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미사일 반격, 군사력 대신 경제제재로"... 이란도 '수위조절' 조짐
트럼프 "이란 미사일 반격, 군사력 대신 경제제재로"... 이란도 '수위조절' 조짐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0.01.09 07:04
  • 수정 2020.01.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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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들어 기밀 정보 유출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워싱턴 UPI=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워싱턴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이란의 전날 이라크 내 미군 기지 공격과 관련, 즉각적인 대이란 강경 제재 방침을 밝히면서 군사력 사용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새로운 핵 합의 추진 의사를 내비치며 이 경우 이란에 위대한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는 유화적 메시지도 발신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란의 핵 보유를 결코 용납지 않을 것이라며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등 군사력을 과시, 경고의 뜻도 분명히 밝히는 등 강온 병행에 나섰다.

이란의 보복시 '불균형적인 방식'의 강력한 응징을 공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재보복 대신 일단 경제제재를 선택, 한걸음 물러서며 협상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일촉즉발로 치닫던 미-이란간 충돌 위기가 파국을 피하며 가까스로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 그랜드 포이어에서 한 대국민 연설에서 "내가 미국 대통령으로 있는 한 이란은 핵무기 보유는 결코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떠한 미국인도 지난밤 이란 정권의 공격으로 인해 다치지 않은 데 대해 미국 국민은 매우 감사하고 기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상자가 없었다. 우리의 모든 장병은 안전하며 단지 우리의 군 기지에서 최소한의 피해를 입었다"며 예방조치와 조기 경보 시스템 작동 등으로 인해 어떠한 미국민 및 이라크인도 생명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위대한 미군 병력은 어떠한 것에도 준비가 돼 있다"며 "이란은 물러서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관련된 모든 당사국과 전 세계를 위해 매우 좋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 국가들은 정확히 말하면 (이슬람 혁명과 테헤란 미 대사관 점거 사건이 일어난) 1979년부터 너무 오랫동안 중동과 그 너머에 대한 이란의 파괴적이고 불안정 행동을 참아왔다. 이러한 날들은 이제 끝났다"면서 "이란은 가장 대표적인 테러지원국이었으며 그들의 핵무기 추구는 문명화된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일이 결코 일어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와 관련, "솔레이마니가 최근 미국 표적들에 대한 새로운 공격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우리가 그를 끝냈다"며 "무자비한 테러리스트가 미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을 중단하기 위한 단호한 결정이었다"고 살해의 정당성을 거듭 역설했다.

그러면서 솔레이마니 제거는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들을 향해 '당신의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면 우리 국민의 생명을 위협해선 안 될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공격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옵션들을 계속 평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즉각적으로 살인적인 경제 제재를 이란 정권에 대해 추가로 부과할 것"이라며 "이란이 행동을 바꿀 때까지 이들 강력한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의 적대행위는 2013년 서명된 바보 같은 이란 핵 합의 이래 상당히 증가했다"며 "우리와 우리 동맹들을 겨냥, 지난밤 발사된 미사일들도 지난 행정부 시절 (이란 핵 합의로 인해) 가능해진 자금으로 지불된 것"이라면서 전임 오바마 행정부를 비난한 뒤 이란의 테러행위들을 나열했다.

그는 이란 핵 합의가 곧 만료되면 이란에 핵 개발을 위한 빠른 길을 터줄 것이라면서 "이란은 핵 야욕을 버리고 테러리즘에 대한 지원을 종식해야 할 것"이라며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을 향해 "이들 나라는 이란 핵 합의의 잔재에서 도망쳐 나와 이 세계를 보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장소로 만들 이란과의 합의 체결을 위해 모두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이란이 번창하고 번영할 수 있는, 아직 손대지 않은 어마어마한 잠재력의 이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합의를 체결해야 한다"며 이란은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유화적 메시지도 보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확전 자제 메시지를 사실상 받아들이며 강경 대응 기조에서 선회, 출구 찾기에 들어간 데에는 미국인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도 미국의 이란 군부실세 살해에 반발해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보복 공격을 감행했지만 미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수위를 조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견상 이란이 군부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살해에 대한 역습에 나서며 긴장을 한층 끌어올렸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미국의 피해를 키우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절제한 흔적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미국의 초기 피해 평가상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도 이란이 이런 고려를 한 결과라는 해석에 힘을 싣는다.

