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美 배터리 소송 ‘진검승부’보다 트럼프 ‘비토’ 노리나?
SK이노, 美 배터리 소송 ‘진검승부’보다 트럼프 ‘비토’ 노리나?
  • 양철승 기자
  • 승인 2020.01.20 17:48
  • 수정 2020.01.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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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조기패소 판결 앞두고 조 단위 추가투자 서둘러 발표
업계 ‘출혈 투자 경쟁’, ‘법적문제의 정치적 해결’ 역풍 우려 제기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전경. 조지아공장은 오는 2021년 하반기 기계적 완공을 거쳐 2022년초 양산 가동될 예정이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전경. 조지아공장은 오는 2021년 하반기 기계적 완공을 거쳐 2022년초 양산 가동될 예정이다 [사진=SK이노베이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배터리 소송전과 관련 최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조 단위의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그 속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신규 물량 수주에 따른 정상적 투자라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LG화학이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요청한 조기패소 판결을 앞두고 패색이 짙어진 SK이노베이션이 트럼프 행정부의 비토(거부권) 행사를 기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김준 총괄사장 등 SK이노베이션 경영진은 지난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 행사 현장에서 현재 건설 중인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공장에 더해 미국 현지에 제2공장을 신규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16일에는 제2공장의 추가 투자를 연내 검토할 것이며, 투자규모가 1차 투자(1조9,000억원)에 버금가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공식 발표가 이어졌다.

이 발표에 대해 업계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제대로 여물지 않은 곡식을 수확하려는 듯한 성급함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LG화학 역시 공식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의혹 섞인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계약 업체와 규모를 포함해 제2공장과 관련한 세부정보가 전혀 없는데다 투자 확정도 아닌 투자 검토를 하겠다는 내용”이라며 “조 단위 신규 투자에 대한 공식발표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발표 시점도 이 같은 의구심을 높이는 부분이다. 이달 중 ITC의 조기패소 판결이 나올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현지 언론들은 ITC 산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이 LG화학의 손을 들어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점에서 LG화학의 승소를 점치고 있는 상태다.

김준 총괄사장, 지동섭 배터리부문 대표 등 SK이노베이션 경영진들은 지난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 현장에서 미국 조지아주에 제2 배터리 공장 추가 건설 계획을 알렸다 [사진=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 지동섭 배터리부문 대표 등 SK이노베이션 경영진들은 지난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 현장에서 미국 조지아주에 제2 배터리 공장 추가 건설 계획을 알렸다 [사진=SK이노베이션]

이에 SK이노베이션이 패소 이후 정면승부보다 사실상 패소를 받아들이고 트럼프 행정부의 선의라는 실익을 챙기는데 전략적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선의는 곧 비토 행사를 의미한다.

한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기업의 자국 내 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경제 활성화의 핵심정책 중 하나로 삼고 있다”며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 중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누구라도 다치는 상황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이 관점에서 SK이노베이션이 16일 발표 중 꽤 많은 부분을 조지아주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의 강조에 할애한 것도 비토를 염두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한 복안의 하나로 설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조지아 공장이 2,000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고, 추가투자가 이뤄지면 6,000명의 채용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조지아 배터리 공장이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일자리 창출 계획”이라는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의 발언을 소개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해 4월 19일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 공장에서 현장경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SK이노베이션]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해 4월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 공장에서 현장경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SK이노베이션]

업계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복심이 비토에 있고, 이것이 제2공장 추가 투자에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라면 국익에 바람직하지 않은 행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기업의 투자는 산업적 측면에 기반해 이뤄져야 함에도 다른 이유로 과당투자가 단행되면 해당기업을 넘어 국가적 손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잉투자에 더해 영업비밀 침해, 특허침해라는 법적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 모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ITC 결정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비토 행사가 그리 쉽지 않음은 차치하고라도 자칫 미 의회나 국제사회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발표 시기가 의심스럽다는 지적을 부인하면서 제2공장 추가 투자 검토와 ITC 조기패소 판결 사이의 인과관계는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당사는 배터리 공급 계약을 수주했을 때만 수주물량의 공급을 위한 생산설비를 건설한다”면서 “제2공장 역시 16일의 발표대로 신규 수주에 성공했기에 건설하려는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양철승 기자]

ycs@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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