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진단] 줄리안 어산지의 기소는 언론자유의 중대한 침해
[WIKI 진단] 줄리안 어산지의 기소는 언론자유의 중대한 침해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8.11.22 07:33
  • 수정 2018.11.2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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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ndictment of Julian Assange - Threat to Press Freedom
아프가니스탄 비밀문서를 폭로하는 줄리안 어산지. [EPA=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비밀문서를 폭로하는 줄리안 어산지. [EPA=연합뉴스]

언론·종교·집회의 자유를 규정한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가 진정한 의미를 지니려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되고, 불순한 소스로부터도 공익에 합당한 정보를 습득할 권리가 포함되어야 한다.

“나는 위키리크스를 사랑합니다.”

2016년 대통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는 이렇게 선언했었다. 이제 줄리안 어산지는 트럼프가 말했던 ‘사랑’의 의미를 바로 알게 되었다. 그것은 은밀한 형사 기소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수정헌법 제1조가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이는 난해한 선문답에 불과할 것이다.

먼저, 어산지는 오바마 행정부가 틈만 보이면 자신을 바로 낚아챌 것이라고 확신을 하고,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스스로를 하염없이 가두는 길을 선택했다.

이후 힐러리 로댐 클린턴이 ‘가학적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자)’라 믿고 대통령 선거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러시아가 해킹한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이메일을 폭로했다.

이제 어산지가 그 탄생에 일조를 한 정권, 고문과 강제송환을 실제적으로 지원하는 진정한 소시오패스 대통령이 이끌고 있는 그 정권이 어산지에 대한 조치에 착수한 것이다. 그 것은 오바마 정권과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에릭 홀더가 일관되게 거부했던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 변화를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법무부의 파일을 통해 부지불식간에 드러난 어렴풋한 실마리들이 어산지에 대한 기소와 관련하여 감추어져있던 많은 내용들을 드러내고 있다.

기소 내용들은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해킹 조사와 관련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전에 폭로된 비밀문서들과 관련이 있는가?

많은 사람들은 후자가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산지와 관련한 뉴스가 엉성하게 흘러나온 것은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는 뮬러 특검 팀과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다. 이는 스파이 법(Espionage Act) 하에서 한 출판업자에 대한 전례가 없는 기소에 해당한다.

그렇지 않다면 보통의 형사 고소에 더 가까운 것인가?

진정한 기소 요건이 성립되는가, 아니면 트럼프 법무부가 단단히 결심을 하고 한 인물을 추적하고 있는 것인가?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만으로 충분하다. 흘러나온 자료를 보도한 출판업자에 대한 은밀한 기소는 모든 언론 매체들과 씽크 탱크, 연구기관, 대학, 그리고 시민운동가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경보음의 역할을 해야 한다.

물론 어산지 건은 손쉬운 문제는 아니다.

위키리크스를 설립할 당시부터 그는 골치 아픈 인물이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영원히 비밀에 묻혔을 익명의 폭로는 획기적이고도 역사적인 탐사보도의 역사를 바꿔놓았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내용들은, 폭로할 것과 그렇지 않을 것을 결정하는 어산지 자신의 독특한 동기와 어울려, 변호사들과 언론자유 옹호자들을 규합하여 지난 10년간 긍정적인 시간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언론인에 대한 폭넓은 공격 와중에 터진 어산지에 대한 기소는, 한때는 학문적 토론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심각한 비상사태를 만들고 있다.

어산지는 순수한 언론인이라 할 수 있는 것인가?

이 문제는 항상 논쟁의 시작과 끝을 이루었다. 뉴욕대학의 법학과 스티븐 길러스 교수가 최근에 발간한 본질적 통찰력을 지닌 책 「포화 속의 저널리즘 : 탐사보도의 미래 보장(Journalism Under Fire: Protecting the Future of Investigative Reporting)」에서 지적한 대로, 기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근 몇 년 사이 제출된 가장 진취적인 취재원 보호법은 위키리크스를 콕 집어서 분리시키고 있다. 그 ‘중요한 기능’이 ‘권한 없이……최초의 출처 자료’를 출간하는 역할을 하는 단체에 대한 보호는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상원의원인 척 슈머와 린지 그레이엄은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법’을 발의했지만, 통과 가능성이 묘연하다.)

길러스 교수는, 경계선은 ‘편집자의 판단’에 있다고 말한다. 위키리크스를 정상적인 언론이 아니라고 규정하는 요소는 무차별적인 자료 폭탄(document dump)에 있다. 이와 같은 논쟁 때문에 수년 동안 많은 전통의 언론 매체들이 위키리크스의 공공연한 행동주의 출판과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기존 언론들의 위험스럽고 비뚤어진 시각이다. 우선 한 가지 이유는, 어산지와 위키리크스는 의심할 바 없이 편집적인 판단을 시행하고 있다.

