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률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복만이의 화물차’에는 부조리한 세상에서 생활의 무게에 짓눌려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흔히 소설·영화보다 현실이 더 각박하다고들 표현하는데 그런 현실을 다시 소설에 담아냈다. 주인공들의 힘겨운 삶 속에서 남은 건 애정과 연민 뿐. 작가는 그럼에도 봄이 오는 희망을 꿈꿀 수 있는지 독자에게 묻고 있다.
여섯 개의 중단편 중 첫 편인 ‘복만이의 화물차’에서 시간강사인 ‘나’는 방학이면 대리기사도 마다하지 않으며 근근이 살아간다.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을 손님으로 태운 일에 자괴감을 느낀 나는 매필(賣筆)을 하게 되고 신념의 힘을 넘어서는 생활의 어려움을 느낀다. 나에게는 학생운동을 같이 했던 복만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복만 역시 삶의 무게에 눌려 많이 변해 있다. 복만은 공장에서 일하다가 손가락이 절단되고 아내인 나의 누이동생과 이혼까지 했다. 산재보험금을 위자료로 지급하고 화물차 운전으로 업종을 바꾼 복만을 보자니 나는 세상살이가 쓸쓸하고 서글프다고 느낀다.
소설가 고원정은 이 책에 대해 "생각보다 더디더라도 기대만큼 화사하지 않아도 봄은 온다. 하늘이나 권력의 시혜가 아니라 우리끼리 맞잡은 손의 따뜻함으로 결국 봄은 온다. 이런 믿음이 없이는 날고기의 피비린내 가득한 고광률의 소설집을 차마 덮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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