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FOCUS] “시멘트 대란에 공사 셧다운될 판”…건설사 ‘유연탄 폭등‧시멘트 값 기습인상’에 휘청
[건설 FOCUS] “시멘트 대란에 공사 셧다운될 판”…건설사 ‘유연탄 폭등‧시멘트 값 기습인상’에 휘청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2.03.23 07:54
  • 수정 2022.03.23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자재 급등 영향…철근콘크리트업계 vs 종합건설사 ‘팽팽한 기싸움’
양측 모두 자재비 상승에 따른 고통 분담에 공감대 형성 …의견 조율
러시아·우크라 전쟁 여파 ‘유연탄 값’ 고공행진… 403달러까지 치솟아
유연탄 가격, 3월 셋째 주부터 꺾이는 양상…오를 가능성 배제 못해
시멘트 공급 재고 분량마저 위태…사용 가능 물량 1.5~2일치에 그쳐
건설업계, 양측 간 합의 불발 가능성도…최악의 경우 내달 초 공사중단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대형건설사들이 시멘트 공급 대란으로 인해 아파트 현장 등 공사가 중단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시멘트 생산의 연료인 유연탄 등 건설 자재비가 급등하면서 가격 상승압력을 이겨내지 못한 나머지 철근 콘크리트 연합회 등 전문건설업체와 종합건설사들은 팽팽한 기싸움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시멘트 생산 핵심 원료인 유연탄의 가격이 연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으며, 국내 시멘트 생산 업체들은 비상시에 대비해 쌓아놨던 재고마저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전국에서 시멘트 공급 대란이 현실화되면 당장 다음 달부터 아파트 현장을 중심으로 건설공사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양측은 원만한 결론에 도달하고자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치솟고 있는 원재값 추가 인상 흐름이 복병이 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철근콘크리트연합회 등 전문건설업체와 종합건설업체 측은 국토부의 중재 하에 공사비 계약금액 인상 요구에 대한 합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모두 자재비 상승에 대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데 일부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자재비 인상분은 공사가 종료되는 시점에 정산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양측 모두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상승한 비용부담을 어떻게 나눌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공사를 우선 진행한 이후 정산시에 분담하는 것으로 윤곽이 정해졌다”고 전했다.

국내 한 시멘트 생산 공장. [사진출처=연합뉴스]
국내 한 시멘트 생산 공장. [사진출처=연합뉴스]

건설산업연구원은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원재료 가격 상승 리스크가 계속 되면 건설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유연탄 가격 평가기관인 GCI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된 이후 유연탄 국제 가격은 연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일까지만 해도 유연탄 평균 가격이 403.41달러까지 치솟은 바 있다. 15일 기점으로 351달러로 내려오는 등 소폭 하락했지만 2020년 평균 가격(60달러) 대비 6~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21일 한국광해광업공단이 발표한 3월 셋째 주 유연탄 가격은 톤당 275.27달러로 전주(403.41달러) 대비 31.8%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유연탄 가격 오름폭이 다소 꺾였지만 지난해 말 유연탄 가격이 120~140달러였던 점과 비교하면 비용 부담은 여전히 크다는 게 대체적인 업계 평가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상반기(3~8월 계약분) 대비 철물과 각재·합판 가격은 50%, 기타 잡자재 가격은 40% 가량 올랐다. 작업자 인건비도 형틀 재래식 15%, 알폼 시공 30%, 철근 시공 10% 가량 뛰었다.

시멘트업계는 2월에 인상한 상승분은 당시 예상한 유연탄 원가 134달러를 기준으로 책정된 것이며, 지금 거래되는 호주산 유연탄 가격은 희소성 탓에 유연탄 국제 거래가격이 톤당 평균 351달러에 거래되는 등 2배 가량 비싸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현재 국내 시멘트업계가 쓰는 유연탄은 75%가 러시아산이고 25%가 호주산이다. 지난 주 중국 정부가 폐광까지 뒤져 3억톤 생산 증강 계획을 밝히며 일시적으로 유연탄 가격이 310달러까지 떨어졌지만 형성된 가격 밑으로 더 내려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세계 유연탄 수요가 러시아 대신 호주나 인도네시아 등 대체 공급 국가로 한꺼번에 쏠리면서 국제 시세가 급등하고 있다”면서 “세계 유연탄 주요 생산기지인 러시아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퇴출되면서 유연탄 거래가 중단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기도 고양 소재 한 시멘트 공장. [사진출처=연합뉴스]
경기도 고양 소재 한 시멘트 공장. [사진출처=연합뉴스]

원자재 수급이 꼬이자 시멘트 업계의 타격도 커진 상황이다. 심지어 원자재값 상승 압박을 버텨내지 못한 일부 시멘트 업체는 또다시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든 상황이다. 지난 2월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1톤당 7만8800원에서 9만3000원으로 18% 인상한 데 이어 또다시 4월 중으로 최소 20% 이상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지난해 7월 5.1% 올린 이후 세 번째다.

첩첩산중 시멘트 잔고 마저 바닥을 보이고 있다. 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쌍용C&E, 한일 시멘트 등 시멘트 업계 전체 재고는 현재 65만톤에 불과하다. 이미 장시간 노출로 굳어져 판매가 어려운 폐시멘트 재고인 30만톤을 제외하면 사실상 35만톤에 그친다.

이는 평상시 적정 재고량 120만톤 대비 30% 수준이다. 시멘트업계 하루 출하량 20만톤 기준 1.5일분만 남았다는 얘기다.

한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유연탄을 공급받더라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시멘트 재고가 바닥을 보인다면 출하 제한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반면 건설업체들은 원자재 가격을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올리다 보니 건설업체들은 버티기가 너무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시멘트 업계에서 자재값 폭등을 이유로 한마디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기습 인상해버리면 당장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최종 수요자 입장에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는 상황”이라며 “현장마다 인건비 책정 등 상황이 천차만별인 만큼 현장에서 계약을 체결한 하도급 업체와 협의하는 게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두 차례 올린만큼) 지금 상황에서 자재비 인상 폭은 좀 더 검토할 문제다. 이미 현장에서 공사 계약이 체결된 상황에서 자재값 폭등을 이유로 공사를 일괄적으로 중단시켜 공기가 지연되면 하도급 업체에 지체 보상금 귀책 사유가 돌아갈 수 있다”며 “양측이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 급한 불부터 끄고 난 이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건설사와 전문업체 간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협상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아파트 현장을 중심으로 셧다운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될 경우 가격이 상승이 우려되는 만큼 납품업체와 건설사 간 갈등이 재차 반복될 여지는 남아 있다”고 우려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ksy055@wikileaks-kr.org

기자가 쓴 기사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