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檢, 해경지휘부 내사 때 '업과사' 누락 논란
5년 전 檢, 해경지휘부 내사 때 '업과사' 누락 논란
  • 윤여진 기자
  • 승인 2019.11.25 15:31
  • 수정 2019.11.25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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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검 해경수사전담팀 2015년 내사보고서 입수 분석
김문홍 목포서장·김수현 서해청장 직무유기만 검토
'지휘 못함' 인정했지만 과실 여부 판단 안 한 모순
檢 김경일 정장만 책임 물었지만, 法 "지휘부 책임"
22일 전남 목포시 죽교동 해양경찰 전용 부두에 정박해 있는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3009함.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이날 세월호 참사 당일 현장지휘자인 김문홍 당시 목포해양경찰서장이 탑승했던 3009함에서 항박일지를 확보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전남 목포시 죽교동 해양경찰 전용 부두에 정박해 있는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3009함.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이날 세월호 참사 당일 현장지휘자인 김문홍 당시 목포해양경찰서장이 탑승했던 3009함에서 항박일지를 확보했다. [사진=연합뉴스]

세월호 사고 당시 해양경찰 지휘부가 적절한 지휘를 하지 못했다는 의혹을 검찰이 내사하고도 '업무상 과실치사'(업과사) 혐의를 아예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무 태만으로 의무를 다하지 못해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적용하는 형법상 죄목이 업과사다. 해경 수뇌부가 구조세력에게 세월호 선내진입과 승객 퇴선유도를 제때 지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시 이같은 수사결론은 '부실 수사'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5일 <위키리크스한국>이 입수 분석한 '광주지검 해경수사전담팀'(팀장 윤대진 당시 광주지검 형사2부장) 소속 수사관이 2015년 2월 23일자로 작성한 주임검사에게 보고한 '내사사건 직접수사 결과보고'에 따르면 당시 검찰은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에서 세월호 사고와 관련하여 적절한 지휘를 하지 못하였다는 의혹"을 직무유기 혐의로 내사했다. 

당시 전담팀은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서 적극적인 퇴선명령을 내리지 않고 선장의 판단에 맡긴 것이 부적절하였는지'를 점검하며 직무유기 위반 여부를 검토했다. 박경남 세월호 조타수는 사고 당일 오전 9시 23분 진도 VTS에 "지금 탈출하면 바로 구조할 수 있나"라고 물었지만 관제요원은 서해청 자문을 거쳐 2분 뒤 "선장이 최종적으로 판단해 승객 탈출시킬지 빨리 결정해달라"고 답했다. 퇴선명령 책임을 조난선에 미룬 것이다. 

사고 당시 세월호에서 가장 많은 승객 180명이 머문 곳이 4층 좌현 갑판 쪽이다. 이곳 좌현이 침수된 게 오전 9시 44분이었고, 서해청으로부터 현장지휘관(OSC)함으로 지정된 123정이 세월호에 접안한 시각이 오전 9시 35분이라는 점에서 오전 9시 25분 세월호 신고를 접수한 관제요원이 '갑판으로 나오라'고만 했어도 많은 승객 구조가 가능했다. 

감사원 조사 자료에 따르면 123정장에게 OSC 지정을 통보한 건 서해청이었다. 당시 진도 VTS 관제요원에게서 세월호 신고를 전달받은 주체 역시 서해청 상황실 소속 유연석 총경이다. 유 총경은 상황담당관으로서 OSC가 보고한 정보를 취합하는 임무조정담당관(SMC) 직위에 있었다는 점에서 '123정이 10분 뒤 도착한다. 승객을 갑판으로 유도하라'고만 전달했다면 '가만히 있으라'는 세월호 선내방송은 정정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전담팀은 관제요원이 선장의 운항 권한을 침해할 수 없다는 '연안해상 교통관제 운영 및 관리에 관한 규칙' 규정을 근거로 "매뉴얼에 의하더라도 현장상황을 직접 목격하지 못하는 관제요원이 퇴선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선장의 현장 판단에 맡긴 것만으로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 어떠한 범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려움"이라고 수사보고서에 적었다. 진도 VTS가 서해청에 문의한 사실 자체를 누락한 채 판단한 것이다. 

