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김학의 出禁 플랜B, 대검 기조부 반대하자 출입국 '박상기 직권승인' 검토
[WIKI 프리즘] 김학의 出禁 플랜B, 대검 기조부 반대하자 출입국 '박상기 직권승인' 검토
  • 윤여진 기자
  • 기사승인 2021-01-18 15:08:57
  • 최종수정 2021.01.1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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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 '장관 직권 승인' 검토 시작한 날은 19년 3월 20일
이날은 대검이 과거사조사단에 '출금 위법' 통보한 그날
기조부에 설득당한 이규원 검사 마음을 바꾼 윗선은 누구
지난 2019년 5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판사 심리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는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9년 5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판사 심리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는 김학의(가운데) 전 법무차관. [사진=연합뉴스]

검사가 묻는다. 

"김학의가 출국 시도를 하기 전에 출입국심사과에서 수사기관의 요청 없이 김학의 출금을 논의하거나 논의하는 것을 목격하거나, 논의하였다고 추측한 적은 없나요?"

출입국 심사과 계장(6급) 신모씨가 답한다. 

"김학의의 출국 시도 전에 법무부 장관, 차관, 본부장 선에서 그런 논의를 하였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 이유는 안XX (심사)과장님으로부터 수사기관의 요청 없이 법무부 장관이 직권으로 출국금지한 사례가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씨 직속 직원(7급) 김모씨도 답한다. 

"(2019년) 3월 20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소속이 아닌 다른 국과 소속 직원 몇 분이 저희 과에 왔다가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나서 안XX 과장님이 저와 신XX 계장님에게 법무부 장관이 직권으로 출국금지를 한 사례가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 3월 20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는 무슨 일이
2019년 6월 25일 검찰조서에 남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본부) 산하 출입국심사과 직원들 진술 일부다. 이들은 그해 3월 20일 법무부 본부가 아닌 다른 국에서 김학의 전 법무차관 출국금지(출금)에 관여했고, 본부는 장관 직권으로 출금조치를 검토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공익신고자가 '불법 출금'이 있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는 긴급출금조치 당일인 그해 3월 23일 심사과 직원들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채팅 내역이 첨부돼 있다. 여기에는 본부 심사과장과 본부장이 나눈 대화 내용 일부가 남아 있다. 

3월 23일 오전 8시 20분, 김씨가 심사과 동료들에게 상황을 전한다.

"(심사)과장님은 긴급 미승인하고 법무부 장관 직권으로 거는 쪽 얘기하시고 본부장님은 피의자인지 아닌지는 수사기관이 판단해서 요청하니까 긴급요건에 맞다고 볼 수 있다 하시고" 

"본부장님 의견 쪽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전 0시 8분과 오전 3시 8분, 법무부가 각각 '긴급출금요청서'(요청서)와 '긴급출금승인요청서'(승인요청서)를 보낸 대검찰청 산하 과거사진상조사단은 수사기관이 아니었다. 조사단에게 주어진 권한은 '검찰총장 감찰권을 활용한 검찰권 남용 의혹 재조사'였다. 출입당국 수장 차규근 본부장 말대로 피의자 여부는 수사기관이 판단한다 해도, 조사단은 수사기관이 아니었다. 김씨도 조사단의 법적 한계를 인지했다. 

오전 10시 38분, 김씨는 동료 유모씨에게 긴급출금 요청기관이 조사단에서 서울동부지검으로 바뀔 것이라고 얘기한다. 

"근데 승인요청서 수정 온다고 해서 좀전까지 본부장님이랑 다 같이 있다가 가심 대검 진상조사단에서 요청왔는데 승인요청도 그렇게 했는데 검찰 내부에서 동부지검으로 하려는 듯"

실제 김씨가 입력한 '출국정보시스템' 로그에 따르면 '긴급출금 요청기관'은 약 2시간 뒤인 낮 12시 31분 기존 '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이규원 검사'로 수정됐다. 심지어 이틀 뒤인 25일 오전 9시 22분엔 '요청기관' 자체가 삭제됐다. 같은 날 심사과 소속 김모 서기관은 본인이 작성한 A4 4장 분량의 내부 문건 '김학의 前차관 긴급출국금지 보고' 중 '법적쟁점' 항목에서 조사단 성격을 짚었다.

김 서기관은 이 보고 "수사기관만 긴급출국금지 요청이 가능한데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을 수사기관으로 볼 수 있는지" 쟁점에서 "정식 수사기관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진상조사단 단독 명의로 출국금지 불가능"이라고 적었다. 