이란이 수위 조절을 한 흔적 중 하나는 우선 공격 지점이다. 이란이 공격한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기지인 아인 알아사드와 에르빌은 미군 밀집지역이 아니어서 많은 미국인 사상자를 내려는 게 이란의 목표가 아니었다는 외신의 평가가 나온다.

또 이란 미사일이 에르빌의 미국 영사관에 가까운 곳에 떨어지긴 했지만 영사관 자체를 겨냥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CNN방송은 미 당국자 사이에 이란이 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의도적으로 공격 목표에서 제외했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혁명수비대가 이라크 미군기지를 공격하기 1시간여 전에 이라크 총리에게 공격 계획을 구두로 통보했고, 이라크는 미국에 사전 경보를 전달했다는 보도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는 이란의 공격 계획을 사실상 미국에 미리 알려준 것으로서, 미국으로선 피해를 줄일 대비책을 마련할 시간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군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 전에 군대가 대피소에 도달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경보를 전달받았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대부분 잠든 새벽에 공격을 감행한 것은 기지 내에 돌아다니는 인력이 가장 적은 시간대를 고른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CNN은 이란은 미국의 강력한 방공 시스템이 고도의 경계 중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대규모 피해를 목표로 했다면 미사일 공격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공격 감행 후 트위터를 통해 이번 미사일 공격이 유엔 헌장에 따른 자위적 방어 조치라고 주장한 뒤 "우리는 긴장 고조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공격은 이란이 미국을 직접 보복했다는 명분을 취하면서도 미국에는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아 도발을 성공적으로 방어했다고 주장할 여지를 제공하는 선에서 고안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공격에 대해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출구를 제공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승리를 확실히 주장할 기회"라며 공을 넘겨받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에 주목했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사상자가 없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이 미국을 건드릴 수 없다'며 승리를 선언할 출구를 제공하고, 동시에 이란 역시 미국 공격을 통해 명예를 지켰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싱크탱크 '세계전략센터'의 파이살 이타니 부소장은 "이란은 체면을 세울 만큼 극적이면서도, 미국의 압도적 군사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긴장의 악순환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절제된 반응이 필요했다"며 "이번 공격은 (복수로) 인정받을 만큼 스펙터클하지만 미국이 그 대응으로 긴장을 더 고조시키지는 않을 정도"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란의 군사작전이 종료됐다고 단정하긴 어려워 앞으로 갈등 소지가 다분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이란은 추가 공격을 시사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향후 도발이 지속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간밤에 우리는 미국의 뺨을 한 대 때렸을 뿐이다"라며 "보복이라고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미국이 "솔레이마니 장군의 팔을 잘랐을지 모르지만, 이 지역에서 미국의 다리도 잘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이 비례적 대응을 끝냈다고 밝혔지만 이는 이란이 군사작전을 끝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당국자 발언을 인용한 뒤 이란은 이라크에서 미군의 축출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이란 군부가 그간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피살에 대한 보복이 단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중동 내 친이란 무장조직 역시 '대미 항전'을 선언한 만큼 이란 진영은 미군 철수를 '지하드'(이슬람성전)의 종착점으로 삼을 수 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죽음을 종교적인 순교로 규정한 것은 이런 관측과 맞닿는다.

중동에서 대미 항쟁이 종교적 사명으로 의미를 갖게 되면 이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아닌 이슬람 공동체를 파괴하려는 이교도의 침략에 대한 장기적이고 다양한 수위의 무력 투쟁을 예고하는 것이다.

CNN은 공격수위 조절의 의도는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면서도 ▲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자국 군사력을 과대평가했거나 ▲ 이란이 군사력을 실제보다 약하게 위장하려는 전술을 펼쳤거나 ▲ 온건파의 주장에 힘이 실렸을 가능성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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