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家풍향계] “10조 밑까지 왔다”…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이 보여준 ‘도정사업’ 자신감
[건설家풍향계] “10조 밑까지 왔다”…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이 보여준 ‘도정사업’ 자신감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2.11.18 09:05
  • 수정 2022.11.1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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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사업 총 수주액 9.3조원…창사 이래 첫 ‘10조 클럽’ 진입 눈 앞
3Q 수주잔고 91.2조원·다른 대형사 대비 높아…5년 치 일감 확보
주택사업 편중된 점 ‘개선해야’…건설경기 침체 길어지면 부담 확대
11~12월 도정사업 일정 연기…목표치 제시한 ‘10조 달성’ 불확실
현대건설이 수주한 올해 도정사업 ‘총 14건’…디에이치 전국 진출
건설업계 “자금 조달 막히면 회사에 악재… 공격적 수주 신중해야”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CG. [사진 출처=현대건설 / 그래픽=위키리크스한국DB]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CG. [사진 출처=현대건설 / 그래픽=위키리크스한국DB]

현대건설이 국내 주택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건설이 확보한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11월 중순 기준)은 9조3395억원이며 창사 이래 처음 도시정비사업 수주 ‘9조 클럽’을 훌쩍 제친 것이다. 이는 지난해 수주액(5조5499억원)을 넘어서는 규모이며, 현대건설 창사 이래 최대 수주액이자 국내 건설업계 도시정비사업 역대 최대 수주 기록이다. 이같은 성과는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앞세워 전국구 단위 고급화 전략을 확대하면서 수주 실적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항간에서는 주택사업본부장을 역임했던 윤영준 사장이 수장에 오르면서 현대건설 정비사업 수주 시계가 훨씬 더 빨라졌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들려온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내부적으로 제시한 올해 정비사업 수주 목표는 10조원 대 규모다.

‘울산 B-04구역 재개발사업’ 조감도. [사진=울산 B-04구역 재개발조합]
‘울산 B-04구역 재개발사업’ 조감도. [사진=울산 B-04구역 재개발조합]

다만 현대건설이 목표치로 내세웠던 도시정비 신규수주 10조 원 돌파는 불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울산 B-04구역 재개발사업(4080세대, 예상 공사비 1조 원)과 경기 고양시 강선마을14단지 리모델링사업(792세대, 예상 공사비 2800억 원)에 대한 시공사 선정이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올해 안에 시공사가 선정될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도시정비업계 전망이다.

특히 울산 B-04구역 재개발사업은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조합의 의지와 달리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절차적 과정을 엄수해야 하는 관계로 시공사 선정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컨소시엄을 이뤄 올해 안에 수주를 한다고 해도 현대건설이 확보하는 5000억원 규모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방심은 금물이다. 현대건설이 도정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그동안 도정사업이 현대건설에 효자 역할을 해왔던 것은 분명하지만 건설업계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 자칫 그동안 확보해왔던 도정사업 누적 수주가 회사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일부 사업장은 원자재값 공사비 상승으로 적자인 곳도 적잖게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도시정비사업 누적 수주액(11월 15일 기준)은 9조3395억원이며, 도정사업 1위 건설사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올해 수주 건 수는 총 14건이다.

현대건설이 공개한 2022년도 도시정비 수주 실적 자료에 따르면 재개발사업이 8건으로 가장 많았고, 리모델링 4건, 재건축건사업과 가로주택 정비사업은 각각 1건이다.

수주잔고도 타 대형건설사와 비교해 압도적이다. 현대건설의 3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91조2506억원이다. 5년 치 일감을 확보한 만큼 돈 들어올 곳간은 탄탄하다는 얘기다.

올해 현대건설은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 집중 포진됐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 적용 범위를 대전‧대구‧부산‧광주‧창원 등 지방으로 확대한 것이 두드러진다. 이를 토대로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등에서 고르게 수주고를 올렸다는 것이 현대건설 측의 설명이다.