당시 민간인으로 피내사자 신분조차 아니던 김 전 차관을 출금하는 방법은 '법무장관 직권 승인'밖에 없었다. 출입국관리법 제4조 2항은 '법무장관은 범죄 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은 1개월 이내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고 정한다. 하지만 이 조항은 어디까지나 '일반출금'을 규정한 것이다. 긴급출금은 같은 법 제4조의6 '수사기관은 범죄 피의자로서 사형·무기·3년 이상 징역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출입국관리공무원에게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조사단 이규원 검사가 요청한 것은 긴급출금으로, 장관 직권 행사는 불가능한 셈이다. 

3월 23일 오전 9시 54분, 본부는 '수사기관 요청에 따른 출금'을 승인한다. 당시 장관 직권 승인으로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심사과장 의견은 기각됐다. 출입국정책단장은 이 검사가 요청한 절차 역시 위법 소지가 있다며 결재선에서 스스로 빠졌다. 차 본부장이 직접 '김학의 긴급출금'을 승인한 이유다. 

2019년 3월 20일 당시 김학의 전 법무차관 출금 아이디어를 제시한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현 법무차관), 이 아이디어를 중간에서 '김학의 사건'을 재조사한 대검찰청 산하 과거사진상조사단 8팀 내부위원 이규원 파견검사에게 전달한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 외부위원 김용민 변호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달받은 아이디어를 대검 기획조정부 기획검사 이응철 검찰연구관(현 법무부 형사법제과장)에게 알린 이 검사.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2019년 3월 20일 당시 김학의 전 법무차관 출금 아이디어를 제시한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현 법무차관), 이 아이디어를 중간에서 '김학의 사건'을 재조사한 대검찰청 산하 과거사진상조사단 8팀 내부위원 이규원 파견검사에게 전달한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 외부위원 김용민 변호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달받은 아이디어를 대검 기획조정부 기획검사 이응철 검찰연구관(현 법무부 형사법제과장)에게 알려 대검 의사를 타진한 이 검사.

◇ 3월 20일 대검 기조부에는 무슨 일이
본부에서 긴급출금을 검토한 날짜는 왜 '3월 20일'이었을까. 당시는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하기 전이었고,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개시하기 전이었다. 본부 차원이 아닌 '윗선'에서 무엇을 결정한 날짜를 추적하면 그 단서가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틀 전인 3월 18일 "검찰 조직의 명문을 걸라"며 김 전 차관 사건 재수사를 공개 지시했다. 당시 조국 민정수석이 배석한 박상기 법무장관 업무보고 직후였다. 이때는 수사주체가 존재하지 않아 문 대통령 발언은 사실상 과거사위를 향한 것이었다. 과거사위는 박 장관 업무보고 시간과 겹치게 정례회의 중이었는데 위원들은 논의 중 대통령 지시를 접했다고 한다. 같은 날 김 전 차관 재조사 시한이 '3월 말일'에서 '5월 말일'로 연장된 이유다. 

문제는 당시 대통령 지시에 법적 결함이 있다는 점이다. 법무부 훈령에 따라 과거사 재수사는 법무장관 자문기구인 '검찰과거사위원회'가 법무장관에게 수사권고하고, 법무장관이 대검에 수사의뢰한 뒤, 총장이 최종 결정하면 이뤄질 수 있다. 수사권고는 대통령 지시로부터 일주일 지난 3월 25일에서야 있었다. 대통령 지시 시점에서 수사주체는 사실상 없던 셈이다. 과거사위로선 수사권고라는 정답은 정해졌는데 김 전 차관 사건을 재조사한 조사단 8팀 보고서는 열람도 못한 상태였다. 재수사를 하려면 수사권고를 해야 했고, 수사권고를 하려면 재조사 기간은 연장해야 했다. 3월 12일, 과거사위가 간사인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현 법무차관) 의견을 강하게 반영해 재조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는데 기존 결정을 8일 만에 번복한 것이다. 그 사이 조사단 8팀이 적용하려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유일한 발견은 대통령 지시였다. 

조사단 8팀은 대통령 지시 이후 발 빠르게 움직였다. 3월 19일, 내부위원 이 검사는 하루 만인 대검 기획조정부 기획검사 이응철 검찰연구관에게 전화를 걸어 "법무부와는 얘기가 됐다"며 출금 필요성을 언급했다. 기조부는 당시 조사단 업무를 행정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이 연구관은 보고가 필요한 사항으로 '서면 작성'을 요청했다. 동시에 그는 이 검사 말 대로 법무부에서 결정된 것인지 법무부 정책기획단(정기단) 파견검사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했다고 한다. 

