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세계 10대 소녀들, 기후 변화 대책을 촉구하며 파업에 나서다... 매주 금요일 '등교 거부하는 날'
[WIKI 프리즘] 세계 10대 소녀들, 기후 변화 대책을 촉구하며 파업에 나서다... 매주 금요일 '등교 거부하는 날'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9.09.25 07:09
  • 수정 2019.09.25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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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en girls strike for global action on climate change
소녀들의 지구 환경 보호 운동이 주목을 끌고 있다. [NBC뉴스]
소녀들의 지구 환경 보호 운동이 주목을 끌고 있다. [NBC뉴스]

그레타 툰베리는 스웨덴 출신의 10대 소녀 환경운동가이다.

그녀가 지난해 8월 스웨덴에서 지구 기후 변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등교 거부 시위를 홀로 시작한 이후 이 움직임은 유럽 전역으로 번져나갔다. 그녀는 이러한 이유로 노벨평화상 후보로까지 추천이 됐는데 만일 그녀가 수상한다면 역대 최연소 수장자가 탄생할 수도 있다.

그레타 툰베리는 급기야 지난 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도중 각국 지도자를 향해 강한 어조로 비난을 퍼부었다.

“당신들 세계 지도자들 때문에 우리 모두가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질 수 있어요. 화려한 말들로 내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아갔어요.”

열여섯 살 스웨덴 소녀가 미국 뉴욕의 유엔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한 60여명의 각국 정상과 지도자들의 면전에서 쓴 소리를 날린 것이다. 정상회의를 주도한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이 연단 좌석에 앉아 장면을 지켜봤고, 그녀가 강한 어조로 지도자들을 향해 비난을 퍼붓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NBC뉴스는, 기후 변화 대책을 호소하는 전 세계 소녀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주목을 끌자 지난 24일(현지시간)  심층 보도를 내보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이다.

테레사 세바스티안
테레사 세바스티안

테레사 세바스티안(15)은 홍수가 목 밑까지 차오르는 경험을 하고 나서 지구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체감했다.

아일랜드 출신의 10대 소녀 테레사 세바스티안은 지난여름 가족의 결혼 때문에 인도의 케랄라 지역을 여행 중이었는데 그때 공교롭게도 그 지역에 일 년 평균 강수량보다 40%나 많은 비가 쏟아졌다. 48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홍수 때문에 사망했고, 자동차들이 휩쓸려갔으며, 20,000채 이상의 가옥이 유실되었다.

그녀는 당시의 악몽 같은 경험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제 삶이 거기서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지구 온난화라는 말을 들어봤지만 저에게까지 그렇게 금방 밀어닥칠 줄을 몰랐습니다.”

과학자들이 2018년 여름의 케랄라 홍수 사태가 기후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고 있지는 못하지만,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의 기온 상승이 세계적인 기후학자들로 구성된 기후변화 국제 패널이 파리협정에서 제시한 온도 상승 상한선 1.5도(화씨 2.7도)에 육박함에 따라 불어 닥칠지 모르는 재앙의 한 조짐일 수도 있다고 한다.

이후 세바스티안은 아일랜드 코르크로 돌아와서, 매주 금요일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모임에 참석해 세계 지도자들에게 지구 생태계에 밀어닥칠 재앙을 경고하기로 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은 주로 10대 학생 소녀들이 주도하는 환경운동이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 모임은 애초에 스웨덴 출신의 그레타 툰베리(16)가 2018년 8월에 나홀로 시작한 외롭고 조용한 운동이었는데, 이제는 유럽의 헤이그로부터 아프리카 우간다의 캄팔라까지 번지며 2백만 명이 넘는 소녀들이 매주 금요일마다 수업을 빼먹고 거리로 나서 정부의 무대책을 규탄하는 시위로 번지고 있다.

세바스티안은 지난달 제네바 호수 강변의 로잔 지역에 모인 38개 나라 450명의 10대 환경 운동가들 중 한 명이었다. 이들 환경 운동가들은 이곳에서 세계가 지금 당장 기후 변화 대책에 나서도록 할 방안을 토론했다.

