금 당장 생산하더라도 내년 1월이나 돼서야 추가 물량 공급이 가능하단 이야기다.
더욱이 국내에선 SK바이오사이언스만 세포배양 방식으로 독감 백신 생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다국적제약사로부터 주문받은 코로나19 백신 생산 계획이 잡혀있어 생산 일정 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졌다.
백신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전국민 독감 백신 접종은 불가능한 얘기"라면서 "이미 올해 독감 백신 생산이 마무리되고 포장까지 끝났기 때문에 지금 생산한다고 해도 올가을, 겨울 안에는 공급할 수 없다. '트윈데믹'에 대비해 무료 접종 대상자는 반드시 독감 백신을 맞아두는것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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