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회장, 물류사업부 신설... 포스코 vs 재계 '동상이몽'
최정우 회장, 물류사업부 신설... 포스코 vs 재계 '동상이몽'
  • 임준혁 기자
  • 승인 2020.12.29 16:17
  • 수정 2020.12.2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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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회장, 포스코 물류사업부 신설 포석... 재계는 '엇갈린' 해석 내놔
물류업계 "포스코 물류업 진출 생태계 '마비'"
최정우 포스코 회장(사진 왼쪽), 포스코 센터. [사진=포스코 제공]
최정우 포스코 회장(사진 왼쪽), 포스코 센터. [사진=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물류사업부를 신설한 것을 두고 엇갈린 해석이 나와 관심이 집중된다.

우선 신설 조직이 당초 포스코가 적극적으로 설립을 추진했던 물류자회사를 대체한, 다시 말해 물류자회사 설립을 철회한 것의 방증이라는 시각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신설된 물류사업부를 장기적으로 물류통합법인(물류자회사)을 세우기 위한 일환으로 간주, (물류자회사 승격으로 가는)단계적인 수순을 밟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1일 조직개편을 통해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포스코내 물류사업부를 만들고 김광수 포스코인터내셔날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사업부장을 맡겼다. 그룹내 우수한 인력들을 신설 조직에 대거 전진 배치하며 역할과 기능도 강화했다. 포스코는 물류사업부 신설을 두고 그룹 차원의 물류운영 효율화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29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물동량 약 1억6000만톤, 물류비 지출액이 약 2조4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화주다. 동시에 국내 대형 철강사 가운데 유일하게 물류 자회사가 없는 기업이기도하다.

포스코는 올 연말까지 각 계열사에 분산돼 운영하던 물류업무를 통합한 물류통합자회사 ‘포스코GSP(가칭)’를 세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중복된 절차와 추가적인 물류비를 줄여 경영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포스코의 물류통합자회사 설립은 국내 해운물류업계와 정치권의 강한 반발로 난관에 봉착했다. 특히 해운물류업계는 포스코의 물류통합자회사 설립이 해운업 진출의 빌미가 될 가능성을 경계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물류업계 고위 관계자는 “포스코가 만약 해운업에 진출한다면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내셔널, SNNC, 포스코강판 4개 그룹 계열사 물류를 다 가져오려할 것”이라며 “이 경우 물류비용이 10% 정도 내려가 대략 2000억원 이상의 물류비 지출 감소 효과가 발생해 기존 물류전문기업이 포스코로부터 받던 수입이 그만큼 줄어드는 치명적인 결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은 물류를 전문으로 하는 해운, 항만하역업, 육상운송업종에 재직중인 사람들의 숨통을 조여들어오는 것과 진배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물류자회사 설립은 해운업, 운송업 진출과는 무관하며 효율적인 물류업무와 비용절감이 주목적이라고 재차 강조했지만 올해 국정감사에서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이 도마 위에 오르는 등 극심한 갈등은 지속됐다. 이에 따라 이번 물류사업부 신설이 사실상 물류통합자회사 설립 계획 철회를 확인시켜준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도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 문제는 큰 쟁점으로 떠올랐다. 10월 26일 열린 해양수산부 종합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은 3자 물류가 물류기본정책인 우리나라에서 시장 교란 행위이자 물류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물류자회사 설립보다 본연의 업무인 철강에 집중하라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와 정치권의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은 포스코가 결국 물류자회사 설립 계획을 백지화함으로써 2020년을 뜨겁게 달군 국내 최대 화주의 빗나간 행보는 막을 내렸다는 평가다. 포스코는 지난달 12일 내부적으로 물류자회사 설립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인 윤재갑 의원 측에 전달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해운선사들의 모임인 한국해운협회는 곧바로 성명서를 발표해 “포스코가 물류자회사 설립 계획을 철회한 건 국가 기간산업인 철강과 해운이 상생 협력을 통한 우리 경제 전체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양보한 통 큰 결단”이라고 평가하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날 위키리크스한국의 취재 결과, 포스코 내부 관계자는 자사 물류자회사 설립에 대해 공식적으로 철회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는 “설립을 철회하겠다고 밝힌 적이 없다”며 “신설된 물류사업부의 업무는 그룹 차원의 물류 운영 효율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며, 법인(물류자회사) 설립 등 물류사업을 어떻게 진행시켜 나갈지는 다각적인 방안으로 검토 중”이라며 해운협회의 환영 성명을 뒤집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물류사업부 신설로 급한 그룹 물류업무 통합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해운물류업계와 정치권을 설득시킬 시간을 벌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면서 “향후 물류사업부를 통째로 자회사로 분리시키는 안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포스코가 조직개편을 통해 물류사업부를 신설한 배경을 놓고 이처럼 억측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재계 일각에서는 물류사업부 신설이 향후 물류통합자회사를 위한 단계적 절차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룹 전체의 안정적인 물류 효율화를 위해서는 포스코내 사업부가 아닌 별도의 자회사 설립이 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정우 회장이 두 번째 임기를 맡는 내년 이후 물류통합자회사 설립이 재추진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한편, 해운항만물류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포스코가 물류사업부를 신설한 것은 1년 간 업계 최대의 이슈였던 (포스코의)물류자회사 설립 및 진출시도를 나름 선방한 결과물로 본다”며 “물류사업부 신설을 놓고 물류업계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단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를 보였다.

[위키리크스한국=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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