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채권단에 끼어 잠 못 이루는 HMM 배재훈 사장
노조‧채권단에 끼어 잠 못 이루는 HMM 배재훈 사장
  • 임준혁 기자
  • 승인 2020.12.22 18:03
  • 수정 2020.12.22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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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8천억원대…10년만에 흑자전환
사측 연봉 인상안에 선원들 반발 파업 예고
산은 등 채권단 우회적으로 수습종용 ‘골머리’
배재훈 HMM 대표이사 사장 [사진=HMM 제공]
배재훈 HMM 대표이사 사장 [사진=HMM 제공]

HMM(옛 현대상선) 배재훈 대표이사 사장이 파업을 예고한 노조와 채권단 사이에 끼어 밤잠을 설치고 있다.

HMM이 1976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선원 파업을 예고하고, 이에 채권단인 산업은행(산은)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HMM의 노사갈등에 재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2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 노사는 오는 23일(1차)과 29일(2차) 조정신청 결과를 앞두고 있다. HMM해원연합노동조합(이하 ‘HMM 해원노조’)은 지난 1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제출했는데, 사측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이후 노조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관련법인 선원법상 운항 중이거나 해외 항만에 기항하는 선박은 파업이 불가능하지만 국내에 정박 중인 선박은 파업을 할 수 있다.

HMM 소속 직원은 크게 배를 타는 선원과 육상 직원으로 나뉜다. 이들의 임금은 각각 6년과 8년 동안 동결된 상태다. 육상노조 역시 중노위에 조정신청을 한 상황이다. 올해 HMM 사측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1% 연봉 인상안을 제시한 데 따른 불만이 터진 것이다.

HMM은 해상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2015년부터 임금을 동결해왔다. HMM 해원노조는 임금이 동결된 6년의 기간을 고려해 달라며 8% 정도의 임금인상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30억 원 안팎이 될 것이라고 노조는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이 올해 거둘 영업이익 전망치는 평균 8210억원으로 파악된다. 2010년 이후 10년 만에 영업흑자를 내는 것이다. 매출은 6조1965억원으로 2019년보다 12.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정근 HMM 해원노조 위원장은 “HMM은 지난 6년 동안 임금을 동결했고 배에 머무를 때 필요한 식비도 10년 넘게 동결해왔다”며 “직원들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실적 회복을 위해 노력해 왔는데 회사 측이 제시한 인상안은 직원들을 기만하는 수준이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HMM은 컨테이너 설비와 선박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며 “이 설비들이 원활하고 안전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경력과 기술을 갖춘 고급 인력들에도 당연히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HMM의 노사갈등이 이처럼 일촉즉발의 상태를 보이면서 2019년 사장에 오른 뒤 올해 흑자전환을 이끈 배재훈 사장의 경영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 사장이 임금인상안을 놓고 노조와 채권단 양쪽을 모두 설득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며 “HMM이 흑자를 바라보는 상황에서 그동안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고통분담을 해온 노조의 기대가 높아진 현 상황에서 배 사장으로서는 채권단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 사장은 2020년 신년사에서 ‘직원 행복이 바탕이 돼야 고객이 기대하는 이상의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다’며 직원들의 복지를 강조해왔다”며 “이번에 노조와 갈등을 빚으면서 소통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채권단의 행보다. HMM 안팎에서는 노사가 중노위 조정결과에 합의하더라도 산은·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채권단이 반대하면 협상이 무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설사 중노위 조정결과를 (채권단에서)받아들인다 해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사측인 HMM과 노조측이 임금협상안에 합의를 본다고 하더라도 채권단이 거절하게 되면 합의안은 무산된다. 배 사장으로서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설득해 합의점을 찾아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실제 산은은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HMM 노사 간 임금협상과 관련해 향후 쟁의 행위에 따른 해운물류 차질 가능성 등이 제기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2018년 이후 HMM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규모 공적자금이 지원된 점, 국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원활한 해운물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인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채권단이 경영정상화 달성 시까지 임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기로 노사 간 합의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채권단이 그동안 천문학적인 지원을 쏟아부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지난 2016년 7월 1조2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추진해 HMM의 최대 주주(현 보유지분율 17.42%)가 됐다. 그 이후로도 해운업황이 살아나지 않으면서 영구채 발행을 통해 2018년 말부터 2조6800억원을 지원했다. 기존 빚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과 영구채 직접 지원을 합하면 3조8800억원에 이른다. HMM이 상환해야 할 부채가 상당하기에 올해 말 종료 예정인 MOU는 재연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노사갈등 문제를 두고 산은이 이례적으로 직접 입장을 발표한 데 대해 회사와 배 사장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수년간 산은이 회사의 임금·단체협약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적은 HMM과 한국지엠(GM) 등 2차례뿐이었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임금·단체협약은 주주라고 해서 관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기본적으로 사측과 노조가 알아서 원만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 나오는 HMM 임금협상 관련 노사갈등 이슈가 워낙 커서 주주로서 입장문을 낸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글로벌 선복 변동성으로 국내 수출 기업이 많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는 보도자료의 내용 그 이하, 이상도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HMM은 임금협상에 역량을 집중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HMM 관계자는 “노조의 의견을 모아 앞으로 있을 조정 과정에서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노위의 1차 조정신청 결과를 코 앞에 두고 강경투쟁을 예고한 노조와 우회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채권단 사이에서 배 사장의 연말은 그 어느 때보다 암울할 전망이다.

[위키리크스한국=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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