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시대] 저커버그는 ‘착한 부자’가 될 수 있나?
[메타버스 시대] 저커버그는 ‘착한 부자’가 될 수 있나?
  • 정숭호 칼럼
  • 승인 2021.10.19 07:06
  • 수정 2021.10.19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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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왼쪽)와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 [AP=연합뉴스]
저커버그(왼쪽)와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 [AP=연합뉴스]


페이스북 창업 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사업가로서의 도덕성을 의심 받는다는 최근 기사들을 읽으면서 그를 미국 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 속의 메타버스인 ‘오아시스’ 개발자의 한 명이자 ‘착한 부자’인 ‘오그던 모로’와 비교하고 싶어졌다.

지난 9일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는 “페이스북이 평판 회복 불능의 지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공격했다. 같은 날, 역시 영국 매체인 가디언도 “페이스북은 소셜 네트워크가 아니라 ‘안티 소셜 네트워크’”라고 비꼰 후 “거대 테크기업들이 거대 권력을 축적할 수 있었던 시대가 감사하게도 막을 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보다 앞서 미국 월드스트리트저널은 거의 한 달에 걸친 심층보도를 통해 페이스북과 저커버그를 집중 타격했다.

미국과 영국 언론이 페이스북과 저커버그를 공격하는 사이 미국 상원은 페이스북이 도덕적으로 파산했다고 주장하는 내부고발자 청문회를 열었다. 페이스북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를 지낸 프랜시스 하우겐(37)이 내부고발의 주인공이다. 그는 페이스북의 ‘계열사’인 인스타그램이 10대들의 정신 건강을 해치는 걸 알면서도 페이스북 경영자들이 방관했고, 페이스북이 정치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을 특별 관리하며 이들의 가짜 뉴스 게시물에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 담긴 페이스북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한 달 간에 걸친 월스트리트저널의 심층보도는 이 문건을 바탕으로 제작됐으며, 미 상원 청문회는 이 문건에 담긴 페이스북의 ‘추악한’ 면모를 확인하기 위해 열린 것이다.

2015년에 나온 미국 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은 1992년에 나온 『스노크래시』와 함께 메타버스의 경전(經典)으로 받들어진다. 메타버스를 개발한 세계 IT관계자들은 이 두 소설에서 영감을 얻었다. 메타버스를 소재로 처음 글을 쓰는 사람들은 글머리에 반드시 이 두 소설을 언급한다. 그러지 않으면 메타버스의 세계를 설명하기 쉽지 않다. 

『스노크래시』 작가 닐 스티븐슨은 이 소설에서 메타버스라는 개념과 어휘를 만들어 사용했다. 『레디 플레이어 원』을 쓴 어니스트 클라인은 스티븐슨에게서 물려받은 메타버스 개념에 1980년대 미국 대중문화-게임, 음악, 영화 등등-를 녹여 넣어 메타버스와 아바타를 대중화시켰다.

메타버스 세계의 경전이 된 소설 『스노크래시』와 『레디 플레이어 원』
메타버스 세계의 경전이 된 소설 『스노크래시』와 『레디 플레이어 원』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클라인의 종횡무진한 상상력에 감탄, 『레디 플레이어 원』을 영화로 만들어 메타버스 기업의 출현을 앞당겼다. 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이 나오지 않고, ‘천재’로 불리는 스필버그가 영화로 만들지 않았더라면 메타버스는 지금처럼 세계 IT기업의 주목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레디 플레이어 원 Ready Player One’은 게임용어다. 두 사람이 대결하는 비디오게임에서 먼저 할 사람에게 게임 시작을 준비하라는 신호다. ‘스노크래시 Snow Crash’는 마약이나 통제불능의 컴퓨터바이러스를 일컫는다.)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영감을 받은 IT 관계자에서 마크 저커버그를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지난 7월 페이스북을 향후 5년 내 메타버스 기업으로 변신시키겠다고 선언했을 때 그의 머릿속에는 이 소설이 묘사한 메타버스가 들어 있었던 게 분명하다. 3차원 영상을 망막에 바로 쏘아주는 ‘고글’과 가상의 현실에서 실재와 같은 촉감과 운동감을 느끼게 해주는 ‘헵틱장비’를 써야만 메타버스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저커버그의 개념은 『레디 플레이어 원』에 이미  제시된 것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권선징악의 구도로 펼쳐진다. 가난한 집 출신으로 게임에 빠졌으나 성정은 곧고 바른 10대 소년 웨이드가 오그던 모로의 도움을 받아 오아시스를 돈만 아는 괴물기업으로부터 지킨다는 게 기본 골격이다. 괴물기업은 오아시스를 장악해 모든 가입자 정보를 빼내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그들로부터 뺐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빼앗기 위해 웨이드와 여자 친구를 해치려 하지만 오그던 모로가 개입하는 바람에 실패, 파멸하고 만다. 
 
청문회가 열린 날 저커버그는 모든 의혹에 “사실과 크게 다르다”는 내용의 메모를 공개하며 반론을 제시했으나 바로 그날 그의 자산 중 무려 59억 달러(약 7조원)가 증발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과 와츠앱 등 계열사 서비스망에 여섯 시간 이상의 접속 장애까지 발생해 페이스북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내부고발과 청문회 등으로 광고 중단을 검토한 페이스북 광고주들이 많다는 보도도 나왔다. 저커버그의 도덕성에 대한 의심, 페이스북 경영에 비윤리적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주가하락의 진정한 이유인 것이다.
 
한때는 세계 1위, 지금은 세계 4위의 부자인 저커버그가 현재 처한 역경을 극복, 『레디 플레이어 원』의 주인공을 도왔던 오그던 모로와 같은 이미지를 구축할 것인가, 아니면 가입자들의 정보를 주물러 가입자들을 ‘노예화’하는 괴물기업의 최고경영자로 낙인찍힐 것인가 궁금하지 않은가? 

** 페이스북과 저커버그를 공격하는 대열에는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58)도 들어 있다. 평화상 수상자로 발표된 바로 다음날 레사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증오와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 데 실패한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서비스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팩트에 앞서서 분노와 증오가 섞인 거짓이 확산되도록 하는 일을 우선했다. 소셜미디어에 기반한 온라인 공격에는 목적이 있다. 목표가 설정되면 SNS는 무기처럼 사용된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2016년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두테르트를 미화하는 가짜 계정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데도 페이스북이 방치해 두테르트의 당선을 도왔으며 결과적으로 필리핀의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후퇴시켰다고 비난한 것이다. 레타는 “저커버그는 오직 숫자,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다”고도 비난했다.

/ 정숭호 메타버스 인문경영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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