전담팀이 해경 지휘부 잘못을 파악해 "현장지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결론내고도 업과사가 아닌 직무유기 혐의만 판단한 부분도 있다. 

전담팀은 '목포해경서장은 현장지휘가 중요한데도 즉시 헬기를 이용하여 현장으로 출동하지 않고 3009함에 그대로 승선한 채 현장으로 이동하였는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부분에서 김문홍 당시 목포해양경찰서장이 사고 당일 수난구호법에 따른 지역구조본부장 역할을 다했는지 따져봤다. 

내사 결과 김 서장은 사고 당일 오전 9시 3분 중국어선 특별단속 현장에 있던 3009함에서 세월호 조난 사실을 보고받았다. 당시 함정엔 B-512 헬기가 탑재돼 있어 사고 현장으로 즉시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월호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가 침몰한 이후인 오전 11시 40분쯤 헬기에 탑승해 뒤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김 서장 내사 건 역시 "현장지휘의무를 위반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고의로 직무를 유기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 어떠한 범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려움"으로 종결됐다. 단순히 관계기관에 비위자료가 통보됐을 뿐이다. 

전담팀은 사고 당일 오전 9시 5분 서해청이 세월호 조난 사실을 보고받으면서 총괄 지휘 조정 의무가 있는 광역구조본부의 장이 된 김수현 당시 서해청장엔 "구체적인 현장정보 제공없이 출동지시만 내림으로써 구조활동 지연을 초래하였음"이라고 판단했다. 

B-511헬기가 사고 당일 사고 해역에 도착한 건 오전 9시 26분이다. '해양 수색구조 매뉴얼'에 따라 구조세력인 헬기를 지휘할 수 있는 OSC함인 123정보다 빨리 도착한 것이다. 부기장은 9시 27분 목포서 상황실에 '현장 도착'을 알리고 1분 뒤 "현재 45도 우측으로 기울어져 있고, 지금 승객들은 대부분 선상과 배 안에 있음"이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주파수 공용 무선 통신시스템'(TRS)를 통해 해당 내용을 공유하던 목포서·서해청 상황실은 선내진입과 퇴선명령을 지시하지 않았고, 항공구조사는 3분 뒤 아무런 정보 없이 세월호로 내려갔다. 

전담팀은 이 부분과 관련해 "헬기에 세월호 승객 수도 알려주지 않는 등 교신과 정보 제공이 미흡하여 항공구조사들은 수상구조가 끝날 때까지도 승객 대부분이 선내에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해 선상에 있는 승객 구조에만 치중하는 결과 발생"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부실하게 지휘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고의로 직무를 유기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워"라며 마찬가지로 업과사 혐의를 검토에서 빠뜨렸다. 

전담팀이 OSC와 달리 현장지휘자로서 발생하는 현장지휘의무를 소극적으로 본 것 또한 지적이 불가피하다. '항공구조사들이 내부에 들어가 승객 대피를 유도하는 등 선내 승객 구조 활동을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를 검토하는 부분에서 "최종적인 헬기 등 현장 구조세력 지휘 의무는 현장지휘관인 123정장에게 있으므로"라고 해 모든 책임을 김경일 123정장에게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와 달리 업과사 혐의로 기소된 김경일 123정에게 실형을 선고한 법원 1·2심은 '123정이 B-511 헬기를 실질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봤다. 나아가 2심은 "해경 지휘부나 사고 현장에 같이 출동한 해경들에게도 승객 구조 소홀에 대한 공동책임이 있다"며 사실상 검찰 수사가 부실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검찰이 현장에 도착한 구조세력에겐 책임을 지우고 구조세력을 지시하는 지휘세력에겐 사실상 면죄부를 준셈이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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