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九旬)의 정치학] 정계복귀 vs 사회헌신... 세계 90대 정치 거물들의 엇갈린 행보
[구순(九旬)의 정치학] 정계복귀 vs 사회헌신... 세계 90대 정치 거물들의 엇갈린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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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23 10:24
  • 수정 2017.09.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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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의 90대는 조용히 건강 관리에 몰두할 나이다. 90대에 과욕을 부리다가는 하늘이 내려준 수명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재벌총수도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96)처럼 경영권에 집착하다 아름답지 못하게 퇴장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LG그룹 구자경 명예회장(93)처럼 일찌감치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자연 속에서 귀거래사(歸去來辭)의 삶을 누리는 경우도 있다.

한 시대를 호령했다가 정계의 은막 뒤로 사라졌던 90세의 거물 정치인들은 어떨까?

망백(望百. 91세)을 지나 삶의 마감을 준비하는 시기지만, 아직도 막후에서 정계를 움직이는가 하면, 아예 정계에 복귀하는 사례도 있다.

장쩌민(江澤民·91) 전 중국 국가주석은 다음달 18일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을 앞두고 자기 계파 인물들을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에 앉히기 위해 막후 영향력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장 전 주석은 톈안먼(天安門) 사태 직후인 1989년 6월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총서기에 전격 발탁된 후 2002년까지 총서기를 지냈다. 그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집권한 후에도 중앙군사위 주석을 3년가량 더 맡았고, 자신의 측근들을 정치국 상무위원과 군사위 부주석에 심어 뒀다. 그는 20년 이상 영향력을 발휘하며 주요 정치 계파 중 하나인 ‘상하이방(上海幇)’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정부 5년간 진행된 반부패 사정(司正)으로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법위 서기 등 수족들이 잘려 나갔다. 이번 당대회에서 한정(韓正) 상하이 서기 한 명이 남으면 다행인 처지가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상하이방 맹주’로 시 주석의 1인 지배 체제 강화를 견제하는 데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건강이상설이 나오자 5월 말 자신의 장남 장몐헝(江綿恒)이 총장으로 있는 상하이과기대를 공개리에 방문해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다. 올해 8월에 열린 중국 전현직 지도자들의 비밀 회동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도 시 주석 권력 확대 견제에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아직도 장쩌민 전 주석의 영향력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맛 전 총리(92)는 총리에서 물러난 지 14년 만에 올해 7월 정계 복귀를 전격 선언했다. 그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상반기 총선에서 야당 대표로 출마해 나집 라자크 총리를 실각시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말레이시아의 명성을 되찾는 게 목표”라고 정계 복귀 이유를 밝혔다. 마하티르 전 총리가 실각시키겠다고 공언한 나집 총리는 국영투자회사 1MDB를 통해 10억 달러(약 1조1275억 원)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나집 총리와 양아들 리자 아지즈가 1MDB 국부펀드로부터 각각 6억81만 달러, 2억38만 달러를 받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1981년부터 2003년까지 22년간 총리를 지내며 근대화를 이끌었던 마하티르 전 총리는 7월 ‘신야권연합 희망연대(PH)’의 의장으로 선출되면서 정치 무대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대만의 리덩후이(李登輝·94) 전 총통은 장제스(蔣介石) 장징궈(蔣經國) 부자의 장기 집권에 이어 1988년 대만에서 태어난 본성인(本省人)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총통이 됐다.

총통 직선제 도입 등 민주화의 초석을 닦았으며 대만독립 노선을 분명히 했다. 그의 노선에 반대했던 중국은 1996년 총통 선거 당시 대만해협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무력시위를 벌였다. 그의 재선을 막기 위해서였지만 결과는 재선 성공이었다.

2000년 퇴임 이후 조용히 지내던 그는 최근 보다 자주적인 대만의 위상을 세우기 위한 헌법 개정을 주창하는 등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리덩후이 기금회’ 주도로 ‘헌법 지금 바꾸자’라는 사이트도 열었다.

일본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93) 전 총리는 1995년 총리 재직 당시 제2차 세계대전 전후 50년을 맞아 한반도에 대한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를 표현한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올해 5월 제주포럼에 참석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한일 우호 관계 복원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종필 전 총리(91)는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하거나 휠체어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 예비 후보 여야 정치인의 예방을 받아 ‘정치 9단’으로서 훈수를 하며 ‘3김 시대’의 역사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양의 90대 정치 지도자로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93), 지미 카터 전 대통령(93)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95) 등이 꼽힌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조용한 삶을 영위해가고 있지만, 지미 카터는 무주택자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운동을 지속하는가 하면 각 국 지도자들에게 갈등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주문하는 등 피스 메이커(Peacd Maker)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대통령 당시 보다 대통령 이후에 더 빛나는 삶을 펼쳐가고 있다. 2015년 간암을 완전히 극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역시 각종 강연, 심포지엄, 신문 기고를 통해 중동, 동북아 이슈에서 폭넓은 식견을 바탕으로 한 중요한 조언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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