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혁신위원회는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자진탈당을 권유하라고 당에 주문했다. 또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도 자진탈당 권유대상에 포함시켰다. 혁신위는 이들 3명이 자진 탈당하지 않을 경우 당헌·당규에 따라 출당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2016년 4월 총선 공천 실패부터 2017년 5월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 박 전 대통령에게 자진탈당을 권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서·최 의원에 대해선 “계파 전횡으로부터 비롯된 국정실패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의 징계 종류는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 4가지다. 탈당 권유의 징계를 받은 사람이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탈당하지 않으면 곧바로 제명 처분할 수 있다. 다만 현역 의원은 윤리위원회 의결 이후 한국당 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제명이 확정된다.
이 규정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제명은 지체 없이 이뤄질 수 있지만 서·최 의원은 한국당 의총 투표를 거쳐야 한다. 류 위원장은 친박 의원들이 반발할 경우 추가 징계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압박했다.
한국당은 그러나 박 전 대통령과 서·최 의원의 제명은 박 전 대통령의 1심 판결 예상 시점인 10월 17일 전후에 최종 확정키로 했다. 홍준표 대표는 “혁신위는 집행기관이 아니고, 혁신을 위한 의견을 모아 권고하는 기관”이라며 “세 분에 대한 (제명) 논의는 친박 의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10월 중순 이후 논의를 하고 집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친박 의원들은 강력 반발했다. 이날 열린 당대표·최고위원·재선의원 연석회의에서는 고성이 오갔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대여 투쟁을 위해 단결해야 할 시점에 탈당 권유로 당을 분열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당장 15일 대구에서 열리는 장외집회인 ‘전술핵 재배치 국민요구대회’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하지만 계파 갈등이 전면전으로 비화될지는 미지수다.
한국당이 ‘박근혜와의 단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이대로 갔다가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또 보수 대통합의 전제조건이었던 친박 인적 청산을 단행해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혁신위 발표에 침묵을 지켰다. 한국당이 제명을 행동으로 옮겨도 침묵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서 의원 측은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최 의원 측은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고 복권까지 된 상황에서 다시 이처럼 요구하는 것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어긋난 처사”라고 반박했다.
한국당의 움직임은 바른정당 노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유승민 의원은 “지난 대선 때 박 전 대통령을 팔아 선거를 하고는 선거 끝나고 출당을 결의하는 이상한 사람들”이라며 “친박 청산도 마찬가지로 쇼라고 생각한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김무성 의원은 “대의명분에 맞는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서로 각자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해 온도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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