올해 1월 수주한 대구 봉덕1동 우리재개발 사업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올해 1월 수주한 대구 봉덕1동 우리재개발 사업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우선 재개발사업부터 보자. 현대건설은 올해 1월 대구 봉덕1동 우리재개발(1107세대,3023억4800만원, 100% 자체사업) 규모 사업으로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했으며, 2월에는 2900세대 규모의 대전 장대B구역(8871억6500만원 100% 자체사업) 재개발사업을 따냈다.

5월에는 무려 광주 최대 재개발 대어로 꼽히는 5006세대 규모의 광주 서구 광천동 재개발사업(1조7660억원, 100% 자체사업)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특히 광주는 현대건설이 ‘디에이치’를 처음으로 ‘디에이치’를 적용한 단지인 만큼 상징성이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단지명으로는 ‘디에이치 루체도르’를 제안한 상태다.

6월에는 대전에서 2644세대를 짓는 도마변동5구역 재개발사업(3187억6700만원, GS 60%‧현대 40%)을 수주한 데 이어 서울에서도 3720세대를 조성하는 이문4구역 재개발사업(4215억6000만원, 롯데 55%‧당사 45%) 사업권을 따냈으며, 부산에서도 2650세대 규모의 서금사6구역 재개발사업(8397억9400만원)을 100% 자체 사업으로 확보하기에 이른다.

부산 우동3구역 ‘디에이치 아센테르’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부산 우동3구역 ‘디에이치 아센테르’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하반기인 9월에는 오랫동안 공들여왔던 부산 우동3구역 재개발사업(2503세대, 1조2765억9300만원, 100% 자체사업)을 드디어 품게 된 것이다. 해당 사업은 현대건설이 지난해 입찰 카드를 만지작 거렸다가 콧대 높은 입찰보증금을 이유로 사업에 발을 뺐으며, 그 이후에도 단독입찰에 참여해 2회나 유찰됐음에도 불구하고, 악전고투 끝에 사업권을 거머쥐게 된다. 지난달에는 성남 수진1구역 민관합동재개발사업(5668세대, 4676억6500만원, 대우 50%·현대건설 30%·DL이앤씨 20%)도 시공사로 참여해 일감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촌 강촌아파트가 리모델링을 통해 탈바꿈한다. ‘디에이치 아베뉴 이촌’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이촌 강촌아파트가 리모델링을 통해 탈바꿈한다. ‘디에이치 아베뉴 이촌’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뒤늦게 뛰어든 리모델링 사업에서도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2월 1114세대를 짓는 이촌 강촌 리모델링(4742억9300만원, 100% 자체 사업)을 시작으로 4월 3328세대를 조성하는 강동 선사 리모델링(5456억5300만원, 롯데건설50%‧현대건설 50%)사업을 수주했다. 6월에는 경기도 군포 지역 내 1444세대 규모의 산본 무궁화주공1단지 리모델링(4158억2900만원, 100% 자체사업) 사업을 확보했으며, 10월에는 창원 성원토월 리모델링 사업(7136세대, 5197억7600만원, 포스코 40%‧현대건설 22%‧현엔 22%‧코오롱 16%)에 시공사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다만 재건축사업과 가로정비업에서는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4월 2837세대를 짓는 과천 8‧9단지 재건축 (9830억2900만원, 100% 자체사업)과, 8월 방배삼호아파트12동‧13동 정비사업(120세대 1210억6400만원, 100% 자체사업)이 전부다.

이처럼 윤 사장이 직접 도정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주택사업에 자신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다. 특히 주택사업본부장을 오랫동안 맡아왔던 이력을 앞세우고 있다는 점도 주택사업 부문의 성과를 돋보이게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현대건설이 도시정비사업 현장에서 '4년 연속 업계 1위·수주 10조원 달성‘ 목표를 연일 강조한 것도 윤영준 사장의 주특기를 최대한 부각시키기 위한 차원이다.

윤영준 사장은 2021년 3월 현대건설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출처=현대건설]
윤영준 사장은 2021년 3월 현대건설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출처=현대건설]

윤영준 사장은 현대건설 밑바닥부터 시작한 정통 건설맨이다. 윤 사장은 1987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국내주택사업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기본기를 익혀왔다. 아울러 관리본부와 재경본부 등 주요 사업부를 두루 거치며 현대건설 사령탑을 맡게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입사 이후 35년 간 오로지 현대건설에서만 한 우물을 판 것이다.

