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면서, 한국 경제에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일본과 EU는 지난 17일 도쿄에서 FTA의 일종인 경제연대협정(EPA)을 맺었다.
이번 협정을 통해 일본은 약 94%, EU는 약 99%의 관세를 철폐하게 된다. 특히 일본 자동차산업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산 전기·전자제품 관세도 없어진다.
지난 2011년 한·EU FTA로 무관세 혜택을 무기로 유럽 시장에서 일본산 자동차 및 전자제품과 경쟁했던 한국으로선 타격이 예상된다.
사실 한국은 그 동안 한-EU FTA의 수혜를 별로 보지 못했다.
FTA 초기에는 유럽이 남유럽 재정위기와 재정긴축에 시달려 한국산 자동차 및 IT전자제품 수출이 부진했던 반면, 유럽산 농축산물과 와인 등이 국내에 쏟아져 어와 상대적 무역적자를 면치 못했고, 지난해까지는 유럽의 '명품'과 고가 자동차들이 오히려 한국에서 활개를 쳤다.
한국은 자동차 수출도 여의치 않았다. '대표선수'인 현대.기아자동차가 유럽에서 통할 명차 '브랜드'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무역수지 흑자는 유지하고 있지만 '찔끔' 수준이다.
상황은 올해 더욱 나빠졌다.
EU 공식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가 18일(현지시간) 발표한 금년 1~5월 무역통계에 따르면, EU로 수출된 한국 상품은 209억 유로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7억 유로보다 3.7% 줄었다.
반면 한국에 수입된 상품은 205억 유로로 작년 동기대비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누적 대 EU 상품수지 구모는 4억 유로(약 5000억원) 흑자로, 전년(17억 유로)의 4분의 1도 되지 않는다.
FTA 7년 간 치즈 등 유럽산 유제품 수입이 239% 급증했다는 통계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EU는 이날 23개 철강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잠정적으로 발동한다고 밝혀, 무관세를 누리던 한국에도 큰 타격이 우려된다.
세이프가드는 지난 3년간의 수입규모를 고려해 쿼터를 정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25%의 고율 관세를 물리게 된다.
미국의 외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이후 그 동안 미국으로 수출되던 제품들이 EU시장으로 몰려들어 자국 업계에 피해를 주는 것을 막겠다는 논리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러시아, 터키, 우크라이나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위키리크스한국=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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