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수첩] 포스코 회장 승계, “과연 정치권 개입이 문제인가?”
[WIKI수첩] 포스코 회장 승계, “과연 정치권 개입이 문제인가?”
  • 문 수호
  • 승인 2018.05.08 10:40
  • 수정 2018.05.0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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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전경 [사진=연합뉴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사퇴로 차기 회장에 대한 승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차기 회장에 대한 무수한 하마평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개입을 우려하는 시각도 쏟아지고 있다.

포스코에서는 CEO 승계 카운슬을 설치해 후보군 물색에 여념이 없다. 포스코 안팎에서 회장 선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최초로 정치권 개입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느냐에 대한 관심과 또한 최초로 외부인사 및 외국인 회장이 선임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높다.

그동안 포스코 회장의 자리는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보수면 보수, 진보면 진보, 같은 이념의 진영 안에서도 정권이 바뀔 때면 어김없이 포스코 회장이 바뀌는 일이 반복됐다.

포스코에서 가장 큰 약점으로 매번 제기되고 있는 문제는 바로 ‘오너십의 부재’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강력한 오너십을 바탕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과 달리 포스코는 새로 바뀐 정권에서 탄생한 회장들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자주 비춰왔다.

이런 이유로 매번 포스코 회장이 바뀔 때마다 화두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정치권 개입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가능성도 기대감도 높다. 이번 정권에서 내세우고 있는 기치가 바로 ‘적폐 청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권오준 회장이 사퇴한 상황에서 새로운 회장 선출 과정에 정치권 개입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이번 정권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고용문제’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면서 수많은 고용노동 정책을 내놨지만 아직까지 고용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남북문제’와 ‘부동산문제’ 등에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정부가 내세운 고용문제 해결에 있어서만큼은 쉽사리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정부 1주년 고용노동정책 토론회’에서는 조선과 철강,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이 구조조정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산업정책이 부재해 미래성장동력을 육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미흡한 경제산업정책과 청년고용 확대 정책 등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고, 주력 산업에 대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뚜렷한 산업정책이 없다는 문제도 지적 대상이다.

대기업들도 청년 고용 확대 등에 대한 정부의 뜻은 알지만 대대적인 일자리 창출에 나서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포스코는 정부의 고용정책에 대한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 체제에서 내실을 닦아왔다. MB정권과 정준양 전 회장 아래서 덧없는 투자에 몰두하며 체력을 축냈던 포스코는 권오준 체제에서 과감한 구조조정과 철강 본원경쟁력 회복에 힘쓰며 과거만큼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기반을 회복하는데 성과를 올렸다.

실제 권오준 회장은 그동안 투자를 자제하며 내실을 닦았던 전략에서 벗어나 올해에는 신규 투자에 나설 것을 천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략 수정은 정부의 기본 정책과 궤를 같이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새로운 회장 역시 정부의 이러한 고용확대 정책에 부응하는 자가 세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포스코가 털어내야 할 ‘적폐’는 회장 승계에 정치권 개입을 막는 것이 될 수도 있지만 어떻게 선임되느냐보단 그동안 이어져온 ‘비리 척결’이 최우선돼야 한다.

회장에 선임되는 과정보다 새롭게 발탁된 회장이 얼마나 포스코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물론 정치권의 개입으로 인해 이러한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포스코 회장의 짧은 임기는 보여주기식 행정이 만연하는 원인이 될 수 있고, 연속성이 없어 효율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폐단으로 인해 포스코 회장직에 대한 정치권 개입이 중단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 개입되지 않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주인 없는 회사에서 정권이라는 강력한 힘이 개입되지 않으면 또 어떤 문제점이 발생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정치권 개입만 차단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이차원적 사고다. ‘문제의 핵심’은 정치권 개입이 아닌 그동안 포스코에 나타났던 문제점과 적폐를 끊는 것이라는 걸 명확히 새겨야 한다.

포스코 회장직이 곧 오너를 의미하지 않는 이상 어느 누가 회장직에 오르든 과연 오너 같은 회장이 될 수 있을까? 정치권이든 개인이든 사리사욕으로 점철됐던 포스코 회장 자리는 어찌됐던 잡음이 많을 수밖에 없다.

주기마다 정치권에서나 볼 수 있는 레임덕을 고민해야 하는 포스코 회장직에 누가 오르냐를 고민하기보다 이러한 체제에서 오는 문제점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제도적 방안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위키리크스한국=문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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