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조선업계 해묵은 후판가 협상안 진통 예상
철강-조선업계 해묵은 후판가 협상안 진통 예상
  • 임준혁 기자
  • 승인 2021.01.07 16:48
  • 수정 2021.01.07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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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철광석·제품 가격 상승 감안 톤당 5만원 인상 요구
조선업계, 작년 말 몰아치기 수주, 업황 회복 시기상조론 제기
현대제철 .
현대제철[ 사진=현대제철 제공]

선박의 주재료인 후판(厚板·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을 놓고 수년째 이어져 온 국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소모적인 협상이 올해도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업체에 후판 가격을 톤당 5만원 인상(현재 톤당 60만~7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조선업체가 이번 협상에서도 소폭 인하나 동결을 추진하는 것을 감안하면 양측 간 힘겨루기로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철강업계의 원재료비 및 철강소재의 가격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후판가 인상안 추진과 조선시황 회복이 아직 시기상조이며 원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조선업계의 반론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다만 여건은 철강업계에 썩 나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후판의 원재료로 쓰이는 철광석 가격 상승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톤당 165.29달러(약 18만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 톤당 80.38달러(약 8만7000원)에 그친것에 비교하면 2배 이상 급등한 수준이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치면서 철광석 수요가 급증한 반면 주요 철광석 수출국인 호주, 브라질은 생산 차질로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다.

철광석 수출입 운송에 투입되는 벌크선 운임 상승세 역시 제품가 인상 요인이다. 철광석을 실어나르는 벌크선의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달 24일 1366포인트를 기록했다. 1월 6일 기준으로 BDI는 1425포인트(p)를 기록해 전일 대비 7포인트(p) 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락세를 보였던 벌크선 운임은 연말 들어 중국을 중심으로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상승세는 주요 국가들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따라 올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철강재 수요가 뒷받침된 철광석 가격 상승세와 더불어 수요 역시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등 상황이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도 후판가 인상 당위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철강소재 주요 수요처인 중국을 비롯한 미국, 유럽 등의 수요가 식지 않고 있는 데다 고로(용광로) 업체인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판재류 제품 가격 인상을 지속 진행하는 등 가격이 회복되고 있다.

포스코 등은 열연 강판 등 주요 제품가격을 인상하면서 그간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았던 조선용 후판 가격도 기필코 올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지금의 후판 가격이 최고점을 찍었던 2008년 110만원대에 비해 반 토막 수준이란 점에서 가격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제품과 관련한 국제 시황이 오르고 있다. 열연제품의 경우 지난 달 톤당 7만원이 인상됐고, 이 달에는 톤당 인상액이 8만원으로 상승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사실상 열연 등 주요제품 공급가격이 오르면 선박용 후판가도 따라 상승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선산업 사정도 점차 호전 기미를 보이면서 철광석 가격 상승분을 이제부터 어느 정도 반영시킬 예정으로 원료 인상에 따른 가격 전가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철강업체들의 인상 강행 추진에 조선업체들은 당장 후판 가격 인상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이뤄진 몰아치기 수주에도 선가가 여전히 낮은 데다 수주 이후 약 2년 뒤 배를 인도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연초에 바로 가격을 올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조선업계는 후판값 인상에 따른 재무악영향을 우려한다. 저가수주로 수익성이 좋지 않은 시점에 원화강세 타격이 클 수 있단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침체지속상황에서 선박건조원가의 약 20%를 차지하는 후판가격 상승으로 수익성 감소 및 수주경쟁력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계에선 겉으로 봤을 때 최근 대형 조선사가 수주 릴레이를 한 것을 놓고 조선시황이 회복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시황이 전성기때로 완전히 회복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조선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에서 (조선 시황이)회복되는 신호를 보이는 만큼 그동안 인상분을 반영하겠다는 식의 협상 자세를 보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시기상조”라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수주 회복세에 편승한 ‘분위기’ 혹은 ‘기류’로 후판가격 협상이 이뤄지지는 않는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 관계자는 “후판 사업에서 수천억 원 적자를 보면서도 조선업계의 어려운 여건을 감안해 인상 폭을 최소화해왔다”며 조선업계의 가격경쟁 유도에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철강업체들은 지난해 원가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제대로 반영시키지 못한 만큼 올 상반기 반드시 가격 인상을 관철시킨다는 입장이다.

후판가격 인상 협상을 놓고 수면위로 다시 부상한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갈등은 협상 테이블에 앉은 실무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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