윤 사장 입장에서는 수주 성과를 최대한 끌어올려 자신의 존재감을 그룹에 보여주기 위한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현대건설의 실적을 끌어 올리는 동시에 박동욱 前 사장을 대신한 ‘깜짝 발탁’이 아닌 자신의 능력으로 수장에 올랐다는 점을 각인시켜 윤 사장이 연임 등 자신을 둘러싼 경영 체제를 확고하게 보장받아야만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올해 업계 최초 9조 원을 넘어선 역대 최대수주 달성과 더불어 4년 연속 1위 달성이 유력하다. 건설업계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만큼 도시정비 선도 기업으로서 더 큰 책임감과 자긍심을 가지고 건설업계 맏형으로서 모범이 되도록 힘쓰겠다. 올해 남은 기간과 내년 상반기에는 수익성 개선을 통한 회사의 재무 건전성 회복에 집중해 회사의 이미지에 타격이 가해지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현장 모습. [출처=연합뉴스]
지난 5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현장 모습. [출처=연합뉴스]

다만 현대건설이 추진한 도정사업 수주 방식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도시정비사업 수주고가 높다고 해서 마냥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 건설업계 평가다. 그동안 벌려놓은 사업이 많기에 당장 흑자를 달성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공사 현장에서 적자가 쌓이기 시작하면 흑자도산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일순간 채무불이행으로 단기자금시장이 마비되면 롯데건설과 같이 자체적으로 사업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현대건설이 거둬들인 수익성은 크게 하락한 상태다. 실제로 현대건설의 영업이익율은 지난 4분기 3.69%에서 올해 1분기 4.14%까지 후 2분기 3.14%를 기록했으며, 3분기에도 2.83%로 하락세가 가파르다. 이렇게 되면 도정사업을 많이 따냈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공사를 할수록 실적에는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어서다.

건설사들이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용 인상 가능성을 조합 간의 계약조건에 넣어뒀다면 그나마 여지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적자를 감수하면서 공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사업장 별로 구체적인 계약조건은 깜깜이인 경우가 대다수다. 수주 경쟁이 치열했던 사업장의 경우 일단 수주를 하기 위해서 조합에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경우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데 만약 조합이 반대할 경우 향후 둔촌주공 공사중단과 같은 사태가 또 벌어질 수 있는 데다 최악의 경우 회삿돈 까먹으면서 공사를 진행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 건설업계 관계자 전언이다.

물류센터 건립 사업 역시 현대건설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현대건설은 4개 현장에 쿠팡 등의 물류센터를 짓고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더 크다. 일반적으로 물류센터는 주택사업보다 많은 자재가 투입되는 만큼 원자재값 상승에 더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비주택부문의 수익성 하락은 윤영준 사장의 성과에도 영향이 가해질 수 밖에 없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다만 일각에서 공격적인 정비사업 수주가 발목 잡힐 우려가 있다고 평가하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A 대형사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선 도정사업은 일단 수주하기만 하면 실적에 반영되니 많이 할수록 좋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회사 내부 사업 별 매출을 살폈을 때 도정사업의 비중이 너무 높다면 사업환경에 따라서 예상하기 어려운 변수가 터질 수 있어 사업 전망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부동산 시장이 급변하고 원자재값 인상 등 외부 요인에 따른 리스크가 높아진 데다가 시공사들이 공격적으로 수주에 나섰고 주택시장이 안 좋아지면 지출은 무조건 늘고 수익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악의 경우 조합과 시공사 간에 소송이 발생할 우려가 존재하는 등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대형 건설사 상당 수는 장기적으로 판단했을 때 도정사업이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B 대형사 관계자는 “어떤 사업이든 리스크는 상존하기 마련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도정사업이 핵심인데 수익성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사업을 진행할 이유가 없다. 다만 도정사업은 건설경기 흐름에 민감한 만큼 잘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다. 다만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을 살펴봤을 때 도시정비사업에 가해지는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어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회사 입장에서도 도시정비사업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다만 매출에 비례해 영업이익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 지는 회사 내부의 전략적인 판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위키리크스 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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