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진단] 삼바 회계분식 본질 피해가는 증거은닉 수사와 '페카토 모르탈레'
[WIKI 진단] 삼바 회계분식 본질 피해가는 증거은닉 수사와 '페카토 모르탈레'
  • 조동근 칼럼
  • 승인 2019.06.17 15:12
  • 수정 2019.06.1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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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에서 그룹으로 향하는 검찰의 고강도 수사... 프레임 전환 논란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지 않고 주변을 맴돈다면 세상은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인가.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논리가 궁색하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분식 여부 수사가 바로 그 격이다.

회계분식이라는 문제의 본질을 피해 검찰의 수사가 엉뚱하게 '증거은닉'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 사태를 복기(復棋)해 보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작년 11월 삼성바이오에 대해 고의로 회계분식을 저질렀다고 판정하고 행정제재 처분을 내렸다. 삼성바이오는 즉각 증선위 판정과 제재에 불복하는 행정 소송을 제기하고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고의회계 분식 등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삼성바이오에 제재를 가하면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삼성바이오의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하지만 증선위는 이에 굴하지 않고 지난 2월 행정법원의 처분에 불복하고 항고했다.

그 후 5월 행정법원은 증선위의 항고를 다시 기각했다. 작년 11월 증선위 처분에 대해 행정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삼성바이오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본안 소송’에서 회계분식 여부에 대한 증선위와 삼성바이오 간의 불꽃 튀는 논리다툼이 기대되었지만 사태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1년 전 증거인멸’에 대한 수사가 그것이다.

검찰은 삼성전자와 삼성 바이오 임직원에 대해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삼성이 증거인멸을 시도했고 또 은닉했다는 작년 5월은 분식회계 재감리가 결정되고 1차 감리위원회가 열린 시점이었다. 증선위는 그 해 7월 5차 감리위원회를 열어 징계의 가닥을 잡고 11월에 공식적으로 회계분식 판정을 내렸다.

상식적으로 증거인멸이 의미를 가지려면 증거인멸로 증선위가 회계분식 판정을 내리는 데 애로를 겪었어야 했다. 하지만 삼성이 무엇을 인멸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것과 관계없이 증선위는 분식판정을 내렸다. 

증거인멸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간과해서 안 될 것은, 일부 특정 언론이 수사 진행 상황을 담은 ‘단독 기사’를 연이어 터뜨렸다는 사실이다.

취재원과 특정언론기관 간에 암묵적 공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끔 했다. 취재원의 ‘흘리기’성 추측보도는 예단을 낳고 일반 대중은 부지불식간에 이를 기정사실화한다. 그렇게 되면 객관적 증거가 아닌 여론의 향방에 의해 수사가 특정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로 위기감 증폭되는 삼성.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로 위기감 증폭되는 삼성. [연합뉴스]

증거인멸과 회계분식은 층위가 다른 문제

삼성 측은 왜 증거인멸이라는 무리수를 두었을까.

아마도 ‘별건(別件)수사’ 그리고 잦은 압수 수색에 대한 공포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미 공시된 회계 자료를 인멸할 수는 없다. 따라서 삼성바이오가 회계 자체를 숨기려 했다기 보다는 혹시 있을 수 있는 별건 수사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공개되면 문제 될 소지가 있는 자료를 은닉한 것으로 추측된다.

증거은닉이 화(禍)를 초래한 것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기업이 기밀유지상 일부 정보와 자료를 특별 관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증거인멸 수사는 회계 분식과는 별도로 진행되어야 한다.

회계분식 여부의 본질로 돌아가 보자.

작년 11월 증선위가 재감리를 통해 회계분식 판정을 내린 논거는 “삼성바이오가 2012년~2014년까지 자회사인 에피스를 지분법으로 회계처리하지 않고 연결대상(자회사로 처리)으로 처리한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바이오젠이 가진 ‘동의권과 콜옵션’에 비춰볼 때 에피스를 공동지배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증선위 주장이다.

하지만 에피스가 설립된 2012년에 삼성바이오 지분은 85%이고 이사회 구성도 삼성 4명 바이오젠 1명이었다. 더욱이 바이오젠은 에피스 설립 시부터 ‘지배력은 바이오로직스가 행사하고 있다’고 매년 공시했다. 따라서 2012년 설립 당시 자회사로 인식하고 연결회계 처리한 것은 문제가 없다.

또한 바이오젠의 콜 옵션을 ‘실질적인 권리’로 봐야 한다는 증선위의 주장도 설득적이지 않다. 이제 막 출발한 ‘실적을 내지 못한 회사’에서 콜 옵션이 갖는 의미는 제한된다. 콜 옵션은 협상에서 우위를 가진 바이오젠의 사실상의 기회주의적 행동의 결과다. 당장이 아닌 합작사가 성공하면 그때 가서 투자해도 늦을 것이 없다는 셈법이다.

콜옵션을 공시하지 않아 이재용 부회장에게 이득을 주었다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분명한 사실은 에피스가 신약판매 허가를 식약처로부터 받기 이전인 2015년까지 ‘콜 옵션’은 변수로 부상되지 않았다. 더욱이 2012~2014년에 삼성 바이오는 상장되지 않은 상태였다.