3월 20일 점심, 이 차관은 과거사위에서 김 전 차관 사건 주무위원을 맡은 김용민 변호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조사단에서 위원회에 출금을 요청하면 위원회가 권고하고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검토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통화 직후 이 검사에게 연락해 상황을 공유했다. 그런데 한 시간쯤 뒤 김 의원은 '법무부 관계자'로부터 재차 전화를 받는다. 이 관계자는 "대검을 통해 공문을 보내는 방법은 중단하고 다른 방법을 검토해보라"고 했다. 정기단에서 올린 '과거사위 수사권고 전인데 대검이 관여하는 건 위법 소지가 있다'는 내부 보고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이 검사와 다시 통화했고 대검 '기조부가 아닌 조사단 명의로 정기단에 공문 작성'을 잠정 결정했다. 

3월 20일 오후 3시쯤, 이 연구관은 내부메신저로 A4 한 장 분량의 형식 없는 문서 '고려사항'을 이 검사에게 보냈다. 여기엔 "현 상태는 1. 김학의 사건 관련해서 무혐의 처분이 있는 상태 2. 조사단 진상조사 결과는 위원회에도 보고되지 않은 상태(위원회 심의 결과나 권고도 없음) 3. 장자연 사건처럼 일부 내용에 대한 수사권고도 없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김 전 차관 출금에 대검은 반대한다고 명확히 한 것이다. 

3월 20일 오후 5시쯤, 이 검사는 이 연구관에게 쪽지를 보낸다. 

"저희 팀은 다시 협의하였고 적법절차 등 감안, 의견 없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3월 18일부터 20일까지 김 전 차관 사건 재조사 과정에 관여한 인사들의 행적을 종합하면, 이 차관을 중심으로 한 출금 논의가 있었다. 대검은 배제됐고, 뒤늦게 소식을 접한 뒤 법무부 내부 여론을 확인하기까지 했다. 이 차관이 기획한 김 전 차관 출금조치 방안은, ①대검 기조부가 '출금 필요성'을 과거사위에 권고한다 ②과거사위는 재수사·출금을 법무장관에게 권고한다, 였다. 대검 거부로 '1차 시나리오'가 불가능해지면서 윗선은 '2차 시나리오'를 검토해야만 했다. 

3월 22일부터 23일 실제 이뤄진 긴급 출금조치에 따르면 2차 시나리오는 ①조사단은 수사기관임을 전제로 출입당국에 긴급출금을 요청한다 ②출입당국은 '수사기관 요청에 따른 승인' 또는 '장관 직권 승인'을 결정한다, 로 보인다. 이 시나리오는 이 검사가 출금 위법성을 인정한 지 이틀 만에 집행된 것이었다. 

3월 22일 밤 10시 52분, 인천공항 정보분석과 직원은 '김학의, 10시 48분 출국심사대 통과' 첩보를 입수한다. 이 첩보는 그대로 본부를 거쳐 이 검사에게 전달됐다. 김 전 차관 심사대 통과 20분만인 23일 새벽 0시 8분 본부가 이 검사가 보낸 '긴급출금요청서'를 접수할 수 있던 배경이다. 

다만 2차 시나리오에서 장관 직권 승인 여부는 급하게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긴급출금 최종 행정처리를 위한 '긴급출금승인요청서'를 본부가 접수한 시각은 23일 새벽 3시 8분이다. 최종 승인 시각은 이로부터 9시간쯤 뒤인 낮 12시 31분이다. 이 시간 본부 심사과는 비상이 걸렸고, 심사과장과 본부장은 계속해서 '장관 직권 승인' 카드를 검토했다. 동시에 이 검사가 보내온 긴급출금 서류에서 '출금요청기관'과 '사건번호 수사기관'은 '진상조사단 代(대리) 이규원 검사'와 '서울동부지검'으로 수정됐다. 수사기관인 동부지검으로 직무대리 명령을 받은 이 검사가 '수사기관이 아닌' 조사단을 대신해 긴급출금을 요청했다는 뜻이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5조의2 1항은 '수사기관의 장은 긴급출금 요청사유를 출입국관리공무원에게 보내야 한다'고 규정한다. 조사단은 수사기관이 아닐뿐더러 '조사기관의 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검사가 조사단을 대리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아닌 것이다. 위법 논란을 그나마 피할 수 있는 건, 이 검사를 동부지검 소속으로 보고 동부지검장이 출금을 요청하는 경우다. 그가 직접 작성한 뒤 사진으로 촬영해 차 본부장에게 보낸 '긴급출금요청서'에 동부지검장 관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김 전 차관 출금을 요청한 주체는 조사단도, 동부지검도 아니다. 이 검사도 위법 소지를 지적하는 기조부에 설득당했다는 점에서 '이규원 개인'도 아니다. 그 윗선 규명은 지난 13일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 수사팀(팀장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을 꾸린 수원지검에 달렸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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