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전쟁] 정치 ‘치킨게임’ 일본기업들도 ‘공포’… 한국 기업들 초비상 속 대응책 동분서주
[한일 전쟁] 정치 ‘치킨게임’ 일본기업들도 ‘공포’… 한국 기업들 초비상 속 대응책 동분서주
  • 정예린 기자
  • 승인 2019.08.05 07:38
  • 수정 2019.08.0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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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SK, LG 등 대기업, 중소기업까지 전세계 협력사 수소문
닛케이아시안리뷰 “일본 기업들, 한국 기업 끊길까 전전긍긍”
무역전쟁으로 한일 관계가 대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연합뉴스]
무역전쟁으로 한-일 기업들이 대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연합뉴스]

1950년대 미국의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했던 위험한 놀이가 ‘치킨게임’이었다. 두 명의 운전자가 서로를 향해 승용차를 전력질주하다가 피하는 쪽이 겁쟁이(Chicken)로 낙인찍히는 게임으로, 둘 다 양보하지 않아 충돌하게 되면 중상 내지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게임이다. 너무 위험한 놀이여서 지금은 사라진 상태다.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가 이 위험한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양국의 기업들만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7월 불화수소 등 3종 소재 규제에 이어 지난 2일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 방침을 발표하는 등 강공책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징용공 문제에 대해 기존의 입장에서 조금도 후퇴하지 않은 채 ‘이에는 이’식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외신들은 이 같은 정면 대결이 지속될 경우 중국 기업들만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양국 정부의 조속한 타협을 촉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영진과 부품 조달 관련 임직원들은 주말인 3~4일에도 초비상 상태 속에서 협력업체들과 부품 문제를 협의했다. 삼성은 5일부터 일본을 비롯한 전세계 관련 기업들과 대책을 모색하는 등 비상 경영을 이어갈 예정이다.

삼성전자 IM(IT모바일), CE(소비자가전)부문은 지난달부터 협력사에 “일본산 소재·부품을 최소 90일치 이상 확보해달라. 재고가 모두 소진되지 않을 경우 비용을 모두 부담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는 상태다.

LG전자는 최근 일본의 소재·부품 공급사와 일본 업체로부터 제품을 들여오는 한국 내 협력사들에 “‘안전 재고’를 충분히 확보해달라”는 공문을 전달했다. 안전 재고는 급격한 수급 변동에 따른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 업체들이 미리 확보해 놓는 적정 재고를 말한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부문은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반도체에 공급하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무선통신에 사용되는 라디오 주파수(RF) 부품 등을 일본 업체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일본 공급사들에 의하면 일부 한국 기업들은 핵심 원료에 대해 수개월치의 추가 재고를 쌓고 있으며 대체 공급원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는 뜻을 비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최대의 칩 제조장비 공급사인 도쿄전자의 한 임원은 “기계를 출하하는데 반년 정도가 걸리므로 이번 조치로 인해 더 길어진 수출 심사가 큰 영향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며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본 제품을 회피할 수 있으며 이는 일본의 시장 점유율을 떨어뜨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닛케이는 “일부 한국 칩 제조사들은 대체 공급원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한 기업은 일본의 비철금속제조사에게 한국 내에서 같은 제품을 찾을 수 있다면 공급사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본 기업들의 불안한 상황을 보도한 닛케이아시안리뷰.
일본 기업들의 불안한 상황을 보도한 닛케이아시안리뷰.

히타치금속 관계자도 “우리는 한국의 고객들이 수입선을 다변화할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4일부터 반도체 제조에 핵심적인 세 가지 제품, 즉 포토리지스트, 엣칭가스 및 불화폴리이미드에 대한 수출에 대하여 사안별 허가를 요구하기 시작한 이후 이들 화학물질의 수출은 거의 중지된 상태다.

엣칭가스 제조사인 쇼와덴코는 일본 경제산업성에 7월 중순 제출한 출하 요청에 허가를 받지 못했다. 포토리지스트 제조사인 제이에스알(JSR)도 7월 제출한 서류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 정상의 화학물질 무역회사인 나가세는 한국의 기업들로부터 7월말 이후 통상적인 주문의 두 배를 접수했다. 이 도쿄 소재 기업은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재료를 수출하고 있다.

켄지 아사쿠사 회장은 “현재는 주문세가 아주 강하지만 다음에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불안한 심정을 토로했다.

또 다른 화학물질 제조사는 삼성전자로부터 7월 초에 막바지 주문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삼성은 기존의 한달치 공급에서 주문을 늘려 3개월치의 소재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한 일본 기업인은 “지금까지 한국과 협업체계가 무리없이 잘 이뤄져왔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양국의 분업체계가 깨질까 걱정이 크다”며 “결국 중국기업들만 이익을 보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본 기업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정예린 기자, 번역지원=TransMec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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