따라서 바이오젠 콜 옵션 공시가 “에피스 기업가치 폭락, 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 폭락, 제일모직 주가 폭락”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바이오젠의 콜 옵션 고의적 미공시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주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문제의 핵심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에 시현한 1.9조원의 이익이 분식이냐는 것이다. 삼성 바이오는 1.9조원 이익실현의 산출근거를, “회계처리 변경 전 손익 –0.16조원 + 에피스 지분평가액 4.54조원 - 콜옵션 부채손실 1.82조원 - 법인세 0.66조원”로 제시했다. 지분평가액은 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지위를 바꾸면서 생긴 1회성 평가익이며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를 부채손실로 평가해 문제될 것이 없다.

따라서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즉 상장폐지를 면하기 위해 관계회사로 변경처리 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삼성 바이오는 2016년에도 이익을 못 냈지만 미래가치로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회계평가 기준 변경’에 따른 일회성 이윤 반영을 분식회계로 몰고 간 증선위가 무리수를 둔 것이다. 피해자 없는 이상한 회계분식인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전경 [사진=위키리크스한국DB]
삼성바이오에피스 전경 [사진=위키리크스한국DB]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부당이득을 챙겼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적용됐는가. 늘 따라 다니는 의구심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2015년 7월 17일 주주총회에서,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 전 일정기간 두 기업의 주가흐름에 의해 결정됐다. 합병비율을 정할 때, 주가 보다 더 합리적인 대안은 없다. 일각에서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보유지분’을 감안할 때, 삼성물산 시가총액이 터무니없이 작게 평가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자본시장은 합리적이다. ]

이 같은 현상은 ‘모회사 할인 퍼즐’(parent company puzzle)로 설명된다. 주지하다시피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주식은 ‘팔수 없는 주식’이다. 이를 팔면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구조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팔수 없는 주식, 즉 묶인 주식은 온전한 자산 가치를 가질 수 없다. 오로지 배당권리만 가진 반쪽자리 주식이다. 당연히 저평가되는 것이다. 따라서 삼성물산이 자본시장에서 저평가되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합병이 되려면, 합병비율이 정해진 2105년 7월 17일 훨씬 이전에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로 제일모직의 주가가 고평가돼야 하나 삼성바이오는 2016년 11월에야 상장되었다. 그 전에 삼성바이오는 제일모직의 비상장 자회사에 지나지 않았다. 시간의 선후 관계를 보면 합병이 이재용 회장에게 유리하게 결정됐다는 주장은 견강부회이다.

2015년 합병시점 이전으로 시계추를 돌리려는 의도

증선위의 회계분식 판정으로 삼성바이오를 넘어 삼성물산 등 삼성 그룹 전반으로 문제가 확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던 제일 모직의 가치를 부풀려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이득을 챙겼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는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문제를 줄기차게 후계구도와 연결시켜왔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의 고의적 회계분식을 판정하면서, 2012~2014년의 바이오에피스 회계자료를 다시 작성하라고 처분했다. 그렇게 되면 모회사인 삼성물산도 재무제표에 영향을 받게 되고 결과적으로 2015년 합병 이전으로까지 문제가 확대될 수 있다. 비유하면 이미 흘러간 물을 다시 끌어올려 물레방아를 돌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증선위가 시민단체의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문제 확대에 ‘암묵적 동의’를 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증선위는 처음부터 회계분식을 했다는 객관적 증거를 찾기 어려운 게임에 뛰어든 것일 수 있다. ‘증거은닉을 하는 것을 보니 회계분식이 틀림없어’라는 추론은 우회로에 지나지 않는다. 정황증거는 변죽에 지나지 않는다. 증거은닉이란 정황증거 제시로 분식회계를 증명할 수는 없다. 층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연합뉴스]
삼성바이오 이슈는 삼성전자 등 그룹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시대 진정한 ‘페카토 모르탈레’는 무엇인가 
 
 ‘페카토 모르탈레’는 이태리 말로 ‘용서받지 못할 죄’라는 뜻이다. 공직자가 국가 예산을 낭비하거나 기업가들이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것은 죄다. 하지만 더 큰 죄는 국가가 경제운영을 잘못해 국민의 지갑을 얇게 만드는 것이다. 2019년 1/4분기 성장률은 전(前)분기 대비 마이너스 0.4%다. OECD 35개국 중 32위이다.

 현상에는 항상 본질이 있다. 한국은 기업활력이 북돋아질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한국에서 기업 경영하는 것은 교도소 담장을 걷는 것으로 비유된다. 법치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법적 안정성’마저 확보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는 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금감원의 심사를 받았다. 그리고 같은 사안에 대해 금감원의 감리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재감리를 받고 회계분식 판정을 받았다.  

 나스닥을 노크한 적이 있었던 삼성바이오는 한국 증권시장을 택했지만,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삼성바이오는 어떤 선택을 할까.

삼성바이오 사건은 현재 미국 나스닥과 한국 증권시장을 저울질 하는 기업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흥하는 나라와 쇠몰(衰沒) 하는 나라는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다. 기업이 둥지를 틀기 어려운, 이미 튼 둥지를 떠나려 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자명하지 않은가.

이것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 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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