각자 눈에 띄는 여름옷이나 청바지, 티셔츠 차림에다 가지각색의 머리 색깔 등 소녀들은 출신 국가에 따라 차림새는 다양했지만 지구 기후 변화 문제와 싸우겠다는 공통된 의지를 지니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사회와 환경 운동을 이끌고 있는 이 같은 현상은 처음은 아니라고 말한다. 특히, 건강과 가정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서는 여성들이 들고 일어난 운동들이 이전에도 꽤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많은 수의 젊은 소녀들이 운동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 분명한 차이라고,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환경 정치학 연구원 셰릴린 맥그리거는 말했다.

“아이들이 자신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겁니다. 역사의 이 시점에 기후 변화 운동을 벌이는 소녀들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의미 있고 흥미로운 일입니다. …… 이 아이들이 이 시대 젊은 여성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각을 바꾸고 있습니다.”

툰베리의 외로운 외침은 이들을 규합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젊은 여성들도 이상적 인물들을 롤 모델로 삼는 데 신속하고 적극적이었다.

아리아드네 파파데오도로
아리아드네 파파데오도로

아테네의 아리아드네 파파데오도로(15)는 자신의 어머니인 뛰어난 고인류학자 카테리나 하바티를 존경해왔다.

“저는 힘 있는 여성들이 열심히 일을 해서 응당 자신들이 받아야할 보답을 받는 위치에 오른 사실을 보면서 영감을 받습니다.”

키가 크고 솔직한, 생화학과 경영학을 공부하기를 꿈꾸는 파파데오도로는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팀워크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주는, 파파데오도로가 소속된 농구팀의 동료들은 그녀가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다. 그녀의 농구팀 중 일부는 그리스 국가대표로 발탁되었다고 그녀는 들려주었다.

작년 12월부터 스톡홀름에서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사벨 악셀슨(18)은 왜 자신의 친구가 명목상의 리더로 인식되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친구를 ‘촉매제’ 이상으로 보고 있다.

머리는 반쯤 밀고, 귀에는 클립으로 된 귀걸이를 끼고 있는 악셀슨은 이 운동이 사회의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즉, 성적 취향과 육체적 장애나 다른 특성들 때문에 차별받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미 사회에서 밀려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강경한 태도를 취하기가 더 쉽다고 생각합니다.”

그레타 툰베리처럼 자폐 장애가 있는 악셀슨은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나아가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은 소리가 있는 젊은 여성들에게 알맞은 운동이라고도 했다.

이 기후 변화 문제는 다른 사회적 문젯거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10대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기후 변화 때문에 모든 종류의 사회 진보가 좌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파파데오도로는 기후 변화 운동은 넓은 의미로 인간의 생존 문제와 직결되어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누구보다 이 문제에 정통해있다. 그녀는 그리스에 도달하기 위해 지중해를 건너는 고난의 여정을 감행하는 난민 구호에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이다.

“저는 특혜를 받은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집도 있고, 음식도 부족하지 않고, 식수도 충분하며, 좋은 학교에도 다닙니다. 우리는 혜택을 입은 사람들로서 어려움에 처한 난민들을 도와야합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파파데오도로는 모두에게 보다 나은 세상이 되기를 꿈꾸며 이 모든 운동을 하고 있다. 바로 스위스 로잔에서 자신의 동료들이 꿈꾸며 선언한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에 배어있는 정서이다.

일시적 유행이 아니다.

