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동아시아 동맹체계의 종말과 새로운 질서... 미국 '약화' 중국 '강화' 가능성
[프리즘] 동아시아 동맹체계의 종말과 새로운 질서... 미국 '약화' 중국 '강화' 가능성
  • 최정미 기자
  • 기사승인 2019-09-11 08:15:22
  • 최종수정 2019.09.13 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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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손을 잡으려는 각국 대표들. 왼쪽부터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왕이 중국 외교부장, 돈 쁘나뭇위나이 태국 외무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EPA=연합뉴스]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손을 잡으려는 각국 대표들. 왼쪽부터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왕이 중국 외교부장, 돈 쁘나뭇위나이 태국 외무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EPA=연합뉴스]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동맹 체계를 기반으로 동아시아에서 반세기 이상을 유지해온 미국의 힘이 가장 중요한 두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간의 갈등으로 약화되고, 중국이 이 지역의 질서를 재편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외교전문매체 <포린어페어즈(Foreign Affairs)> 논평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한일 사이에 중재 역할을 하는 대신 멀리서 지켜만 보며, 이 문제에 중국이 끼어들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사이 중국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지적했는데, 지난 8월 한중일 외교부 장관들의 회담에서 중국이 3국 무역 협정을 위해 최소한 한일 양국의 입장 차이에 관한 문제를 한쪽으로 미뤄둘 것을 종용한 것을 예로 들었다. 만약 몇 년 후에 미국의 동맹 시스템이 무너진다면, 지금이 바로 오랫동안 아시아에서의 미국 동맹이 무너지기를 바라온 중국이 미국보다 이 지역의 질서를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논평은 지적했다.

일본 기업들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맞선 일본의 수출 규제 보복에서 시작해, 최근 한국의 GSOMIA 종료로까지 치달은 한일 양국의 갈등을 중국은 기회로 보고 있으며, 두 미국 동맹국의 균열이 잠재된 위기 속에서 미국이 연합전선을 형성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러한 분열이 특히 북한과의 협상 문제에 있어 중국에게 이익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와 외교적 관여, 여러 경제적 유화책들에 호의적이다. 현재의 한국 정부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에 의해 이에 동참할 수 있는 여지가 제한되어 왔다. 이에 중국이 한국과 협력하며, 강경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을 저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일 무역 전쟁 초기에 중국에 미치는 영향은 뚜렷하지 않았다. 쌍방의 치열한 경제적 보복은 중국이 수년 동안 공들여 온 한중일 3국 간의 자유무역 협상에 방해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중국이 현재의 분쟁에서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히 세 가지 화학소재에 대한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를 기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일본산 소재들에 의존한 한국은 이제 대체 수입처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중국 역시 이 문제의 소재들을 생산하고 있어 한국이 난관을 극복하려는 데 나설 수도 있다. 또한 한국 경제가 중국의 수출품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이는 한국을 경제적 압박에서 더욱 취약하게 만들 수 있음이 지적됐다. 중국이 늘 경제 압박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동맹 시스템을 약화시키기 위해 한일 갈등을 틈타 중국이 러시아와의 정치안보적 협력을 이용하고 있다는 추측도 나왔다. 지난 7월 중국과 러시아는 최초의 연합 정찰비행에서 독도의 영공을 침범했는데, 미국 동맹의 방공을 시험하려는 목적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동아시아에서의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은 더 정교해지고 더 잦아졌는데, 여기에 미국의 동맹국들의 분열이 더해져 중국의 이러한 전략이 더 대범해졌다는 것이다.

한일 갈등 속에서 추구하는 중국의 궁극적인 목적은 미국의 동맹체계를 약화시키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한일 관계가 완전히 갈라지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라고 논평은 말하고 있다. 단지 한일 관계가 미국이 아닌 중국 중심으로 형성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한중일 3국 자유무역협정에서 한반도에 대한 비전까지, 중국은 이웃국가들의 외교정책의 중심에 있고 싶어한다.

그러나 중국은 너무 앞서가지 않을 정도로 신중하다. 지금까지 중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등지도록 공공연하게 한국을 부추기거나, 과거 전쟁범죄에 대해 일본을 처벌하자는 운동을 벌이지는 않았다. 대신 한일 간의 긴장을 미국의 리더십 부재의 증거로 보이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되어 지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한 중재 역할을 못할 때, 중국이 스스로를 주도적인 평화조성자, 미국보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칭하며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올 초 주한 중국 대사 추궈홍은, 미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무역정책에 대해 시사하는 듯한 말로, 보호주의와 일방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한중 양국이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추궈홍은 더욱 강한 한국과 중국의 결속으로 다른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미국의 지나친 간섭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 이득임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세기 이상 평화와 안보를 제공하며 지탱해온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동맹을 중국이 흔들어 놓지는 못했었다. 그러나 한일 간의 균열은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의 힘의 균형을 재편성하는 것을 과감히 시도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논평은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빨리 개입하지 못해 상황을 해결할 기회를 놓쳤다는 주장도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지역 질서가 위태로워지면서 미국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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