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467조 원을 '그린뉴딜'에 투자하겠다던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분주해졌다. 그간 석유 중심이었던 미국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로 급속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4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미 대통령이 될 경우 트럼프 정부가 탈퇴했던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 4000억 달러 많은 규모의 투자금을 친환경 인프라 건설을 위해 4년간 투자하겠다고도 선언했다. 이는 우리 정부의 예산 총액 4년 치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우리 정부의 그린뉴딜과 비교해보면 30배 가량 많은 수준이다.
국내 배터리 생산기업인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그간 석유를 중심으로 운영해온 미국 대신 대채에너지를 활발하게 이용해온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규모를 확대시키는 추세였다. 실제로 지역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LG화학 유럽 60%, 중국 10%, 미국 10% ▲SK이노베이션 유럽·중국 7.5GW-h, 한국 서산 4.7GW-h ▲삼성SDI 유럽 50~60%, 미국 20~30%다.
그러나 친환경 정책을 선언한 바이든이 미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3사는 판을 새로 짜는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업체는 국내 3사 이외에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 등이 있다. 다만 일본 파나소닉은 테슬라와 주로 거래하고, 중국 CATL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6일 기준 SK이노베이션 주가는 15.5%, LG화학은 15.6% 각각 치솟기도 했다.
다만 업계는 미국 시장 진출이 기회이면서도, 동시에 여기서 밀리면 설 자리가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시장을 살펴보면 중국과 미국이 글로벌 1~2위 시장인데, 중국은 내수시장이 강력하고 정부에서 밀어주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영향력을 행사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유럽 시장을 나눠갖는 수준이었으나, 미국 시장을 얼마나 먼저 선점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이 판가름날 것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까다로운 환경 규제를 이행해야 하며, 바이든이 강조했던 탄소국경조경세가 도입될 경우 사실상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맹국으로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사드 사태가 재현될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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