바르자 쿠쿠로빅(18)은 ‘미래를 위한 금요일’의 슬로베니아 조직 일꾼이다. 그녀는 평화와 평등, 그리고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육체적·정신적 건강 문제를 아우르는 주제를 놓고 모임의 일꾼들이 모이는 회의를 주선했다. 언어가 다르고 정치적 관점이 달랐지만 그들이 바라는 세상을 위한 운동의 앞날에 대한 토론만큼은 상호존중 하에 이뤄졌다. 물론 논쟁적인 순간에 눈을 흘기는 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의 소녀들이 운동을 이끄는 방법은 독특하다. 그들에게는 리더가 없다. 그들은 위계질서를 거부하는 대신 전체의 의견을 모으는 방식으로 결정을 한다. 지구촌 전체에 퍼져서 활동하는 소녀들은 매주마다 벌어지는 행진에 대해 온라인으로 협의하며, 세부 사항은 지역 단위에서 결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요구와 행동이 달라질 수도 있다.

20명 남짓의 일꾼들로 이뤄진 작은 팀이 33가지의 요구사항들을 놓고 토론을 벌이며 전 세계적인 행동 계획의 세부사항을 결정 짓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일부는 기후 변화 위기 같은 문제는 전문가들에게 맡겨야한다는 주장을 했는가 하면 어떤 참가자들은 기차 운행을 늘리는 정책들처럼 정부에 특별한 제안을 하자고 했다. 자신들의 의견이 가로막힌 참가자 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서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참가자들은 회의 말미에 성명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힘든 토론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지구의 온도가 2.7도를 넘어 상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자신들의 단순한 주장에 집중하자고 결의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참가자들은 인류가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각국 정부들이 적절한 과학을 받아들이고 정의와 공평에 입각한 정책을 펴도록 요청하자는 주장도 했다.

스웨덴 츨신인 이사벨 알렛슨(중앙)과 그레타 텀버그(오른쪽)이 환경운동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스웨덴 츨신인 이사벨 알렛슨(중앙)과 그레타 텀버그(오른쪽)이 환경운동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들의 다음 단계는 학생들과 지지자들을 동원해 뉴욕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유엔 청년 일꾼 회담(U.N. youth summit on climate change)’이 열리기 하루 전 가장 대규모로 기후 변화 시위를 개최하는 일이다. 이들은 또 같은 주제를 놓고 세계 정상들이 모이는 것을 기화로 주 중에 별도의 행진을 갖기로 했다.

이제 10대들은 더 이상 외롭게 행진하지 않아도 된다.

독일 최대 노동조합 중 한 곳이 9월 20일에 개최되는 전 세계 시위운동에 함께하기로 했는가 하면, 영국 노동조합 대의원 회의도 550만 회원들에게 이 운동에 동참할 것을 독려하고 나섰다. 또, 국제 앰네스티도 시위운동이 계획된 전 세계 30,000개 이상의 학교를 대상으로 학생들의 참여를 막지 말도록 권고하고 나섰다.

“일시적인 유행이 아닙니다.”

로잔에서 10대들의 운동에 자문을 한 적도 있는, 스톡홀름 환경원 소속의 과학자이자 정책분석원인 안자 콜머스는 이렇게 분석했다.

수십 년 동안 기후 변화 정책에 심혈을 기울여온 콜머스는 젊은이들이 불러일으킨 운동의 효과가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았다.

콜머스는 대중들이 이제 지구 온난화가 단순히 에어컨 작동의 문제를 넘어서 인간 행위가 야기한 복잡한 과학 현상의 문제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증가하게 되자 스코틀랜드, 캐나다,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 일부 자치 정부 같은 각국 정부들이 기후 변화의 위기를 선언하고 나섰다.

콜머스는, 개별 국가적이고 전 세계적인 정책들이 위기에 봉착해서 얼마나 굼뜨게 움직이는지를 감안한다면 일부 정부들의 이러한 위기의식은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10대들의 움직임을 너무 순진하다고 평가하거나 너무 실현 불가능한 일에 매달린다고 치부하는 비평가들일지라도 환경 운동의 신인류가 하는 일에 딴지를 걸어서는 안 된다.

“이상적이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떨쳐 일어난 세대야말로 우리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바라는 모습입니다.”

콜머스는 이렇게 끝을 맺었다.
Ariadne Papatheodorou, 15, (right) from Athens, Greece, is among the millions of teens participating in school strikes to combat climate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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