물론 때로는 무책임하고, 일방적이고, 되돌릴 수 없이 고집불통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편집의 영역과 판단에 해당하는 문제이다. 수집된 어떤 자료를 내보내고, 독자들을 위해 언제, 어떻게 편집해서 내보낼 것인지와 신분이 드러나서 불안해하는 취재원들의 보호 여부의 판단은 편집진의 몫인 것이다.

게다가 주요 언론사들과 탐사보도 비영리 단체들은 세계적으로 오래 전부터 위키리크스의 주요 접근 방식을 채택해왔다.

영국 에콰도르대사관에 억류돼 있는 줄리안 어산지. [AP=연합뉴스]
영국 에콰도르대사관에 억류돼 있는 줄리안 어산지. [AP=연합뉴스]

기존의 전통적 기사들과 더불어 흘러나온 자료들을 위해 안전한 접수창구를 마련하고, 광범위한 원 자료 데이터베이스와 자료들을 출간하고 있다. ‘뉴스 매체들’과 행동주의 자료 폭탄 사이의 간극이 무엇이든지 편집적인 판단은 절대적이고 독립적인 대상이 아니라 연속체라 할 수 있다. 하나의 공익적 자료에 대한 위협은 모든 자료에 대한 위협이 된다.

더욱 멀리 내다본다면, 수정헌법 제1조의 엄중한 조항, 즉 ‘의회는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어떠한 법률도 제정해서는 안 된다’는 조문은 스스로를 기자나 편집자로 규정한 사람들에 대한 보호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실제로, 1791년에 새로 연방을 구성한 미국이 수정헌법 제1조를 비준했을 때 분명한 직업으로서의 언론은 간신히 태동 단계에 있었을 뿐이다. 오늘날과 같은 언론의 모습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농부 세대들에게 ‘언론’은 다툼이 많은 혁명 이후 편집자들의 생태계를 의미할 뿐이었다.

인쇄업자들과 팸플릿 발행자들의 귀에 거슬리는 독설들은 오늘날 저널리즘의 규범과는 큰 차이가 있었으며, 투명성과 정치적 음모, 그리고 기업의 이익에 대한 논쟁은 트럼프 시대의 트위터 폭풍만큼이나 강력하고 일방적이었다. 그리고 거의 2백년이 지나 ‘펜타곤 문서’ 사건에서 대법원은 정부의 비밀에 대한 출판 권한을 지지했다.

이 ‘펜타곤 문서’ 사건은 작년에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를 통해 고무적이고도 정확하게 묘사했다. 위키리크스가 언론인지 아닌지의 판단은 순전히 출판으로 내려져야한다.

그러나 민주당 전국위원회 해킹 사건(DNC hack)이나 다른 위키리크스 문서들이 러시아의 더러운 공작의 도구로 활용되었다면 어찌할 것인가?

물론, 어산지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이메일 해커의 신원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의 이익을 위해 작용한 방대한 증거들을 고려하면 순진함을 가장했거나 냉소적인 거짓말을 했다는 넓은 스펙트럼의 어느 한 위치를 차지할 주장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해킹 자료들이 러시아의 선물이었다는 사실을 어산지가 알았다고 해도 이 경우는 전 세계의 탐사보도 언론인들에게 판이 커졌다는 사실을 의미할 뿐이다. 언론의 자유와 수정헌법 1조가 진실 폭로자들에게 의미 있는 조항이 되려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되고, 불순한 소스로부터 공익에 합당한 정보를 습득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다소 뒤틀린 시각에서 본다면, 어산지 자신은 트럼프 법무부의 기소에 대한 폭로를 기회로 여길 수도 있다. 스스로에 대한 시각을 투명성과 반제국주의 투쟁의 순교자로 규정하고, 에콰도르 대사관으로의 도피를 정당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 차원에서는 어산지나 트럼프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가치 있는 존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역사가 판단할 개인의 성품 문제에 속한다. 더욱 중요한 사항은 흘러나온 비밀 자료들을 보도한 출판인에 대한 은밀한 형사 기소라는 현재 시점의 현실이다. 탐사보도와 공익 언론인들의 유익을 고려한다면 언론 매체들은 최소한 기소 내용을 공개하고 기소의 적법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법정에서 주장하여야 한다. 제3국 대사관이라는 보루에 갇혀있는 어산지는 도주의 위험도 임박한 안전의 위협도 제기할 수 없다.

최근 몆 주 동안, 주류 언론들과 시민운동가들은 백악관 출입기자 짐 아코스타의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위해 떨쳐 일어났다. 이 싸움이 중요하기는 해도 규모면에서나 중대성에 있어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다. 여전히 베일에 싸여진 어산지에 대한 기소 건은 그대로 놔둔다면 미국 탐사보도의 근간을 위태롭게 할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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